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모한 도전2

시작할때는 후회막급이다만.

by 태생적 오지라퍼

오늘도 역시 비내리고 흐리고 꿀꿀하게 하루가 시작된다.

가을방학이라 쓰고 우기라고 읽는다.

예전같으면 화가 났겠으나

이제 나는 내리는 빗방울과는 친구먹기로 했고

어제 무모한 도전에서의 판정승한 즐거움에 취해있다.

아침 일찍 브런치를 쓰고

간단하게 친정부모님께 과일위주의 명절상을 올리고

두번 절을 올리고는

(남편은 다행히 늦게 일어났다.

아픈 모습을 내 부모님께 보여드리고 싶지않았다. 그곳에서도 걱정하실까 싶어서.)

야채구이 위주의 아침을 차려주고

또 무모한 도전에 나선다.

오늘은 정동 지역 나들이이다.


명절 티비 뉴스 단골 화면은

한복입고 고궁에서 즐겁게 뛰어노는 가족의 모습이다만

오늘 나는 이른 아침 우중 산책을 덕수궁에서 시작한다.

아홉시부터 무료개방이

내 앞으로는 몇몇 외국 관광객들 뿐이고

나는 익숙한 길을 걷듯이 덕수궁 배롱나무의 안녕을 확인하고는(대문 사진이다. 안녕하더라.)

뒷길로 나선다.

지근 거리의 서울시립미술관에 기후변화관련 전시가 있다해서 나선 길인데

어디서 또 오류가 발생했는지 영판 처음 본 전시가 진행중이었고(분명 인스타에서 여러번 봤는데)

올해 내가 본 전시 중 사이즈는 최대였으나

감흥은 최저수준이었다.

작가들이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가

한 눈에 들어오지도 읽히지도 않는다.

순전히 나의 이해 부족과 공감지수 저하탓이리라.


익숙한 정동길을 따라 걸어서

나의 퇴직 전 마지막에서 두 번째 학교도 거닐어보고

(나의 발자취가 조금은 남아있다.)

그러다 생각해보니 어제는 나의 마지막 학교도 잠시 들렀었고

우중산책 도전기였지만

실상은 추억의 장소 방문기였음을 깨달았다.

그래도 마지막 두 학교가 그리운 장소로 남은것이 어디냐. 감사할 따름이다.

비 내리는 사람도 차도 없는 정동에서 광화문까지의 산책은 그렇게 큰 의미로 내게 남았다.


마지막은 점심 먹거리를 포장하는 일이다.

웬일로 남편이 송편을 조금 사다달랬었다.

지난번것이 진짜 맛없었다면서.

이전 학교 행사때마다 거래했던 떡집이 아직 다행히

그 골목에 있었고

내가 성수에서 좋아라했던 식당이

광화문 한복판 새로 생긴 건물에 입주했다해서

혹시나 하고 가봤더니 다행히도 문을 열었다.

묵은지회말이(요건 내거. 남편은 항암중이라 회 금지이다.), 강된장 쌈밥(요것이 남편거)

그리고 같이 먹을 새우감자전을 포장했다.

이제 맛나게 먹기만하면 명절 별식먹기도

미션 완수이다.


나의 산책이 끝나갈때쯤이면 비도 그쳐간다.

이 정도면 내가 비를 몰고 다니는것이 아닌지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

그래도 오늘의 무모한 도전도 이만하면 판정승이다.

판정은 지극히 주관적으로 내가 내린다.

어제 너무 많이 걸었는지

종아리에 알이 배기고 무겁지만

판정을 바꿀만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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