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어머니 그립습니다.
8월 내 스케쥴 중 최고 중요 이벤트이자
마지막 효도라고 할 수 있는 이천호국원으로의
친정 부모님 두분 이장일이다.
몇 번씩 확인 작업을 거쳤으나
사람이 하는 일인지라 어제부터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어느 한 곳에서 펑크가 난다면 힘든 하루가 될 것이 뻔했다.
일단 왕복 거리가 어마어마하다.
운전은 아들 녀석이 그 비싼 휴가 하루를 쓰고 대신해주기로 했다만.
남편 아침을 차려놓고 간식거리를 주섬주섬 챙겨서
오늘의 주운전자이자 중차대한 역할을 할 큰손자인 아들 녀석 픽업을 간다.
지난 주 힘든 출장을 보내고 어제 하루 쉬었다고는 하지만 아직 피로감이 얼굴에 가득하다만
외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이사시키는 큰 일에 적극 협조해주니 고맙기만 하다.
목동에 도착해서 아픈 동생에게 오늘 이장 일정을 이야기해주고(눈은 뜨고 있었으니 알아들었을 것이다만)
오랜만에 이모라고 부르는 아들 녀석 목소리도 들려주고는
막내 동생 부부와 조카까지 함께 현재 계시는 납골당으로 출발한다.
윤달이라 우리처럼 이장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 편인가보다.
척척 알아서 서류 절차를 밟아준다.
물론 신청 자체를 누락해서 지난 주에 다시 재확인 과정을 거쳤었다만 너그러이 용서해준다.
엄마는 5년, 아버지는 3년째 거주하던 이 곳을 마지막으로 눈에 담아본다.
오늘 구름이 예술이다.
조금 서둘렀더니 시간에 여유가 있어서 어제 방문했던 그 식당을 재방문했다.
이렇게 빠른 시간 안에 재방문을 한 식당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만
아들 녀석도 남편도 그리고 나도 좋다고 한 식당은 흔치않다.
어제는 고등어구이와 쭈꾸미볶음만 먹었는데
오늘은 인원이 많으니 보리굴비와 아들 녀석 원픽인 간장게장까지도 시켰다.
어제보다는 아니지만 여전히 맛났고
어제보다는 일찍가서 식당에 사람이 조금은 적었고
미국으로 다시 공부하러 돌아가는 조카 녀석에게 녹찻물에 말은 보리굴비의 첫 맛을 보여준 것으로 만족한다.
재취업을 이유로 밥값은 내가 냈다.
비싼 연봉을 받는건 아니지만 이렇게 즐거운 밥값을
낼 수 있게 해주니 좋다.
어제 사고 싶었던 오이지무침과 마늘쫑볶음(아주 가늘게 채쳐서 특이했다.) 그리고 엿도 하나 구입했다.
혈당 조절중인 막내가 부러워한다.
이천호국원으로의 이장은 사실 작년부터 틈틈이 알아보던 일이었다만
새 건물 증축으로 올해서야 이루어졌고
날자를 지정하는 날 아침에는 <불꽃야구> 티켓팅 실력으로 다져진 나의 신공을 발휘해서 간신히
방학 중 윤달 기간 내에 이장일을 결정할 수 있었다.
멋지게 구축된 새 건물이고
산과 들과 구름이 보이는 멋진 뷰를 가지고 있는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가유공자만 갈 수 있는 이천호국원에 정해진 절차를 마치고 부모님께 배정된 곳은 가장 높은 곳이다.
사실 부모님은 높은 층을 좋아라하지 않으셨다.
3층 이상 아파트에서 사신 적도 없다.
불이 나면 뛰어내려도 죽지 않는 높이가 3층이라셨다.
고소공포증이 있으셨을수도 있다만
아마 지금은 없으실 것이라 믿는다.
이천호국원에 와서야 거의 단 높이로 볼 때
10층 정도되는 제일 상단 펜트하우스에 입성하시다니
세상 일 모르는 거다.
높은 곳에서 이 멋진 뷰를 구경하시면서 오래토록
잘 계셨으면 참 좋겠다.
이천은 대학생 시절 친구네 미술반 동아리와 함께 도자기를 구우러 처음 방문했던 곳이다.
그곳에서 도자기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빚어보고 구워도 보고
다 구운 도자기에 글도 써보고(자작시였다.
그 자작시가 나의 대학문학상 수상작의 근본이 되었었다.)
이천 시내에서 장보기와 목욕도 했던 추억의 도시였다.
그리고는 한참 뒤 당시 이천에 있는 회사에 근무하는 남편을 만났었고
가끔 골프를 치러 이천을 다녀온 적은 있지만
이제 내 생애 마지막 직장 지역이 되었고
친정 엄마와 아버지를 모신 절대 잊을 수 없는 곳이 되었다.
아버지의 희망처럼 고향인 부산으로 모시지는 못했지만 이해해주시리라 믿는다.
이장을 마치고 올려다 본 오늘 하늘의 구름은
예술 점수 만점 플러스 만점이었다.
집에 돌아오니 긴장이 풀어져서 그런지 졸리고 목도 따가운 것 같고(자동차 에어컨 때문이련가?)
온몸에 힘이 하나도 없으나 잠은 오지 않는다.
아마 근처까지 다와서 옆 차선에서 갑자기 들어오는 차를 피하려 비틀거렸던 순간의 위험이 생각나서인지도 모른다.
나는 저절로 비명이 나왔지만
조카 녀석은 담담했고
아들 녀석은 그 순간 침착하게 사고를 피했다.
천운이다.
막내 동생이 영혼을 믿냐고 물었을 때
자신있게 안믿는다고 했는데
아까 사고를 막아주신 것은 분명 부모님 영혼의 힘인 듯 싶다. 감사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새 집에 잘 적응하고 잘 계시면 추석때 쯤 찾아뵙겠다고 되뇌여본다.
새 학교에서 30여분 거리이니 가능할 것도 같다.
하늘이 높고 구름이 예술 점수 만점인 날 다시 그곳에 가보겠다 다짐해본다.
그때는 아마 단풍까지 들어서 더더욱 멋진 곳이 되어 있을지 모르겠다.
유골함으로 만난 부모님. 많이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