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바닥이 불났다.

걸어다닌것도 없는데.

by 태생적 오지라퍼

지금은 아파서 꼼짝못하고 있는 동생의 특기는

학교갔다오면서 현관부터 양말 벗어던지기였다.

계절을 가리지 않고 늘상 집에서는 맨발이었다.

왜 그러냐고 묻기도 하고 엄마에게 혼나기도 했으나

답은 항상 같았다.

<발바닥에 불이 나.>

그래서인지 얼굴은 우리 자매 중 최고였으나

발 모양만은 삐툴빼툴 울퉁불퉁했다.

한 겨울에 뭔 말인지 동생의 대답을 그때는 전혀 이해할순 없었다.

나는 발에 동상을 달고 살았던터라.

그런데 올해 내 발바닥이 이상하다.

불이 나는것처럼 따뜻하고

살펴보면 피부가 빨개진것은 절대 아닌데

양말을 신으면 갑갑해죽겠다.

늘상 신던 양말과 신발인데도 말이다.


여름동안에는 다른 사람들도 맨발이니 신경쓰이지 않았다만

이제 슬슬 눈치가 보이는데

아직은 양말을 신고싶은 마음이 안든다.

당장 오전에 시어머니 요양원에서

실내화로 바꿔신을때 맨발이 뻘쭘하기도 했고

아들 녀석의 눈치도 받았다만

저녁 산책을 나온 지금도 맨발고수이다.

이상타.

동생이 늘상 말했던 그 말이 입밖으로 나오려고 한다.

맨발임을 최대한 들키지않는 신발로

당분간 버티고 숨겨보련다.


너무 많이 걸어서일까도 의심해봤으나

오늘은 2,000보 수준이니

그 가설은 틀렸다.

혈액순환이 안되면 발가락이 시릴듯하니

그것도 아닐듯 하고

그렇다고 이 증상으로 병원에 갈 수도 없고

티눈치료갈때 미친척하고 물어나볼까 싶다.

설마 갱년기 증상이라고 하지는 않으실턴데.


양말을 두개씩 신고도

발이 시려 동동거리다가

동상 증세로 마구 간지러워하던

그 시절이 지나고

이제 정반대의 증상으로 살짝 고민중인 이 변화가

우습기도하고 당황스럽기도 하다만

어쩌겠나 원인 모르는 결과도 많은것을.

눈 주위가 파르르 떨리기도 하고

둘째 발가락이 배배 꼬이기도 하고

귓구멍 위로 경비행기가 지나가는것 같은 날도 있으니 말이다.

그래도 이 나이까지 이만하면 되었다 생각하고

추석날 간단히 돌아가신 부모님께 인사드리 위한

감, 배, 사과를 조금씩 사가지고 들어가야겠다.

자두랑 귤은 있다.

이 좋은 날씨에 고작 동네 산책인것이 아쉽기만 하다.


(이 글을 읽은 후배가 진단을 내려준다.

갱년기 증상이라고.

자기도 그렇다고.

친정엄마 흉봤는데 자기도 딱 그렇다고.

역시 불편하고 아픈것은 자랑할 필요가 있구나.

옛말 그른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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