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듣고 싶지 않은 말
강의날인데 6시가 다 되어서
그것도 고양이 설이가 깨우는 바람에 간신히 눈을 떳다.
이런 일은 이번 학기들어 처음이다.
그럴수밖에 없다.
어제 아산공장에 다녀오겠다고 아침에 나간 남편이
저녁식사 시간에도
항암약 먹을 시간이 훨씬 지났는데도
귀가를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평소 전화도 잘 받지않고
(한쪽 귀가 청력이 거의 없다. 귀파는게 이리 무섭다.)
문자도 제때 확인하지 않으며
(그래 가지고 사업이 잘 될 리가 없다. 중요 연락이 실시간으로 안되어서야 나 같으면 거래끝이다.)
카톡은 쓰지도 않는 거의 자연인 수준이다.
당연히 의식 수준도 80년대 스타일에 머물러있고
가부장적인 권위 의식만 남아있다.
꼰대중 최상급의 경지이다.
올때 되면 어련히 알아서 들어올텐데
웬 연락이냐는 그런 마인드이다.
신혼초부터 쭈욱 그랬었고
그 부분으로 싸울만큼 싸웠는데 사람 안바뀐다.
시아버님의 권위주의를 본인이 제일 싫어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도친개킨이다.
어제 여러번 먹어서 에너지를 비축한 이유가 있었다.
남편 걱정으로 에너지 소비가 필요한 것을 미리 몸이 알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10시를 넘기니 걱정이 쏟아진다.
원래 화가 나다가 걱정으로 변하는 과정이 일반적이다.
손, 발의 감각이 무딘데 넘어지거나 부딪힌건 아닐까?
다쳤으면 병원이나 119에서 연락이 왔을거야.
설마 아산 지인들과 술을?
항암중인데 술자리는 독약인데. 그럴리가.
별별 생각 끝에
나는 잠자리에 들 시간을 놓쳤고
11시반 혹시나하는 마음에 아산 공장에 전화를 하니
잠에 취한 누군가가 전화를 받는다.
사정을 물어보니
늦게 출발했고 핸드폰을 잊어버렸다고
그 통화가 끝나자마 삐삐삐 문 열리는 소리가 난다.
경찰에 실종신고를 넣을까 고민 중이었다.
남편의 위기 대처 방법은 자기가 더 화내기다.
적반하장법이고
상대방 입장에서는 제일 나쁜 방법이다만.
왜 안잤냐고
자기가 집도 못 찾아오는 얘냐고
오늘 운수가 정말 사나운 날이었다고
방문닫고 자라고
무소식이 희소식인거 모르냐고.
어째 많이 들어보던 래파토리이다.
핸드폰에는 다행인지 금융처리를 할 수 있는건 없다하고
어디 다친것은 아닌듯 하고
핸드폰 놓친것도 모르는 자신의 처지에 엄청 속상한듯 하니
일단은 아무렇지 않은듯 쿨하게 넘겼다만
도대체 어느 시대에 살고있는건지 알수가 없다.
그리고 밉지만 정성듬뿍 아침을 차려놓고 집을 나선다.
오늘 휴가인 아들에게 집에 들러서 분실신고등을 도와주라는 부탁의 톡을 남기고서.
아파서인지 너그러운 편이던 남편의 유일한 장점도 사라져가고 있다.
질병이 사람을 이렇게 혹독하게 바꾼다.
다시는 듣고 싶지 않은 말.
무소식이 희소식이란 말이다.
어떻게 희소식이 된단 말이냐?
중간이면 몰라도 말이다.
오늘 천체관측까지 달려야는데
이 아침에 이미 밤을 꼴딱 샌 느낌이다.
정신이 없다는게 느껴지는 글 구성이다.
뒤에 생뚱맞은 한줄은 방금 지웠다.
셔틀버스에 늦지않게 탑승했으니 다행이다.
눈을 감고 쉬어보려 노력중이나 멍할뿐.
브레인포그가 찾아온 듯한 아침인데
다행히 날씨는 해가 쨍쨍이다.
관측하는 저녁까지 맑았으면.
서울은 안개였는데.
여기까지 쓰고 학교에 내렸더니 여기도 안개그득이다.
괜찮다.
천체관측까지는 아홉시간이나 남았다.
오늘 휴가지?
난 오늘 늦는 날이니 시간되면 와서 설이보고
밥좀 줘.
니네 아빠 휴대폰 분실신고도 도와주고
휴대폰에 카드거래 같은건 안해놨다는데 알수없지.
아빠랑 점심이나 저녁 먹어주면 더 좋고
집앞 냉면 잘먹더라.
이렇게 아들에게 톡을 보내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