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인지 모르겠지만 기억이 날 오늘 오후

이렇게 추억을 쌓았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내일 개강을 앞두고 모험을 걸어보았다.

평소의 나 같으면 절대 이런 모험에 도전하지 않았을테지만

(안전빵 위주이고 절대 무리한 스케쥴을 잡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적어도 올해 마지막 고척 야구장 직관이라 하고

20일에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미국으로 돌아가는 조카에게 잊지 못할 선물도 주고 싶고

(야구 선수 희망자였다. 지금은 깨끗이 접고 공부에만 전념하고 있지만 야구는 그의 유년기의 꿈이었다.)

아들 녀석과 초등학교 이후로 못했던 함께 야구 직관을 꼭 한번은 하고 싶었었다.

(지금껏 다른 약속이 있다고 이리 저리 피했다.

나의 옆 자리에 붙어 앉아서 야구를 보는 벌을 받고 싶지 않다는 아들 녀석의 마음도 이해한다.)

오늘은 다행히 스카이 박스를 지인이 예약해주었으니

함께 입장은 하지만 따로 또 같이 야구를 볼 수 있다.

흔쾌히는 아니지만 운전도 해주고 밥도 같이 먹어주고 같이 보는 사람들에게 인사도 잘해주고

기쁜 동행을 해주었다.

올해 효도의 1/3은 해준 것 같다.


티켓을 받기 전 인증샷을 찍으러 가다가

방송국 인터뷰어에 잡힌 것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나 때문이 아니고 순전히 등에 매고 있던 이전 유니폼을 리폼한 가방때문이었다.

아들 녀석은 인터뷰를 안한다고 도망가고(E 성향인데 이상하다.)

나는 분명히 짤려서 방송에 안나올 거라고 생각하고

I 성향인 조카와 함께 인터뷰에 응했다.

내 생전 방송국 길거리 인터뷰는 처음이자 마지막일테니 말이다.

이제는 무엇을 하던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확률이 높다.

방송으로 가방이나 보여진다면 다행이겠다 생각한다.

선글라스도 안꼈고 감독님 마킹한 유니폼도 안 입은 상태여서 나의 신변 보호에 문제가 조금 있다.

아마도 알아서 잘 편집해줄 것이다.

끼가 많은 인터뷰를 한 사람들이 넘치고 넘칠 것이다.

만약에 나온다면 아마 아들과 조카 녀석이 오늘의

나를 기억하면서 돌려보아줄 것이라 믿는다.


야구를 보는 일은(특히 일방적으로 응원하는 팀의 경기일 경우)

마음이 너무 아프고 긴장이 되고 배도 쌀쌀 아프고 힘이 든다.

오늘은 팽팽한 투수전이어서 더더욱 그랬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도 아니고 안 일어난 것도 아니다.

적어도 7회까지는 그랬다.

경기 결과는 생중계로 보신 분들도 있겠다만

못 보신 분들을 위하여 스포 방지 차원에서 이야기하지 않겠다만

나는 8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때 일어서지 않으면 기운이 점점 더 사라져

내일부터 강의를 달려야하는 내가 기운이 안날 것 같아서이다.

집에 도착해서는

내일 나를 새 학교에 데려다 줄 자동차에 기름도 넣고

머리도 정성껏 드라이해주고(첫 주 한정이다.)

내일 도시락도 준비하고 이 글을 쓴다.

오늘 주먹밥을 싸가지고 야구장에 가서

내일은 유부초밥으로 급 변경이다.

그리고 내일 브런치글은 언제 쓰는게 가능할는지

언제 올릴 수 있을지 알 수는 없다.

내일 안에 글 하나라도 올리는 것이 목표이기는 하다.


(글을 쓰는

내내 신발을 바꿔신고 가지 말았어야하나하는 징크스 아닌 징크스 생각이 든다만

언제 아들과 조카와 함께 야구를 또 보겠나 싶고

언제인지 모르겠만 그들이 나를 기억하면서

오늘을 함께 기억해주리라 믿는다.

집에 오니 고양이 설이가 눈을 흘긴다.

오래 나갔다와서 자기가 심심했었다는 투정이리라.

내일부터는 월, 수, 금요일은 더욱 더 심심할텐데 어쩔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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