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청 터질뻔.
순전히 자격지심의 발로이다.
그래도 그런 자격지심이 들게 만든 도화선은 분명히 있다.
남편이 IMF 때 집을 날리고
하루 하루 내 월급에 차압이 들어오지 않을까 두려운 삶을 살았다.
국세청이나 공공기관에서 날라오는 우편물을 볼때마다 섬뜻 섬뜻했다.
하나뿐인 아들 녀석과 어쨋든 살아야했고
남편은 남편대로 무지 노력했겠지만
생활비를 제대로 줄 수는 없는 삶이었다.
남들은 모른다.
있어보이게 태어난 얼굴 때문이기도 했고
나의 속 이야기를 해본 적이 없어서이다.
아직도 그 이야기는 너무도 아프다.
갑자기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를 집주인이 팔겠다고 했고
(재계약을 해서 2027년 2월까지가 전세 기간이다만)
집이 덜컥 팔렸고 지방에서 올라온 분이 주인이라니 당연히 집을 비워줘야하는 줄 알았고 협조하겠다 했다.
내 부덕과 오지랖의 소치였다. 후회한다.
새 주인은 들어오지 않고 전세를 놓는다는 이야기를 나중에서야 들었고
그럴바에는 나도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게 낫겠다했는데
그래도 1월 말에나 계약이 완료되므로
그때는 방학이니 살펴보고 움직여야겠다 생각했었다.
그런데 앞에서 쓴 이야기처럼 갑자기 전세가 나갔고
나는 이제 이사를 결정해야 할 시기이고
이번 주 토요일이 D-Day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늘 그 부동산 여자가 또 전화를 했다.
전세 들어온다는 사람이 집을 또 한번 보러오겠다고 말이다.
지난 주 금요일 이미 전 주인까지 또 한번 집을 보고 갔었는데 말이다.
매주 집을 보여주기 시작한지 두 달이 넘었고
그 부동산 여자는 이미 5번 이상 집을 봤는데 말이다.
하물며 나는 이사갈 집을 아직 결정하지도 못했는데 말이다.
이미 여러 번의 통화와 집을 보여주는 과정에서 기분이 나쁜 느낌이 조금씩 계속 들었었다.
이 나이에 전세 사는 나를 한심하게 보는듯한 말투와 표정때문이다.
자기는 이 아파트 40평대 입주민이라고 말끝마다 자랑한다.
나는 안다. 내 자격지심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런데 내가 그렇게 느끼면 그런거다.
대부분 그런 행동을 취하는 사람은 모른다.
가슴이 아프다.
여러 번 전세를 옮겨 다녔지만
여러번 부동산 사장님을 만나보았지만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내 집이 없다는 설움 때문이었을까.
나는 고운 말이 나가지 않았다.
여하튼 오랜만에 열나게 싸우고 왔다.
내 격을 떨어트리는 일이 틀림없다만
부동산을 하면서 전세 사는 사람이 서운한 마음이 들게 해서는 안되는 것 아닌가?
영업의 기본이 아닌가?
여하튼 나에게 이제 전화를 하지는 않을 것이고
약속된 날자까지 나는 미리 집을 정리하거나 하는 편의를 절대 제공하지 않을 것이고
집주인(아직 명의가 넘어가지 않았으니 그 사람 소유가 맞다.)에게 이 사정을 이야기하고
그 부동산을 거치지말고 나와 이야기하자 했고
다시는 이런 불쾌감을 맛보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
그러려면 집을 사야는데 남편 회사는 말만 오가고 팔리지를 않는다.
인생 참 어렵고 고달프다.
저녁은 굶어야겠다.
소화가 될리 없다.
오랫만에 치열하게 싸웠으니 말이다.
다 나의 오지랖과 부덕과 자격지심의 소치이나 싸울만해서 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