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기다려진다.

즐거운 상상과 계획

by 태생적 오지라퍼

바빴던(일부러라도 내 몸을 쉬게 하지 않았던) 점심까지의 시간을 보내고 나니

썰물이 빠져나가듯 기력이 떨어진다.

청소도 하고 빨래도 하고 반찬도 해두었다.

이제 무엇을 더 할 것인가?

해야할 일은 많다만 진도가 팍팍 나가지는 않는다..

일단 교육과정평가원에서 의뢰한 제언 작성이 있고

(오늘 초안을 만들어보냈다. 방향이 맞지 않으면 헛일이 되니 일단 초안 수준을 보내본다. 무언가 피드백이 올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에서 의뢰한 에코스쿨 프로그램 구성도 있는데 영 진도는 나가지 않는다.

부분 수정은 그나마 괜찮은데 새로운 프로그램을 2개나 개발해야하고

그 주제가 에너지와 건축 부분에 연결되어야하니 그렇게 자유도가 높은 주제는 아니다.

제로 에너지 하우스, 친환경 건축 이런 것들은 이제 조금은 식상한 주제이고

무언가 빵 터지는 새로운 주제는 없을까 자료만 찾아보는 수준이다.

그나마 4주차와 5주차의 강의는 어느정도 윤곽이 잡혔으니 다행이다.


내일은 셔틀버스 막차를 예약한 날이다.

비교과 프로그램의 7번 중 2번째 활동이 진행되는 날이고

<광물>을 주제로 이야기와 체험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며

최고의 특강 강사님도 섭외해두었다.

강사비와 실험 준비물 비용은 내돈내산이다.

아직 이 프로그램 운영에 대한 실제적인 내용을 모르는 시기에 준비된 약속인데다가

내 업무포털에서는 아직 예산과 사업코드가 보이지 않는 상태이고

지금 준비물을 신청하기에는 시간적으로 늦었다.

평소에 늘상 하듯이 내 돈을 투여한다.

이러다가는 강사비 수당보다 수업 준비물비가 더 들지도 모른다만

학생들이 즐거워하고 무언가 얻어갈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재능 기부나 장학금 지급 등이라고 생각하겠다.

적은 수당에도 달려와주신다는 강사님께는

맛있는 학식이나 이탈리아 식당 중에서 선택하여 저녁을 대접하려 한다.


내일 강의 끝나고 비교과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까지 두 시간 정도의 여유 시간에는

수질검사 키트와 주기율표 키링 만들기 키트를 한번 실험해보아야 한다.

뭐든지 한번 해보지 않고서 수업에 적용할 수는 없는 법이다.

내가 사용했던 키트와는 다른 것들이 들어와서 다소 당황한 상태이다.

한번 해보고 장단점을 파악해보고 미리 샘플 하나를 만들어두면

학생들에게 보여줄 수도 있고 당황스럽지도 않으니 중요한 사전 실험 시간인 셈이다.

나는 항상 사전실험을 하는 것을 모토로 삼았었고

첫해 제자들은 나와 이런 사전 실험 시간을 함께 했던 녀석들이다.

그들과 함께 했던 서툴기만 했던 내 교직 생활 첫 해가

지금은 지나고 보니 최고의 한 해였음을

그리고 그들이 내 강의 생활의 첫 번째 무한 감사를 보내야 할 구독자 였음을 이제는 잘 알고 있다.

교직 생활 내내 지켰던 또다른 모토는 수업 끝종이 치고 나면 절대 수업하지 않기( 10분 쉬는 시간은 너무도 소중한 것이다.)와

절대로 숙제를 내지 않기(과학 공부말고도 해야할 일들이 너무도 많다.)였다.

다 나의 학창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내일은 또 하나의 중요한 행사가 있는 날이다.

내년부터 프로야구 선수로 경기에 참여할 수 있는 선수들을 뽑는 대망의 드래프트날이다.

열심히 하지 않고 프로선수가 되고 싶지 않은 선수는 없겠지만

스포츠 사회가 아마도 최고의 경쟁 사회일수도 있고 모두가 잘 될 수는 없는 시스템이다.

선발되는 사람과 아닌 사람의 희비가 엇갈리게 되는 운명의 날이다.

내가 응원하고 있는 몇몇 <불꽃야구> 아기 감자 선수들이 그들의 희망대로

프로의 세계에 입문하게 될지 알 수 없지만(그러기를 기도하고 있지만)

안된다고 해서 인생이 끝나는 것은 절대 아니니 굳세어지기를 바란다.

물론 안된다면 당분간은 많이 아프고 힘들고 괴롭겠지만

고치기 힘든 병에 걸린 것은 아니지 않는가?

더 나쁜것을 생각하면 버티기가 조금은 쉬워진다.

즐거운 상상과 함께 내일이 기다려지는 저녁이다.

물론 그 바탕에는 항암주사를 맞고온 남편의 컨디션이 그럭저럭 하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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