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3,000원의 행복

돈을 안쓰는 것도 한편 행복하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아침에 일어나서 창을 열면

매미 소리도 확연하게 줄었고 바람도 묘하게 다르다.

일주일전까지만 해도 창문을 열어서 환기를 하다가도 곧 다시 창문을 닫았다.

환기보다도 몰려들어오는 더운 바람이 더 무섭고 기세가 셌기 때문이다.

이제는 조금은 달라진 여름의 기운을 느낀다.

물론 아침만 그렇다.


특별한 일정이 없는 날은 아침을 먹고 남편과 공원을 한바퀴 산책한다.

한 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남편의 더뎌지고 느려지고 무거워진 다리 운동이 주된 임무이고

나무 냄새 맡는 것이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기쁨이다.

아픈 사람의 운동을 위한 산책 동반자는 두 번째이다.

친정 엄마를 위해 함께 산책을 했었다.

그 1년 나는 특별학습연구년이라 시간이 조금은 있었고

(학교 대신 대학교와 연수원으로 강의를 들으러 다녔다.)

매주 목요일 점심을 챙겨드리고 식후 한 시간

공원 산책이 나에게 부여된 미션이었다.

치매이자 파킨슨 증세가 있던 엄마는 평소보다 걸음이 느려지지는 않으셨다.

오히려 점점 가속이 붙는 상태가 되는데 그것을 제어하는 것이 도우미인 나의 역할이기도 했다.

처음에는 잘 못 걸으시다가 점점 가속이 붙어서 몸을 흔들거리면서 걷게 된다.

아마도 걸음걸이 속력을 제어하는 기능이 말을 듣지 않는 듯 했다.

그러니 옆에서 속력을 늦춰주고 몸의 긴장감을 풀어주는 그 역할이 엄청 중요했다.

그렇게 긴장감에 한 시간 운동을 하고 나면

엄마는 땀범벅이 되고 씻고 나면 코를 골며 주무시기 일쑤였다.

등산이 주된 취미이고 농구와 마라톤을 즐겨하던 남편의 걸음걸이가 그 때 엄마와 점점 비슷해진다.

내리막길에서 자꾸 가속이 되고

신발이 자주 바닥에 걸려서 몸이 건들건들 중심을 잡기 힘들어진다.

다리가 무겁고 감각이 떨어지고 걷다가 멈추면 어지럽다고 한다.

한 시간의 산책을 끝내고 나면 남편도 마치 죽은 듯이 낮잠을 자곤한다.


아침 산책 후 나는 아파트 지하 커뮤니티센터에 있는 무료 목욕탕에 간다.

사우나라고 하기는 힘들다. 사우나 시설이 없으므로.

16개의 샤워기가 있고 온탕과 냉탕이 하나씩 있는데 1일 사용자 수는 400명이 된다고 붙어져있다.

아마 남, 녀 2개의 탕 합산 수치이지 싶다.

오늘 10시반 그곳은 만원 사례였다.

이런 적은 처음이다.

16개의 샤워기에 모두 선입장한 사람들이 있다.

나는 쪼그리고 앉아서 온탕 물을 끼어 얹으며

5분 이상 대기하고 있었다.

다시는 주말 이 시간대에 이곳을 찾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오후 네 시에는 내일 라운딩을 대비한 마지막 샷 점검을 위하여

지하 커뮤니티센터 골프연습장을 방문했다.

주말에는 사용료가 3,000원이다.

시원한 에어컨 비용이라 생각하면 된다.

주중 아홉시에는 골프연습장에 나 혼자라 대관 전세를 낸 것 같았는데

주말 네 시에는 타석마다 꽉 차있다.

가급적 평일에 와야지 다짐한다.

옆 타석으로 내 똥볼이 날라갈까 걱정이 된다.

그래도 오늘은 그냥 저냥 아주 나쁘지는 않았는데

오늘이 그렇다고 내일도 그러라는 보장은 절대 없다.

골프라는 것이 그런 것이다.


아들 녀석과 함께하는 주말 저녁 준비는 끝났다.

냉모밀과 소고기와규 구이이다.

어울릴지 안어울릴지는 오늘 먹어봐야 알겠다.

메인은 그런데 그 사이에 안먹은 볼락구이도 있고 초장과 곰피도 있고 이것저것이 있긴 하다.

오랜만에 집에서 밥을 먹는 아들 녀석이 무엇을 좋아라할지 몰라서이다.

남편은 냉모밀과 소고기 구이에 집중할 예정이다.

그런데 음식을 준비하면서도 내 귀와 정신은

인천 문학구장에서 지금 진행되고 있는 <불꽃야구>로 집중되어 있다.

아직 더운 날 우리의 낡은이들 파이팅이다.

오늘 나는 3,000원만 사용하고 하루를 보낸다.

매일이 이랬으면 벌써 부자가 되고도 남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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