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닷!
오늘은 새 출발을 하는 기념비적인 날이다.
꼼꼼하게 어제 저녁에 모든 것을 세팅했다.(그렇게 믿었다.)
잠속에서도 강의 시뮬레이션을 했다.
그래도 아침에 벌떡 일어나는 것을 보면 내 정신 상태가 아직은 쓸만한가보다.
남편 아침을 준비해두고
(물론 일어나지 않았다. 새벽에 잘 못자니 아침에 제일 푹 자는 듯 하다. 깨우지 않는다. 절대로...)
매뉴얼대로 착착 움직여서 준비가 끝나는 대로 곧장 출발한다.
고양이 설이에게 조금은 미안함을 느끼면서...
조금은 멋져 보이는 나를 칭찬하면서 말이다.
이렇게 일찍 집을 나서는 것은 새벽골프 나갈때 빼고는 없는데.
뭐 골프장 가는 길이나 학교 가는 길이나동선이나 바깥 풍경이 비슷비슷하긴 하다.
그런데 출발 3분만에 쎄한 느낌이 든다.
내 첫 강의를 위한 필살의 준비기구.
거금 4만원을 투자한 PPT 넘기고 레이저 포인트 기능을 하는 그것을 가방에서 못본듯한 느낌이 든다.
신호에 걸린 사이에 가방을 샅샅이 살펴보았으나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어제 가방 옮기고 정리하면서 그것만 특별히 중요하다고 빼놓은 듯 한데 그 이후는 도저히 생각나지 않고 오늘은 본 기억이 없다.
까마득하다. 실망스럽기가 그지없다.
첫 시간에 뽀대나게 사용하려 했었는데
그게 제일 중요해서 USB 까지 함께 넣어두었는데 말이다.
기분이 급 우울해진다. 거의 지옥 입구까지 내려간 느낌이다.
하필 플레이리스트에서는 느린 발라드가 나온다.
집에 있으면 다행인데 짐이 많았는데 들고 오다가 지하 주차장에서 떨어트린 것일까봐 걱정이 되나
이미 엎지러진 물이다.
그럴 줄 알고 파일은 이미 사이버캠퍼스에 업로드도 해두었고
내 메일로도 보내두었으니 되었다고 위로해보지만
참 이상한 일이다. 꼭 중요하다고 잘 챙겨두면 놓친다.
머피의 법칙도 아니고 과학적으로는 도저히 설명되지 않는 일이다.
설상가상으로 비까지 훝뿌린다.
할 수 없다를 되뇌이면서 음악을 바꾼다.
<Go on> 이라는 내 최애 <불꽃야구> 팀을 응원하는 노래인데 가사가 힘을 내준다.
열심히 따라 부르면서 운전을 하니 그나마 마음이 조금은 안정이 된다.
아참 목소리를 아껴야는데. 오늘 강의가 다섯 시간이나 있는데. 어제 야구 응원하느라 목이 잠겼는데...
이럴 때 하는 말이 켄세라쎄라 혹은 될대로 되겠지 인가보다.
그래도 노래 덕분인지 각성 덕분인지 운전도 잘되고(액땜이라고 굳이 치부하기로 한다.)
무사히 학교에 1착으로 도착했다.
아무도 없는 주차장 가장 좋은 자리에 차를 파킹하고
내돈내산 강의 준비물을 나르고
이제 수강변동 기간이 끝나서 확정된 운명의 만남을 기다리는 학생들의 출석부를 출력하고
아침에 만들어온 딸기잼 가득 치즈 1/2장 얹은 롤빵을 먹으면서 이 글을 쓴다.
아마 또 놓친게 있을지 모른다만
그것이 중요한 것만 아니면 괜찮다.
어쩌겠나. 아프지 않으면 된다.
이제 9월이다.
오늘 대문 사진은 올 더위를 나와 함께한
모자와 선글라스이다. 뜬금없다 하실까 싶어 적는다.
이제 얼마지나지 않으면 굿바이 할지도 모른다.
(레이저포인터와 USB는 지갑에 소중하게 보관되어 있었다. 정말로 소중하게. 오늘 지갑을 열어볼 일이 없었다. 잊어버린게 아니니 다행이다만. 이 정신머리를 어쩔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