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다. 받아들여야지.
제일 좋아하는 것이 자는 것이었던 사람이다.
먹는 것, 노는 것, 일하는 것보다 자는 동안의 평안함을 즐겼고
그걸로다가 피로를 푸는 스타일이었다.
힘들고 슬프고 어려운 일이 있을수록 더욱 더 잤다.
아플때는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그런데 지금 딱 신생아 수준의 잠을 잔다.
두 시간 정도마다 깨는 것이다.
처음 이런 수면 패턴이 되었을때는 절망 그 자체였다.
자궁근종이 심해져서 하필 근처에 있는 방광을 누르고 예민성 방광이 되어서 자꾸 화장실을 가게 되었던
그 때 부터인 것 같다.
여러번 깨서 화장실을 다녀오곤 하니 잠을 잔 것 같지 않은 느낌이었고
다음 날 아침이 되어도 기분 좋게 일어나지지가 않았었다.
자궁근종 수술을 하고 나니 조금은 좋아지는 것 같았고
이제 푹 잘 수 있구나 좋아했는데
갱년기가 닥치면서(갱년기의 다른 증상인 열감등은 하나도 없었다만)
다시 잠을 설치는 일이 계속되었다.
아마 그리고 그때부터 살이 빠지기 시작했던 것 같으니
내 젊었을 때 그 많던 살의 원천은 잠이었을지도 모른다.
식사량이 그렇게 대식가는 아니었으니 근거있는 추론일지도 모른다.
요즈음 다시 새벽 화장실 가는 횟수가 늘어났다.
이유는 알 수 없다. 방광기능 저하일수도.
눈을 떠서 화장실을 가면 고양이 설이가 따라오고 엉덩이를 두들겨주다보면 잠이 슬쩍 달아나고
그리고 휴대폰을 보면 아까 깼을때보다 두 시간쯤이 지나있는 그런 시스템의 연속이다.
휴대폰을 멀리 두고 자는 일은 시도해보지 않았다.
아픈 친정부모님의 급연락이 언제올지 몰라서였다.
그 이후 쭈욱 아픈 동생, 아픈 남편이 뒤를 잇고 있다.
낮잠도 누우면 그대로 잤던 스타일인데
(그랬던 날이 그립기만 하다.)
몸의 피로도는 느껴지는데 전혀 잠이 들지 않고
휴대폰만 보다 결국 다시 몸을 일으키니
진정한 의미의 휴식을 했다고는 볼 수 없다.
셔틀버스에서라도 잠을 자고 싶은데 그것도 그리 쉽지는 않더라.
지난번 다른곳으로 갔던 트라우마 작렬일지도 모른다.
눈만 감고 있는 형태라도 휴식이 된다고 굳게 믿고 있다.
잠만 신생아 상태로 회귀한 것은 아니다.
먹는 것도 그렇다.
아주 조금씩 자주 먹는다.
소화기능이 점점 떨어진다는 것이 느껴진다.
한때 통통을 넘어서 뚱뚱하다고 엄마에게 늘상 구박받던 나였다는 것을 잠시 잊을만큼 말이다.
위속에 있는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의 활동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만
조금만 많이 먹거나 신경을 쓰게 되면 그 힘듬이
더 심해지는 느낌이다.
속이 부대낀다는 뜻을 이제야 확실히 알게 되었다.
따라서 친한 사람들은 나의 소식 스타일을 알지만
처음 보는 어려운 사람과의 식사는 자꾸 피하고 싶어진다.
왜 못먹냐고 시선을 받거나 말을 듣는 일이 그리 유쾌한 것은 아니다.
두 시간마다 꼬박꼬박 우유를 원샷해주었던 아들 녀석이 다시금 고맙고 장하다는 생각이 드는 아침이다.
어릴 때부터 음식을 깨작거리고 우유를 잘 안 먹고 수시고 토하고 하는 민감한 아이들도 있는데 말이다.
우유를 잘 먹고 쌔근쌔근 잠도 잘 자던 그리고
잘 웃어주기까지하던 100점 만점의 착한 아들 녀석이
자신을 꼭 닮은 손주 녀석을 보여줄 때를 기다리고 있다만
그 때까지는 내가 신생아라고 생각하고 지내는 수밖에 없겠다.
두 시간마다 일어나는 것을 감수하고
조금씩 자주 먹는 것도 감수하고
화장실 자주 가는 것도 감수하고
이것저것 자꾸 흘리고 놓치는 것도 감수해가면서(이러다가 턱받이를 해야할 날이 조만간 올지도 모르겠다.)
나 자신에 대한 기대감을 조금씩 놓는 연습을 해야겠다.
주말 아침이 왜 이리 짠하게 시작되는 것이냐?
아마도 집을 보러가야하는 이사를 앞두고 있어서
그럴 확률이 100퍼센트이다.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
운동 선수들에게만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