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과학 교사의 수업 이야기 159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는 않아.

by 태생적 오지라퍼

노래 제목에 딱 들어맞는 하루이다.

USB와 레이저 포인터를 제외하고는 만반의 준비를 하였다고 생각했으나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 않았다.

30분 일찍 강의실에 도착해서 리허설을 해볼까 하였는데

아뿔싸. 셔틀을 타고 일찍 도착한 학생들이 벌써 서너명 앉아있다.

리허설은 못하고 뻘쭘하게 그들과 대화를 시도한다.

다행히 착하게 나와 대화를 나누어준다.

빔은 나오고 인터넷도 되고 에어컨을 틀었더

꽤 시간이 지나야 온도가 내려가서 선풍기까지 틀었어야했고

온라인으로 체크하는 전자출석 시스템은 강의 시간이 되어야만 구동이 되고

(아직 그 시스템에 대해서 반 밖에 이해하지 못했다.)

그 와중에 계약서도 전자 문서로 제출했고

교강사가 들어야 할 필수 강의를 들으라는 메일이 도착해 있음도 확인했다.

이제 진짜 시작이라는 느낌이 확 든다.


<인물로 보는 과학의 역사>는 50분씩 3시간 속강이다.

인물이냐 과학이냐 역사냐에서 어느 부분에 방점을 찍을 것인가를 오래 고민했는데

균등하게 가면서 과학에 포인트를 주기로 마음먹었었다.

과학도 역사도 암기 과목이 아니고

사회의 흐름과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며

이 과정을 통해서 사회변화와 미래 사회 예측과

유연한 대처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내 강의의 핵심이다.

파워포인트를 너무 많이 만들었고

학생들은 너무 조용했고(익숙하지 않다. 마구 떠들어대던 중학교 남학생에게 익숙해진 탓이다.)

강의가 늘어지는 느낌이 싫어서 순서를 바꾸어서

학생 활동을 대거 집어넣는다.

개인별 활동과 조별활동을 하고 이 결과를 패들렛에 공유하는 과정을 집어넣으니 조금은 생기가 돈다.

나는 가만히 조용히 불상처럼 앉아서 수업을 듣는 것을 참기 힘들다.(그러다가 졸게 되어있다.)

시끌벅적해도 생기있게 서로가 의견 교환을 하고 무언가를 해결해나가는 것을 선호한다.


<과학적 사고와 상상력> 강좌는 50분씩 2차시 연강 수업이다.

3차시보다는 훨씬 가벼운 마음이 들고 주제도 역시 소프트하다.

오전 수업보다는 남학생의 비율이 더 많다.

역시 PPT 양이 넘쳐서 일부는 다음 시간으로 넘긴다.

월요일 수업을 하면 똑같은 수업을 수, 금에 진행하면 되니

앞으로도 월요일 수업이 가장 중요하고 관건이 되지 싶다.

오늘은 두 강좌 모두 과학을 왜 배워야 할 것인가에 대한 이해에 포커스를 맞추었고

과학이 지식이 아니라 태도와 생활 방법임을

그리고 우리 주변에 흔한 일임을 알려주는데 최선을 다했다.

생각보다 힘은 덜 들었는데 도시락은 다 비웠고

금 우유와 시리얼을 조금 더 추가해서 먹었다.

살찌우기 가능할 것 같다.

지금은 비교과 프로그램 기안을 올려야는데

(그래야 학생들이 신청이 가능하다는데)

처음하는 시스템이니 선배에게 배워야 하는데

계속 회의가 끝나지를 않는다.

젊고 친절한 윤교수님이 빨리 자리로 돌아오시기를 기다리며 이 글을 쓴다.

아마도 출근한지 12시간만에 귀가하는 날이 될 것 같은 예감이다.

할 수 없다. 첫 날은 그렇게 계획대로 되지 않는 법이다. 오죽하면 노래 가사에도 등장하겠냐만은.

(그래도 무사귀환해서 <불꽃야구> 본방을 기다리고 있으니 다행이다.

오늘 50명쯤에게 홍보했는데

<스튜디오 C1> 구독자수 증가에 한 몫 했으려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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