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혼밥 요리사의 비밀레시피168

최저점을 찍으면 반등하게 되어 있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참기 힘든 더위와 삼식이 남편 이슈로 이래저래 많이 먹지 못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음식은 많이 하는데 정작 나는 많이 먹지 못한다.

퇴직 후 매일매일 루틴대로 정확하게 생활하던 습관이 무너진 탓도 크다.

여하튼 점점 줄어드는 체중에 나 스스로도 놀랄 일이 많이 생긴다.

20대에 이 체중이었다면 내 인생이 달라졌을 듯 하다.

첫사랑하고 잘 되었을지도 모른다.

초보교사일 때 내 별명은 맘모스였고

(맘모스빵의 그 맘모스이다. 뚱뚱하다는 뜻이다.)

태어나서 한 번도 날씬했던 적이 없었고

(태어날 때 이미 그 시대의 믿기 힘든 우량아였다. 엄마는 입덧이 엄청 심했다던데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이냐?)

내 생애의 5/6는 다이어트가 최대 관심사였다.

50대 이후에 들어서면서 다이어트 업계 종사자에서 겨우 면제되었었다.


그랬던 내가 요즈음은 체중 늘리기가 목표가 되고

체중계에 올라서는 일이 예전과는 다른 이유로 두려워졌다.

참 평균이나 보통을 유지한다는 일도 쉽지는 않다.

어느 분야에서건 말이다.

50Kg을 유지하고 있을 때는 괜찮았는데 그 마지노선이 무너지기 시작하자

급격하게 하향곡선을 타고 있는 중이다.

어느 것이 먼저인지는 모르겠다.

입맛이 없으니 많이 먹을 수가 없고

조금 많이 먹으면 힘이 들고

사실 딱히 먹고 싶은 생각이 들지도 않고

이 순환 고리를 끊어야한다는 것은 알겠는데 잘 안된다.


어제 지인들과의 꿈같은 피서는 나에게 그 순환 고리를 끊는 계기를 자연스럽게 마련해준 듯하다.

솥뚜껑닭볶음탕도 많이 먹었고 막국수와 감자전도 많이 먹었고 디저트와 음료도 많이 먹었다.

그리고 유쾌한 수다와 가벼운 숲 산책도 내 컨디션 상향에 한 몫했지 싶다.

오늘 아침 냉장고 잔반 비우기 차원의 식사도 많이 했고

점심은 오징어볶음을 만들어서 밥을 싹싹 비우고

디저트로 모나카 과자까지 흡족하게 먹었다.

아마도 어제와 오늘이 요 근래 예전 양이나 식성처럼 식사를 한 날로 기억되니 말이다.

오늘 저녁은 남편이 주문한 냉모밀이다.

한번도 집에서 해먹은 적은 없었는데 뭐 그냥저냥 되겠지 싶다.

이제 음식을 하는 것이 무섭거나 두려운 시절은 지났다.

이판사판이다.

잘보여야할 사람도 없고

못 만들만큼 어려운 음식도 없다.

무을 많이 갈아두고 파 잘게 잘게 썰어두고 마늘 다진 것과 함께 육수나 잘 만들면 될 것 같다.

오늘 이 냉모밀을 위해서 아침을 먹고

남편과 전통시장을 산책 겸 방문했고

마늘, 양파, 대파와 디저트로 먹을 몽실 몽실 복숭아를 세 개 샀었다.

그런데 겨자가 있었으면 참 좋았겠다 싶다.

있기는 있는데 오래된 것이라 향이 다 날라갔지 싶다.

그래도 내 집나간 입맛의 최저점을 찍은 듯 하니 이제 반등할 일만 남았다.

냉모밀이 그 반등을 도와주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8월 25일 개강을 하면 아마

강의하느라 배는 주기적으로 고플 것이고

학식이 나를 기다리는 삶이 될 것이다.

그때까지만 힘을 내서 상승 곡선을 만들어가면 되겠다.


(오늘 대문사진은 남편 지인이 보내준 고구마에서

싹이 난 것을 물에 담가둔 것이다.

너무 많은 양을 보내주면 꼭 이리 된다.

감자도 대파도 둘이 먹기는 너무 많다.

고구마 싹이 이리 쑥쑥 키가 커지다니.

감자는 옆으로 퍼지던데 고구마는 위로 퍼진다.

롱다리가 금방 되었다. 상승곡선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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