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지 않는 혼밥 요리사의 비밀 레시피 27

음식은 추억이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어느 정도 나이가 들 때까지 그리 좋아하지 않는 음식에는 가지요리가 늘 꼽힌다.

나도 그랬었으니 대부분 그럴게다.

학교 급식으로 가지 요리(대부분 나물)가 나오면 잔반이 급증한다고 영양교사 선생님은 고민하신다.

색깔이 비선호일 수도 있고

흐물거리는 식감이 싫을 수도 있고

딱히 무슨 맛인지 한 입에 느껴지지 않는 맛 때문일 수도 있다.

친정엄마는 가지를 된장에 무쳐서 주셨었다.

가지를 한번 끓여서 익혀준 다음 그 뜨거운 것을 손으로 북북 찢으셨다.

내가 해보니 손으로 찢을 수 없을 만큼 뜨겁다.

따라서 나는 채에 받혀서 물을 뺀 후 조금 시간을 두고 식혀서 자른다.

그것도 손으로는 힘들어서 칼로 가지런히 자른다.

그런데 칼로 잘라서 그런지 엄마가 손으로 북북 찢어 만든 불규칙한 모양보다 영 맛이 덜하다.

일단 길고 가늘게 잘라둔 가지에 파, 마늘, 된장 등 갖은 양념을 해서 조물조물 무친다.

방법은 간단하다. 모든 음식이 ...

나물 하나를 무칠 줄 알면 나물 종류는 모두 다 응용이고

찌개나 국 하나를 끓일 줄 알면 모든 찌개와 국은 다 비슷한 방법으로 가능하고

조림이나 튀김 하나를 할 줄 알면 모든 조림과 튀김이 다 거기서 거기이다.

마치 구구단 하나를 외우면 모든 곱셈이 다 가능한 것과 같다.

그러나 기본 방법에 개인의 노하우가 들어가면 맛은 천차만별인 것이 참 재밌다.

기본을 알면 곱셈은 누구나 가능하나 그 곱셈에 걸리는 시간과 정확도가 달라지는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음식을 하면 친정 엄마가 매번 생각난다.

음식엔 관심도 없고 식사 준비를 힘들어만 하셨던 것처럼 보였던 나의 엄마도

자식들을 먹이는데 진심이셨고 최선을 다하셨다는 걸 이제는 안다.

이 세상의 엄마들은 위대하다.

가끔 이상한 분들이 TV나 신문기사에 나오기도 하지만 그건 극소수이고 일부이다.

엄마가 해준 밥이 가장 맛있는 것도 국룰이다.

아들녀석이 동의할지는 모르겠지만...

된장 박은 가지나물은 짭쪼름해서 양배추쌈과 함께 먹거나 마른 김구이와 함께 먹으면 더 좋다.

남은 야채들도 다듬어 오일에 살짝 구워주었다. 주말 별식 완료....


* 위의 사진은 아들과 함께 먹었던 을지로 알박힌 도루묵 구이 별미이다. 친정 아버지가 좋아하셨다. 그러나 위 식당은 너무도 협소하고 유명하여 대기가 많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일생에 한번은 가볼만 하고 다음에는 집에서 구워먹는 것으로 아들과 전격적인 합의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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