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 딱 한번 단 사흘 있었다.

멋진 전시는 항상 기분을 좋게 만든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한 시간 전에도 예상치 못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이 인생이기는 하다만

오늘 오전은 갑자기 결정된 일들이 많았다.

먼저 새 학교까지 나를 데려다 줄 셔틀버스 승강장을 확인하고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는 오늘이 마지막인 에듀테크 전시장과

그 옆 백화점에서 열리고 있는 미술 전시회를 다녀오고

개학 대비 신발이나 옷이 마음에 쏙 드는 것이 있으면 구입하고

점심을 사가지고 오는 것이 목표였다.

전시장 두 곳을 들려보는 일은 어제 SNS를 살펴보다 결정한 일이었다.

특히 백화점의 미술 전시회는 백화점 어플에서 4,000원 할인 쿠폰이 있길래

혹한 마음이 더 컸다.


먼저 첫 번째 미션인 셔틀버스 승하차장 위치 확인은

내 생각보다 지하철역과 버스 승강장에서 많이 걸었어야했고

따라서 셔틀버스 타는 곳까지가 집에서부터 30분 넘게 소요되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이러면 조금은 힘들어도 차를 가지고 다니는 것이 시간적으로 훨씬 유리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나에게는 시간이 돈이고 체력이고 효율성이다.

두 번째 미션인 에듀테크 전시장에서는 레고를 기반으로 한 코딩과 교육 플레이 회사를 운영하시는 (전) 물리교사 출신 대표님을 만나서 협업을 의논하고(미래학교에서부터 도움을 많이 받았다. 놀이와 교육을 잘 연결하고 있다.)

창의재단 관계자들에게 대학교 디지털환경 구축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VR 기기를 렌탈하여 이벤트 활동이 가능한지 여부도 확인하고 성능대박 전자현미경도 구경했다.

나름 새 학기 준비를 단단히 했다.


그리고는 살짝 가벼운 마음으로 들러본 백화점의

미술 전시회는 나를 잠시 파리로 데려다주었다.

파리에 딱 한번 사흘 정도 머물렀었다.

특별학습연구년 우수교사 해외 연수 기간이었다.

독일과 파리를 도는 일정이었는데 마침 11월이라 크리스마스 축제 준비로 시끌시끌할 시기였다.

오늘의 작가는 미셸 들라크루아라는 90이 넘으신 할아버지 작가님이셨는데

그림 몇 점을 보자마자 파리라는 공간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나를

파리의 그 장소로 순식간에 공간 이동 시켜주었다.

에펠탑, 몽마르트언덕, 물랑루주, 상젤리제 언덕, 노트르담 대성당이 그렇게 오래전에 본 기억처럼 꼼꼼하게 그리고 그 분위기대로 그림에 나타나있었다.

노트르담 대성당 앞길과 몽마르트 언덕길을 천천이 다시 걸어올라가는 느낌이었다.

전 인생을 1악장에서 4악장까지로 구성한 플롯도 좋았고

안단테 등의 빠르기 용어와 화가의 나이와

그 나이대가 표현한 파리 인근의 그림을 매치시킨

시 의도도 충분히 읽을 수 있었다.

내가 가봤던 곳들과 그때 보았던 말과 마차들

(마치 샬록 홈즈나 괴도 루팡에 나오는 마차들 같았다.)

그리고 파리 방문시 느꼈던 크리스마스 즈음의 느낌까지 살아나서 나를 삼심여분 동안 낭만 가득 파리지앙으로 만들어주었다.

보통 화가의 인터뷰등으로 구성된 영상은 별로 관심 있게 보지 않는 편인데

오늘 90이 넘은 그 화가의 일상을 묵묵히 비춘

그 영상은 나를 잠시 울컥하게도 했다.

마지막 멘트는 이랬다.

<나는 다시 태어나도 화가를 할 것이다.>

누가 봐도 부럽고 행복한 삶이다.

기념품샵에서 학교에서 사용할 마우스패드와

중간 크기의 엽서를 사는 것으로 예정에 전혀없던

파리 여행을 끝냈다.

언제 파리를 꼭 다시 가보겠다는 계획도 희망도 없다.

지금으로서는.

파리의 멜랑꼬리하고도 아득한 느낌을 맛보고 싶으신 분들께 이 전시를 강추한다.

8월말까지이다.


나는 다시 태어난다면

(사실 그러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만)

또 교사를 하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다.

교사로서 할수 있는 일들을 할만큼 다 해보았다.

남은 시간 동안에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이번 생은 이렇게 마감하고 싶다.

만약에 다시 태어난다면 교사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직업을 해봐야지 왜 하던 것을 또 하나 재미없게 말이다.

나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라하는 편인다.

도전을 즐기는 성향은 결코 아니지만

다양성은 존중한다.

백화점 지하 푸드코너에서 산 도시락으로 점심을 대신했다.

남편은 장어덮밥 나는 오이와 우엉이 들어간 미니김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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