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수, 금요일과 화, 목요일의 명확한 차이

일과 쉼의 분리는 그렇게 명확하게 되지는 않는다만.

by 태생적 오지라퍼

사실 월, 수, 금요일의 수업을 내가 희망한 것은 아니었다.

2학기가 처음 출강인데 내가 어느 요일, 어느 시간에 수업을 달라말라 할 처지가 아니었다.

일다 행정실에서 짜 준 시간표가 그랬고

그래서 조심스럽게 문의를 했었다.

<금요일인데 수강신청을 하겠냐고?

금요일 오후 수업은 거의 진행 안하는 것 아니냐고?

물론 비공식적이겠지만.>

그런데 처음 톡으로 대화하는 행정실 직원이 아니라고 그게 무슨소리냐고

우리학교는 금요일 수업 정상적으로 운영한다고

단호하게 답을 하였다.

나는 그렇구나 했다.

신참이니 서로 안하려는 금요일 수업이 당첨이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전공필수도 아니고 교양선택인데 과연 수강신청을 할까?

내가 산책하는 대학들에서는 금요일 오후면 이미 절간이 되더라.

또 대학에 나가는 막내 동생 부부도 금요일 오후이면 서울집으로 올라오던데 이상하다 싶긴했다만

더 이상 뭐라 의견을 낼 수는 없었다.

늙고 깐깐한 초자가 들어왔다는 이야기를 듣기 싫어서였다.


아니나 다를까?

금요일 오후 수업 수강생수가 간신히 폐강 위기를 넘은 정도이다.

내가 학생이라도 금요일 오후에 수업을 하고 싶지는 않을 듯 하다.

내가 몰라서 생긴 일이고(힘이 없어서 생긴 일인가?)

월요일 16시에는 비정기적으로 교수 회의가

수요일 저녁에는 비교과 동아리 프로그램이 있어서 부득이하게

힘의 안배를 위해 금요일 오후 수업을 그러겠다고

한 것인데

수요일 쉬는 오후에 넣었어야 마땅하다.

이제서 후회해봤자 소용은 1도 없다.

비교과 프로그램이 18시 30분부터 시작인데

내 머릿속에는 16시 30분부터라고 잘못 입력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빈 시간이 만들어졌을수도 있다.

그 사이에 들어갔음 딱이다만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18시와 16시가 자꾸 헷갈린다. 예전부터 그랬다.

이미 엎지러진 물인데 할 수는 없고

(요새 자꾸 물을 엎지른다. 화나고 울적해진다.)

그래도 그 험난하고 피하고 싶은 금요일 오후반 수강 신청을 해준 15명에게

(20명까지 갔다가 결국 수강 신청 변경기간이 끝나고나니 15명이 되었다.)

더더욱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내년 학기에는 절대로 월, 수, 금이 아니라

월, 화, 수의 삶을 살아보겠다.

그것이 훨씬 선택과 집중에 나을 것 같다.

월, 화, 수요일하고 목, 금 쉬고. 딱이다.

머릿속으로는 그렇다만 그렇게 두부자르듯 되지는 않을것이다. 내 성격상.


고양이 설이가 아직은 내 바뀐 생활 패턴을 읽지 못한 것 같다.

어제는 부리나케 일어나자마자 자기 궁둥이 팡팡도 안해주고 나갔다가

늦게 들어오더니(배가 고팠는지 안먹던 츄르를 주니 순식간에 먹었다.)

오늘은 이 시간까지 누워있는 나를 뾰루퉁한 표정으로 쳐다본다.

아마 곧 월, 수, 금과 화, 목의 전혀 다른 나의

시간 패턴을 이해하는 날이 올 것이다.

강의 준비와 다양한 서류 처리 그리고 장거리 운전이나 출퇴근등에 전념하는 월, 수, 금의 나도 멋지지만

고양이 뒤를 쫓아다니고 청소와 반찬 등 집안일 만들기에 전념하는 화, 목의 나의 일상도 소중한 것이다.

그러나 오늘도 역시 어제 실제 강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강의 자료 최종본을 만들어서 다시 업로드해야하고

어제 받은 수업 중 산출물이 적힌 패들릿 파일을

다운 받고 정리해두어야 하고

이래 저래 이번 주 강의 준비와 보완을 해야 하는 자잘한 일들은 있다.

그 사이 또 예정에 없던 일들이 불쑥 생기기도 할 것이다.

래도 그날 하루 해야할 일이 뚜렷하게 있다는 것이 행복이라는 것을

나는 이미 3월부터 8월까지의 휴직 기간동안 절감했다.

왜 휴직이냐면 일을 할 의사는 있는데 취업이 안되었던 기간이기 때문이다.

실직이라고 쓰기에는 조금 마음이 아파서 휴직이라고 돌려써보았다.

7시 40분. 남편 아침을 차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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