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대중목욕탕이란?

아직 조금은 많이 두려운 공간

by 태생적 오지라퍼

대중목욕탕과 사우나의 구분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만 적어도 내가 즐겨 찾는 곳은 아니다.

일단 나의 몸을 보여주는 행위 자체를 별로 좋아라하지 않으며(뚱뚱한데서 기인했을거다.)

눈이 좋지 않아서 뿌연 상태인 것도 힘들고

안 좋았던 기억들이 아직도 나를 힘들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도.

한번은 다이어트 시기였던지 어질어질하다가

숨이 가쁘고 잠시 쓰러진 적도 있었고

(하늘이 하애진다는 것을 처음 느껴보았다.)

동생이 던진 쇠머리빗이 다리로 날라와 꽂히는

기막힌 신공이 벌어지기도 했으며

(피가 뚝뚝 떨어졌고 엄마는 쇠독이 올랐을지 모른다고 걱정했고 결국 파상풍 예방 주사를 맞으러 갔었다.)

그 시절 대중목욕탕은 항상 만원 사례였고

엄청 시끄럽고 아기들은 주로 울었으며

때를 밀면서 무슨 이야기가 그리 많은지

동네 아주머니들의 수다방이었

온갖 이상한 발달린 소문의 근원지였다.


대중목욕탕이 사우나로 이름이 바뀔 무렵에는

친정 아버지 때문에 놀란 가슴이 될때가 종종 있었다.

뇌졸중의 후유증으로

다리가 약간은 불편하시던 아버지는

아침 일찍 목욕탕에 가시는 것이

운동 겸 취미 생활이셨다.

탕 속에서는 다리의 움직임이 편하고

걸음도 잘 걸어지고 쑤시는 통증도 완화된다 하셨었다.

그런데 아버지는 혈압도 높으셨고(본태성 고혈압이다.)

갑자기 저혈압이 되는 쇼크도 가끔 일어나시곤 했는데

몇 번 대중목욕탕에서 그런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물론 주위에서 119에 신고를 해주고 응급조치를 잘해주고 하셨지만

아마도 주변에서 목격한 사람들은 많이 놀라셨을게다.

보지 못했던 우리도 놀라움이 엄청 컸으니 말이다.

그렇게 하나 둘씩 근처에 있는 대중목욕탕에 미안해서 더는 못가는 사태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런 저런 이유로 나는 사우나를 즐겨하지 않고

가급적 기피 장소로 설정했는데

이곳에 이사오고 나서 커뮤니티센터에

무료 사우나(물론 작은 크기이다.)가 생겨났고

한번 가보니 집에서보다 간편함이 있고

샤워기 물살의 세기도 차이가 나고

따뜻한 온탕이 있어서 1주일에 한번쯤은 이용을 하곤 했다.

물론 체중 확인의 목적도 있다만.

(오늘도 달라지지않은 체중에 3초 절망했다.)

41도로 설정된 온탕에서 오 분 정도 몸을 담그고 있으면

몽롱해지는 것이 기분이 좋아지는 묘한 효과도 있다는 것을 이제는 조금 알 것도 같다.

그러나 아직도 여전히 오랫동안 그곳에서 머무르면서

몸이 빨갛게 될 때까지 때를 밀고 또 밀고

온탕과 냉탕을 오가면서 나름 철저한 운동과 관리를 하고

미용실에서처럼 정성스럽게 드라이를 오랫동안 하는

그런 스타일은 절대 될 수 없을 듯 하고

무료이니 사용하는 것이지 돈을 내고서는 절대 갈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이사를 가서 커뮤니티센터의 사우나가 없는 곳으로 간다면

가끔은 아쉬운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원래 주변에 당연하게 있을 때는 그 고마움을 모르는 법이다.

뭐든지 있다가 없어져봐야 아쉬움이 두 배가 되는 법. 그전에는 절대 모른다.

그리고 아직도 대중목욕탕은 나에게 약간은 두려운 공간이다.

이제 그렇게 뚱뚱해서 내 몸을 보여주는게 두렵지도 그럴 나이도 아니지만

언제 아버지를 닮아 어지럽거나 속이 미슥거리거나 혈압이 떨어질지 모른다는 걱정은 존재한다.

나도 유전적으로 본태성 고혈압이다.

그래서 나는 대충 씻고 빨리 나온다.

아마도 나처럼 빨리 나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엄마가 보셨다면 돈값도 못한다고 돈이 아깝다고 하셨을테지만 다행히 무료이다.

방금 전 씻고 나왔더니 온 몸이 노곤해지는 것이 지금이 저녁인가 싶다만

다섯 시에 아들 녀석이 퇴근해서 온다했으니 순대볶음을 만들어야한다.

그런데 순대볶음의 치트끼 깻잎을 주문했는데

풋고추가 온 것은 도대체 무슨 연고냐?

대기업에서 이래도 되는 것이냐? 정신을 차리자.

그런 의미에서 대문 사진을 풋고추를 골랐다.

잘 익어가더라.

그리고 고추꽃은 아무리 봐도 언제보아도

너무 우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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