무엇을 시그니처로 삼을 것인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것이 시그니처이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오늘은 4월부터 지금까지 연구한 에코스쿨 전시관 구성과 관련된 중간보고회가 있는 날이다.

4명이 팀을 이루어 줌 회의를 통해서 조사하고 의견을 모은 내용을 에코스쿨 건립을 위한 TF 팀에게

사전 방향성 점검 및 의견을 듣는 시간인 셈이다.

여러 가지 의견을 잘 모아서 멋진 발표를 해주신 연구 책임자님에게 감사하고

다양한 의견을 주신 TF 팀원들에게도 감사하다.

그 과정에서 느낀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 중 대표적인 것은

전시장의 시그니처를 무엇으로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의 시작점이 되었다.

다양한 흐름의 전시장과 전시 기법 활용등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는데

과연 이 곳을 다녀간 학생들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시그니처 전시가 무엇이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아직은 답을 할 수 없는 부분이다.

물론 지금은 중간발표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그 시그니처에 대한 구성자 입장에서의 아이디어는 관람자 눈높이와 맞추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2014년 초겨울 대한민국 1호 미래학교 창덕여중을 만들기 위한 교사 1진이 구성되었었다.

얼굴과 이름은 알고 있는 사이였지만 그날 처음 만나서 어색한 우리에게 교장 선생님은 보자마자 미션을 부여했다.(본래는 상견례정도만 하는데 말이다.)

건물 정문 입구로 들어서면 좌우에 미래학교의 의미를 각인시키는 시그니처를 만들고 싶다고

한쪽은 디지털 기기 활용을 의미하는 모니터월로 만들고(역동적인 수업활동 영상 등을 계속 상영하였다.)

반대편은 아날로그와의 조화를 의미하는 곳을 놓고 싶은데 무엇을 하면 좋겠냐고 물어보셨다.

물어는 보셨지만 본인의 의사는 레고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하셨다.

그래도 뜬구름 잡는 것이 아니고 직설적으로 이야기해주시는 방법이 효율적이다.

레고로 세계지도를 만들고 그 위에 가변적인

레고 작품을 추가하면 좋겠다는 의사표시였는데

우리에게는 그것이 곧 첫 번째 업무 지시가 된 셈이다.

그날 우리는 세계 지도를 만들려면 레고 블럭이 얼마나 필요할지 사이즈별로 계산하고

(수학 선생님 담당이었다.)

우리나라에 그만큼의 레고 블록이 있는지를 파악하고 구입처를 확인하였으며

(다행히 내 제자 중에 레고 오타쿠가 두 명 있었다. 오프라인 동호회에 협조를 받았다.)

외국에서 구입하는 경우 어느 곳이 가장 빠르고 값싸게 구입할 수 있는지 경로를 파악하면서

(영어 선생님의 역할이었다. 영어 메일을 레고 본사에 보냈다.)

막 조직된 팀이 오래된 원 팀처럼 일사분란하게 만남 첫날을 보냈었다.

그 뒤로 레고월은 학생 동아리가 자체적으로 디자인을 바꾸기도 하고

방문 국가 위치에 국기를 꼽아주기도 하면서 점점 콘텐츠가 풍부해졌다.

예산은 모니터월이 아마도 열배 이상 들었을 터인데

방문객들은 레고월을 더 좋아라해주었고

외국 손님들의 포토존으로 암묵적인 미래학교의 시그니처가 되었다.

이렇게 아이디어 구성자와 그것을 보는 사람과의 시각에는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방송도 그렇고 유튜브도 물론 그렇고 이곳 브런치 글도 그렇다.

내가 쓰고 나서 이 글이 멋지다 이런 생각을 할 때도 가끔 있는데 독자들의 반응은 별로인 경우도 있고

이번 글을 성의가 조금 없는데 라고 생각되는 글인데 반응이 좋은 경우도 있다.

그러니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일이

유행의 트랜드를 앞서나가는 일이

방송의 흐름을 미리 읽어내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것일까?

내가 독자라고 시청자라고 전시장의 관람객이라고 생각하고 가장 흥미로운 것이 무엇일지를 파악해보지만

내가 다 남들의 생각과 다 같을 수는 없기에 전시물의 시그니처를 정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일단 기억에 강렬하고 오래남아야하고 게다가 교육적인 의미까지 있어야하므로 더더욱 고민이 필요하다.

중간보고회를 하고 나면 마음이 가벼워져야 하는데

풀기 어려운 다음 퀘스트를 받은 느낌이다.

음식점의 시그니처 메뉴 정하기도 아마 이리 힘들 것이다.

가자미를 바싹 구워서 오이냉국과 저녁부터 먹어야겠다.

어제보다 기온이 1도 정도는 내려간 듯 한데 나만의 느낌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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