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는게 이기는거다.
집 맞은편에 어린이대공원이 있다.
나와 남편의 주 산책 코스이다만
다양한 계층에서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된다.
이 근처로 이사오기전까지는 그곳은
이제 내리막길에 접어든 낡은 놀이동산이라고만 생각했었다만(틀렸다. 완전히)
역시 실상은 자주봐야만 꼼꼼이 살펴봐야만
알수 있는것이다.
여름에는 곳곳에 물놀이장이 열린다.
한곳은 규모가 제법 큰 정식 수영장이고
그 주변에는 쉴수 있고 먹을수 있는
테이블과 캠핑 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캠핑장이기도 하고 풀사이드식당이기도 하다.
몹시 더웠던 올 여름 내내
그곳은 늘상 만원사례였고
아이들의 신남과 웃음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평생 기억되는 추억의 하루일것임에 틀림없다.
나도 그랬으니 말이다.
오늘 출근하다보니 이제 가을맞이 캠핑장으로 변신을 했더라.
고구마 수확 플랭카드가 붙었고(옆에 텃밭이 있다.)
익어가는 밤과 도토리가 떨어져서
다람쥐나 청솔모를 심심찮게 만나게 되었고
(볼때마다 꼬리 길이에 놀란다.)
이제 제법 가을 냄새가 훅하고 들어온다.
봄 가을에는 학교 단위로 체험활동이나 행사 일정이 있어 그들을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물론 놀이기구가 옛날 수준이라 실망감을 토로하기는 한다만.
미술 그리기 대회도 자주 열리고
종종 노래자랑대회나 공공기관의 행사가 진행되어 티켓없이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겨울이면 이곳은 늘 눈썰매장으로 변신했었다.
까르르 웃는 아이들의 웃음 소리 뒤에는
썰매를 끌어올리느라 힘든 아버지의 땀방울이 있다.
이제 이곳을 볼 날도 그리 오래 남지는 않았다.
이렇게 다양한 연령에게 즐거움을 주는
방향으로 이곳은 살아남았고
(물론 관계자들의 치열한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적어도 당분간은 지속가능한 운영 방안을 확보한듯 하다. 다행이다.
추억의 장소가 남아있기를 희망한다.
살아남는것이 이기는 것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이 시대와 세상 구석구석에서
어쨋든 살아남아 버티는 것이 최고이다.
그 분야가 어디든지 무엇이든지 말이다.
어젯밤.
가슴 떨면서 봤던 <불꽃야구> 라이브 생방송에서
올해 프로팀에 입단한 한 선수의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려는
앙다문 입술을 보았다.
그의 타격과 수비 그리고 주루 플레이는
2년전보다 엄청 발전해있었음에 틀림없고
(물론 감독님과 선배들의 도제식 교육이 그 바탕이다.)
그는 그 모든것에 감사하며 눈시울이 뜨거워지며
큰 절을 올리는것으로 우리와 아름다운 작별을 했다.
그 어렵고 힘든 큰물에서도 어쨋든 살아남기 바란다.
살아남는것이 야구와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다.
장소이건 사람이건 일이건 사랑이건
살아남아야 기억된다.
그게 우리 삶에서의 지속가능성이다.
이번주도 살아남으려 나도 먼 길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