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주연이 아니고 조연이다.

그래서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이곳으로 이사 오면서 로봇 청소기를 샀다.

하나는 먼지용 하나는 물걸레용으로 무려

두 개를 산 것은(가격도 만만치 않았는데)

이 집의 거실바닥이 너무나 밝은 색이고

햇빛이 들어오거나 전등을 켜면 물때나 발자욱이 너무 뚜렷하게 보이고

고양이 설이 털도 엄청 잘 보이기 때문이었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지난번 신용산 아파트에서는 그냥 저냥 참고 살았고 그렇게 눈에 확 띄이지 않았더랬는데

그래서 손으로 밀고 다니는 청소기와 밀대 걸레로 해결이 되었었는데

이 집은 도저히 안 되었기 때문이다.

출근하면서 어느 날은 한 개만 또 어느날은 두 개의 로봇 청소기를 누르고 나가지만

그래도 귀가해보면 100퍼센트 마음에 들게 청소가 되어 있지는 않았고

나는 물휴지와 휴지로 더럽게 보이는 부분을 닦아대기 시작했고

로봇청소기가 미치지 않는 공간은 손으로 밀고 다니는 청소기가 부수적으로 또 필요했다.

로봇 청소기는 AI 기술인 셈인데 어떻게 보면

청소의 주연이 아니고 조연 역할이고

청소의 여자주인공은 결국 밀고 다니는 청소기를 구동하고 있는 나였다.

며칠 전 그 중요한 청소기에 부속품 하나가 홀라당 떨어져서 깨지고 말았다.

오늘 오전은 그 부속품을 구하러 A/S 매장에 다녀오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어제 저녁에는 대전행 KTX표를 예매하려고 시도했었다.

그런데 연휴 끝이라 그런지 서울역에서 대전역까지는 표가 있었는데

(기쁜 마음에 덜컥 먼저 사버렸다. 돌아오는 표를 봤어야는데... 신중하지 못했다.)

대전역에서 서울역으로 돌아오는 늦은 저녁표가 없었다.

할 수 없이 내려가는 티켓을 취소하려하니 비회원으로 구매한 내 티켓이 어디를 찾아도 안보이는 거다.

카카오페이에서는 영수증이 뜨는데 스마트티켓도 안오고 아까 봤던 그 티켓은 캡쳐도 되지 않는다.

그럴 수 밖에 없다.

티켓이 갭쳐가 된다면 부정 승차의 방법으로 악용하는 사람들이 분명 생길 것이다.

오늘 아침 다시 찾아봐도 도저히 내 티켓을 찾을 수가 없고 따라서 나혼자의 힘으로는 취소가 불가능했다.

할 수 없다. 전화상담을 이용할 수 밖에... 깔끔하게 취소를 처리하고 내일 대전행의 마음을 접었었다.

그런데 일행 중 한 명이(티켓계의 금손이시다.) 떡하니 왕복 티켓을 구해서 선물하기로 보내주셨다.

할 수 없다. 운명이다.

개강하면 가볼 시간도 없으니 이번에 다녀온다 그렇게 마음을 고쳐 먹었다.

그래도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것은

내가 어제 끊었던 그 티켓은 도대체 어디에 숨어있었던 것이냐?

AI는 이렇게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물론 내탓이다. 그 녀석은 아무 잘못이 없다.


교육에도 다양한 종류의 AI가 적용되고 있다만

아직은 쓰는 교사만 쓰는 형편이고

AI 교과서에 대한 찬반 논란은 여전하다.

디지털교과서를 열심히 사용한 나의 입장에서는

그 편한 것을 왜 안쓰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만...

세상에는 이해되지 않는 일이 이해가 되는 일보다 훨씬 많다.

지난 주 토요일 모 대학부설 영재원에서는 온라인 전시장 꾸미기 활동을 했었다.

메타버스나 VR과 AR 체험에 나름 익숙한 학생들은

처음하는 활동인데도 어렵지 않게 쫓아왔다.

그리고 그 자료들은 패들렛에 공유하여 다른 사람의 작품을 구경하는 공유의 시간을 가졌다.

친구들 작품을 살펴보는 것이 가장 좋은 공부 방법이다.

이렇게 AI를 활용한 수업 활동을 할 때 꼭 하는 이야기가 있다.

이번 수업의 주인공은 AI 프로그램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을 활용하기는 하지만 아이디어는 내 머리에서 나온다고

어떻게 그것을 구성할 것인가 하는 계획은 나에게서 시작한다고

명령을 구체적으로 잘 내려야 AI 가 수준높은 작품을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내가 하는 모든 활동의 주인공은 나라고 말이다.

그래서 미래교육은 생각하는 힘과 질문을 만드는 능력에 달렸다고

2015년 대한민국 1호 미래학교때부터 우리는 늘상 주장을 하곤 했었다.


2000년이 되면서 과학 상상화 그리기에 한번쯤은 나왔던 그림들이 거의 다 구현되고 있는 2025년이다.

놀랍다. 이 정도가 될 줄은 정말 생각지 못했다.

로봇 청소기보다 더 놀라운 것은

자율주행 자동차이다만 아직 타보지는 않았으니

직접 체감이 되지는 않는다.

2035년에는 어떤 물품이 우리의 생활을 도와주고 편리하게 해줄지 알 수 없다만

무엇이든 지금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일 것 같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아무리 멋진 것들이 나온다고해도

그것은 사용하는 사람보다 더 우위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것을 만드는 일도 사람이 하는 것이고

그것에게 명령을 내리거나 일을 부여하는 것도 사람이 하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멋진 역량을 갖추어야만

더 멋진 것들과 함께하는 세상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대문 사진은 나의 훌륭한 휴대폰이 찍어준 것이다.

내가 저렿게 의도적으로 잘 찍을 수는 없다만

저것을 이런 의도로 찍어보겠다는 것은 순전히

나의 아이디어이니 저 사진의 주인공은 내가 맞다.

갤럭시는 조연일 뿐.

그러나 멋진 조연은 주인공을 돋보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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