뫼비우스띠가 된 것일까?
몸이 아프다는 것은 참으로 무서운 일이다.
몸만 아픈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정신이 망가진다.
나쁜 알고리즘에 탑승하게 되는 것과 똑같다.
정신을 차리려고 하면 할수록 더더욱 미궁 속으로 암흑 속으로 빠져든다.
아니면 좁고 긴 직사각형의 종이를 한번 꼬아서 양쪽 끝을 맞붙여서 만드는 뫼비우스띠가 되어 출구를 찾지 못하는 것일까?
오늘 오전에는 양로원에 계시는 시어머님을 근 한 달 만에 뵈러 나섰다.
다음 주부터 강의가 시작되면 이래저래 바쁘고 정신이 없을테니 그래도 한가한 오늘 길을 나선 것이다.
그 근처에 있다는 남편 친구의 세컨 하우스도 볼겸 말이다.
남편에게 와서 책이나 읽으면서 황토방에서 힐링하고 휴양하라고 했단다.
그 마음이야 고맙기 그지없지만 가능한 일이지는 알 수 없다.
모르는 길을 차를 가지고 나서는 것을 좋아라 하지 않는 나이지만
오늘의 미션 수행을 위해서 그 두려운 길을 나선다.
출발 오분 후부터 난관이 시작된다.
분명히 어머님께 사가지고 갈 것이 없냐 물었을 때 없다하더니
양로원 직원들에게 줄 음료수를 사자고 한다.
지난번 양로원 근처에 마트가 없어서(지난번에는 수박을 사가지고 갔었다.)
그 마트를 찾느라 길을 여러번 놓쳤었던 기억이 떠올랐고(시골길에는 유턴이 한참 가야 가능하더라.)
나는 그 근처 편의점에서 사가면 안되겠냐 했는데
남편은 편의점은 무조건 비싸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고(비싸긴 하지만 그만큼 편리성이 있기도 하다.)
대형 마트에 가서 음료수를 사고 길을 찾아가는 것이 뭐가 힘드냐고 반문한다.
나는 한번 길을 놓치면 불안감이 엄습하며 진땀이 나고 당황하는 최강 길치라고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가보다.
내가 신체의 과학적인 원리를 잘 모르는 남편이 절대 이해되지 않는 것과 똑같다.
미리 이야기를 해주었으면 내가 집 앞에서 음료수를 사서 냉장고에 시원하게 보관했다가 가져가게 준비했으련만...
서로가 서로를 무지하게 답답하게 생각한다.
코로나 19에 걸렸으나 무증상이셨다는 시어머님은
며칠전부터 소화가 안되어서 토사곽란이 일어나고 설사도 심했다고 하셨는데
지금은 괜찮다고 하신다만 얼굴 살이 빠져보이신다.
아들과 시어머니가 동시에 살이 빠지고 기운이 없는 모습으로 오랜만에 조우하는 면회실이다.
그래도 기운이 어디서 나는지 과거 이야기부터 주구장창 비슷한 래퍼토리의 이야기를 읊어대신다.
이제 거의 백번은 들은 내용인 것 같다만 남편은 인내심이 대단한 효자이다.
큰 시누이 같았으면 벌써 말을 잘랐을텐데...
그 와중에도 나는 요양원의 1층에는 거동이 힘든 분도 계시다는 것을 확인했다.
예전에는 요양병원과 요양원의 구분이 엄격했는데 이제 안그런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는 친구의 세컨 하우스를 주소만 덜렁 들고 찾아간다.
북한강변이 멀리 보이는 곳이었는데
2층으로 올라가는 난간의 폭이 좁고 경사가 급하며
1층은 벅적대는 식당이고 2층 한 구석만 자그마한 원룸형 공간이 있는 곳이다.
내부에 책은 진짜 영역에 상관없이 많이 있어서 독서를 하기에는 최상의 공간이었으나
(사실 남편이 독서를 많이 하는 사람이라고는 생각한 적이 없는데 지금은 그렇다.
어찌 된 것일까? 결혼초에는 만화를 빌려다 읽는 경우만 있었는데. 독서광이었던 나는 이제 강의 대비용 빼고는 책을 전혀 읽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만. )
혼자 그 곳에 있다가는 고독사하기 딱 좋아보이던데
내 말은 전혀 듣지 않으니 어떻게 결론을 내릴지는 모르겠다.
원래도 고집이 센 편이었지만 아프고 나니 더더욱 고집을 넘어서서 아집이 되어가는 중이다.
그리고는 오늘의 하이라이트.
가장 기가 막히는 일이 벌어졌다.
집에 오니 무언가 허름한 택배가 와 있었다.
꽤 묵직하여 남편이 들기 힘들 듯 하여 내가 포장을 뜯어보니 세상에나 외국에서 배송되어 온 과자이다.
남편말로는 혈당도 잡아주고 살도 찌워주는 흑미과자라 하는데
(아니 그런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신기한 과자가 있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
중국어로 써 있는 내용을 나는 읽어보고 싶은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물론 중국어를 잘아는 동생이 있으니 물어보면 무언가 알수 있겠지만
지금 이 중요한 시기에 푸드마일리지가 가장 적은 신선한 음식을 먹어야 할판에
유효 기간도 명시되어 있지 않은
과자를 외국에서 굳이 배송받아야 하는게 맞나 하는 생각에 화가 치밀었다.
남편은 항암이나 대체 치료, 자연 치유 이런 내용의 유튜브를 자주 찾아보니(유튜브를 크게 틀고 자는것을 여러번 보았다. 동물의 왕국을 틀어놓고 주무시던 아버지와 싱크로율 90프로이다.)
그 알고리즘을 타고 이 정체모를 과자에 대한 광고가 떴던 모양이다만
이런 것에 혹할 정도로 멘탈이 무너진 것인가 싶어서 안타깝고 화가난다.
무려 세 박스나 왔다.
이미 포장이 빵빵해진 것도 있다.
포장이 빵빵해졌다는 것이 어떤 과학 원리인지는 차마 설명하지 않았다.
강의 내용에 꼭 유사과학에 대한 대비 부분을 넣어야겠다.
유튜브에 나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두 다 믿는 그런 상황이 오지 않게 말이다.
모든 정보는 신뢰성이 있는가가 가장 중요한 판단의 근거이다.
몸이 아픈 환자를 상대로 상술을 발휘하는 그런 나쁜 놈들에게 화가 난다.
중국산이라고는 광고 어디에도 나오지 않았다 한다만
딱히 국내산이라고 광고는 대놓고 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참으로 기가 막히는 저녁이다.
너무 기가 막혀서 오후 브런치 쓰는 일까지 늦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