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방학을 즐기고 싶다.
얼마 전 날씨 예보를 찾아봤을때는
이 소중한 가을방학 기간동안 비소식은 없었더랬다만
막상 공식적인 휴일이 되고 보니
오늘부터 주말까지 계속 산발적인 비소식이 떠있다.
아니 하루하루 비소식이 늘어난다.
날이 흐리거나 비가 오거나 추우면 꼼짝 못하는
겨울잠 스타일의 내 활동 반경이 반으로 확 줄어들 것이 뻔하다.
가을을 즐겨야하는데 이 좋은 날씨는 금방 사라지는데
곧 서울을 공식적으로 떠나게 되는데
돌아볼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는데
시간과 체력이 모두 받쳐주는 지금이 적기인데
그리고 서울을 비운 사람들이 많아 교통도 쾌적할텐데
마음이 서늘해지고 벌써 우울감이 떼거지로 몰려오는 아침이다.
해가 반짝 뜨지 않으면 아침 정신을 차리는 것도 꼼지락거리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나는
백퍼센트 태양 의존형 스타일이다.
암막 커튼을 치고 사는 스타일을 1도 이해하지 못한다.
어젯밤 꿈속에는 희한하게도 내가 소개팅을 시켜주었던 커플들이 여러명 등장했는데
주로 사귀다가 결국 헤어진 커플들 특집이었나보다.
결혼해서 잘 사는 커플들말고
그런 사람들만 등장했다.
나에게 딱 맞고 통하는 사람을 만나기란 정말 쉽지않은 일인데
일단 사귀었다는 뜻은 제법 통하는 바가 있었다는 뜻일 것이다.
그리고 함께 만들어간 추억도 시간도 많았는데
결국 헤어졌다는 것은 물론 운명이 아니었다라고 잘라 말할 수 있겠지만
그 사이의 추억과 시간이 주는 많은 아픔이 있었을 것이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아프면서 성장한다는 말은 틀림없이 맞는 이야기이지만
회복하기 힘든(아니 없을수도 있는) 트라우마를 남기기도 한다.
둘이 같이 있는 장면이 너무도 이뻤던 커플들이
그때의 해맑은 얼굴로 어젯밤 내 꿈에 찾아와주었는데
설마 늦어버린 아들 녀석의 결혼을 걱정하는 마음의
내 머릿속 지분율이 높아서일지도 모르겠다.
아들 녀석도 참 이쁜 여자 친구와 오랫동안 사귀다가 헤어졌었다.
다행히 오늘 점심은 옛 제자들과의 약속이 있다.
아무런 약속이 없는 날보다는 쉽게 힘이 난다.
오랫동안 나를 지지해주고 응원해주는 녀석들이다.
이제는 모두가 결코 가깝지만은 않은 곳에서 거주하거나 먼 곳에 직장이 있거나 하는 상태이지만
그리고 휴일도 별로 없는 바쁜 녀석들이지만
늙은 선생님을 보러 근처까지 와준다니 고마울 뿐이다.
그리고 오랜만에 고기구이를 함께 먹을 밥 친구가 되어준다니 더더욱 고맙다.
고기는 혼밥이 불가능하며(대식가인 경우는 가능하겠다만)
집에서 굽는 고기와 전문식당에서 먹는 고기의 맛은 비교할 수가 없고
(아들 녀석과 집에서 구워서는 몇 번 먹었지만
나는 주로 굽는 것에 신경쓰느라 편하게 먹지는 못했다.)
고기집 특유의 시끄러움과 소란함을 느껴본지 오래이다.
아마 정년퇴직 후 몇 번 되지 않는 것 같다.
4명 정도의 일행은 되어야 고기집을 가는 것이 그려지니 말이다.
(닭갈비는 한번 먹었었구나. 양평 나들이에서)
여하튼 비가 안오기를, 적게 오기를 기도할 뿐이다.
그런데 이 글을 쓰다 보니 갑자기 아들 녀석의 소개팅 결과가 궁금해지기는 한다.
올해 소개팅을 엄청 하고 있는데(본인도 결혼을 하고 싶은 의지가 강하다.)
운명의 그녀가 나타나주기를 보름달에게 빌어야하나 싶다.
이쁘고 착하면 더 좋겠지만 서로 잘 맞는 생각 코드가 비슷한 사람이기를 희망한다.
남편과 나는 코드가 영 맞지 않아서 힘들다.
딱딱 맞는 것 찾기가 쉽지 않다.
아들 녀석이 한 말이 있다.
<도대체 결혼을 어떻게 한 거야?>
모르겠다. 나도. 시기가 운명이 그랬을 것이다.
너도 시기가 운명이 데려다주는 짝이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