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지않는 혼밥 요리사의 비밀레시피 172

도시락인가 잔반처리기인가

by 태생적 오지라퍼

2주간에 걸쳐서 학생식당 조식, 중식, 석식을 한번씩 경험해보았다.

푸드 전공이 있는 학교이고 학생식당 운영에

푸드과 교수님들이 업무를 맡아주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맞은편에 있는 이태리 식당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그곳도 두 번 다녀왔다.

한번은 식사로 한번은 샐러드를 포장하기 위해서.

두 곳 모두 퀄리티가 제법 괜찮다.

그리고는 무인으로 운영되는 편의점도 한번 다녀왔고(처음으로 무인 키오스크 계산을 해보았다.)

또 학생들이 만들어서 무인으로 판매하는 쿠키 종류도 구입해봤고

(먹어보지는 않고 계속 질문거리가 생겨서 도움을 청하게 되는 행정직원들에게 선물하였다.)

만화 속 주인공들이 모두 존재하는 멋진 카페에서 음료도 사보았으니

아마도 새 학교 먹거리는 한번쯤은 다 경험했을지도 모른다.

숨겨진 곳이 있을지도 모른다만...


학식은 젊은이 위주의 달고 짜고 매운 자극적인 음식이 아니어서 좋았다.

조식에는 눌은밥이 중식과 석식에는 고기와 쌈채소가 제공되는 것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양을 내 맘대로 떠 갈 수 있으니 그것도 좋았고

신경 쓰지 않고 뒤돌아 앉아서 식사 할 수 있는 BAR 테이블 형태의 식탁도 좋았다.

그러나 아직 한번씩만 먹어서 그렇지 그 횟수가 증가할수록 무언가 다른 것이 먹고 싶어질 수 있을 것이다. 아마 틀림없이 그럴것이다.

한 끼는 학교 기관들의 도움을 받았으나 두 끼를 모두 그럴 수는 없다.

따라서 간단한 도시락을 싸가지고 간다.

아침이 될 수도 점심이 될 수도 있다.

유부초밥, 버터와 딸기쨈을 가득 바른 롤빵, 삶은 고구마, 계란과 오이가 주 재료인 샐러드, 시리얼과 우유, 잔반으로 싼 불고기 볶음밥, 달걀 후라이를 살짝 터트려 넣은 현미식빵이 2주간의 도시락 메뉴였다.

물론 나에게는 도시락이고 남편에게는 아침 식단이 된다.

다음 주는 딸기쨈을 바르는 대신 오늘 남편이 또 충동 구매한(본인은 심각하게 고려해서 샀다고 한다만)

스웨덴 산 땅콩버터쨈(아니 우리나라 것도 많은데 왜 자꾸 수입산을 사는 것이냐.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다.) 바른 롤빵만 확정이다.

사두었으니 개봉했으니 상하기 전에 빨리 먹어야한다.


오늘 점심은 오랜만에 아들 녀석이 집에 와서 셋이 함께 먹었다.

남편의 메인 음식은 가자미구이이고

아들 녀석의 메인 음식은 보쌈이고

나는 찬물 말아서 명란젓 올려 먹었다.

각자 음식 취향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그래도 아들과 나의 교집합은 다양한 종류의 고기이고(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까지만)

남편과 나의 교집합은 장아찌 종류이고(모든 종류의 장아찌를 다 좋아라 한다. 너무 간이 세지만 않는다면)

아들과 남편의 교집합은 술인 듯 하다.(술때문에 위암에 걸렸다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그래도 생각이 나는 모양이다.)

아파서 지금은 물론 술을 입에 대지도 못한다만

깨끗하게 다 나아서 아들과 남편이 내가 만든 먹거리를 안주삼아 술 한잔을 할 수 있는 날이 오려나 모르겠다.

물론 나는 안주만 먹을것이다만.

나에게 술을 억지로 알려준 첫 해 제자 녀석들이 생각나기도 하는데 술은 나랑은 안맞다.

실험실에서 맡던 냄새와 매우 비슷하다.

다음 주 강의 준비 못지않게 중요한 도시락 메뉴 결정이 필요한 순간이다.

일단 낙지비빔밥 조금 남아있는 것은 월요일 당첨이다.

도시락이라지만 실상은 잔반처리인 셈이다.


(대문 사진은 이번 주 목요일 식당에서 사서

집에 와서 남편과 나눠 먹은 감태김밥이다.

계란 듬뿍이라 영양가도 높고 특이한 감태 맛도 일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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