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과학 교사의 수업 이야기16
원소기호가 내 삶에 미치는 영향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렇게 기억되듯이 화학의 시작은 원소기호 외우기이다.
고등학교에서는 더 나아가 주기율표 외우기가 화학에 대한 첫 인상으로 기억되기 마련이다.
중학교 2학년에서의 원소기호는 25개 내외만 알면 충분하다.
그러나 학생들에게는 생전 처음 보는 무의미 철자인 원소기호 25개 외우기가 쉽지는 않다.
8명이 넘는 아이돌 그룹 개개인의 어려운 이름은 금방 외울지언정(나에게는 그게 더 어려운 미션이다.)
그에 비할바가 없는 원소기호를 무작정 외워야 하는 그 암담함이라니...
그러나 원소기호를 못 외우면 분자식도 알 수 없고 이온식도 알 수 없고 화학 반응식도 이해할 수 없다.
모든 학문에는 기초 중의 기초가 있는 법이다.
학생들에게 이 내용을 간곡히 설명하고 원소기호 외우기와 함께 2학년 화학수업을 시작했다.
원소가 우리 생활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아보기 위해서 마음에 드는 원소 한 가지를 결정하여(마음에 드는 것이 없을 수도 있지만) 그에 대한 특징과 사용처를 찾아 카드 뉴스를 만든다.
탬플릿은 아무거나 사용해도 된다.
캔바나 미리캔버스 무료 버전을 주로 사용한다. PPT보다 세련된 탬플릿이 많고 사용이 편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태블릿 메모판을 이용하거나 직접 그림으로 그리고 써서 사진을 찍어 제출해도 된다.
산출물 제출 형태에 제한을 두는 것은 또 다른 편견의 시작이다.
다음 주에는 음식에 들어있는 원소에 대해서 찾아보고
(소화 단원과 연계하면 된다. 가정 교과에서도 이미 다루었던 내용이기도 하다.)
우리 몸에 필요한 원소들을 먹는 것으로 보충할 것인지, 영양제 등의 보조제를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글쓰기 활동도 진행한다.
원소기호 외우기에서 시작은 하지만 원소라는 것이 우리 생활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것이라는 것을 꼭 알게 해주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음 주 수업의 핵심은 원소의 불꽃 반응 실험이다.
학생들은 불장난이라고도 하고 1년 뒤 물어보면 가장 기억에 남는 실험이라고들 한다.
특별한 불꽃 반응 색을 나타내는 원소가 있다. 여의도 불꽃 축제가 가능한 원리이다.
물론 소량으로 실험하여 반짝하고 끝나지만 불을 사용하니 이 실험이 있는 날은 아직도 긴장이 된다.
그렇다고 실험을 건너띄지는 않는다.
실험 준비를 도와주는 역량있는 실무사님과 어떤 방법이 가장 안전할지 여러 차례 의견을 나누고 실험 준비를 마쳤다.
학생들에게 실험 전 신신당부할 예정이다.
실험에서 불장난을 하게 되면 밤에 자는 중에 그 흔적이 꼭 나타나게 된다고...
나는 교과서 단원의 수업 순서를 조정하여 수업한다.
한 학년을 혼자 맡았기 때문에 가능하다.
3월에는 가장 난이도가 쉬운 단원을 진행하고(새 선생님과 합을 맞출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 덥기 전에 이 단원을 수업하는 이유 중 한 가지가 이 실험 때문이다.
이 실험을 할 때 선풍기나 에어컨을 켤 수는 없다.
냄새도 조금 나지만 창문도 열수 없다.
이처럼 실험에는 다양한 어려움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교과서 실험은 모두 다 커버해주고 싶은 과학교사이다.
늘상 그랬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