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점을 찍으면 반등하게 되어 있다.
참기 힘든 더위와 삼식이 남편 이슈로 이래저래 많이 먹지 못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음식은 많이 하는데 정작 나는 많이 먹지 못한다.
퇴직 후 매일매일 루틴대로 정확하게 생활하던 습관이 무너진 탓도 크다.
여하튼 점점 줄어드는 체중에 나 스스로도 놀랄 일이 많이 생긴다.
20대에 이 체중이었다면 내 인생이 달라졌을 듯 하다.
첫사랑하고 잘 되었을지도 모른다.
초보교사일 때 내 별명은 맘모스였고
(맘모스빵의 그 맘모스이다. 뚱뚱하다는 뜻이다.)
태어나서 한 번도 날씬했던 적이 없었고
(태어날 때 이미 그 시대의 믿기 힘든 우량아였다. 엄마는 입덧이 엄청 심했다던데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이냐?)
내 생애의 5/6는 다이어트가 최대 관심사였다.
50대 이후에 들어서면서 다이어트 업계 종사자에서 겨우 면제되었었다.
그랬던 내가 요즈음은 체중 늘리기가 목표가 되고
체중계에 올라서는 일이 예전과는 다른 이유로 두려워졌다.
참 평균이나 보통을 유지한다는 일도 쉽지는 않다.
어느 분야에서건 말이다.
50Kg을 유지하고 있을 때는 괜찮았는데 그 마지노선이 무너지기 시작하자
급격하게 하향곡선을 타고 있는 중이다.
어느 것이 먼저인지는 모르겠다.
입맛이 없으니 많이 먹을 수가 없고
조금 많이 먹으면 힘이 들고
사실 딱히 먹고 싶은 생각이 들지도 않고
이 순환 고리를 끊어야한다는 것은 알겠는데 잘 안된다.
어제 지인들과의 꿈같은 피서는 나에게 그 순환 고리를 끊는 계기를 자연스럽게 마련해준 듯하다.
솥뚜껑닭볶음탕도 많이 먹었고 막국수와 감자전도 많이 먹었고 디저트와 음료도 많이 먹었다.
그리고 유쾌한 수다와 가벼운 숲 산책도 내 컨디션 상향에 한 몫했지 싶다.
오늘 아침 냉장고 잔반 비우기 차원의 식사도 많이 했고
점심은 오징어볶음을 만들어서 밥을 싹싹 비우고
디저트로 모나카 과자까지 흡족하게 먹었다.
아마도 어제와 오늘이 요 근래 예전 양이나 식성처럼 식사를 한 날로 기억되니 말이다.
오늘 저녁은 남편이 주문한 냉모밀이다.
한번도 집에서 해먹은 적은 없었는데 뭐 그냥저냥 되겠지 싶다.
이제 음식을 하는 것이 무섭거나 두려운 시절은 지났다.
이판사판이다.
잘보여야할 사람도 없고
못 만들만큼 어려운 음식도 없다.
무을 많이 갈아두고 파 잘게 잘게 썰어두고 마늘 다진 것과 함께 육수나 잘 만들면 될 것 같다.
오늘 이 냉모밀을 위해서 아침을 먹고
남편과 전통시장을 산책 겸 방문했고
마늘, 양파, 대파와 디저트로 먹을 몽실 몽실 복숭아를 세 개 샀었다.
그런데 겨자가 있었으면 참 좋았겠다 싶다.
있기는 있는데 오래된 것이라 향이 다 날라갔지 싶다.
그래도 내 집나간 입맛의 최저점을 찍은 듯 하니 이제 반등할 일만 남았다.
냉모밀이 그 반등을 도와주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8월 25일 개강을 하면 아마
강의하느라 배는 주기적으로 고플 것이고
학식이 나를 기다리는 삶이 될 것이다.
그때까지만 힘을 내서 상승 곡선을 만들어가면 되겠다.
(오늘 대문사진은 남편 지인이 보내준 고구마에서
싹이 난 것을 물에 담가둔 것이다.
너무 많은 양을 보내주면 꼭 이리 된다.
감자도 대파도 둘이 먹기는 너무 많다.
고구마 싹이 이리 쑥쑥 키가 커지다니.
감자는 옆으로 퍼지던데 고구마는 위로 퍼진다.
롱다리가 금방 되었다. 상승곡선의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