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죽지는 맙시다.

버팀목 하나를 마련해둔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추석 연휴 시작하면서 들려온 뉴스 중에는

중학교 선생님의 죽음이 있었다.

방송 업무 담당자라 써있었는데

(학교급도 매우 크다. 학교급이 크면 더 힘든 업무가 있다.)

그 업무의 어려움을 아는 나로서는 한편 이해도 되지만

그래도 죽는 것으로 해결하는 것은 안된다는 생각이 훨씬 더 크다.

죽으려는 용기보다 더 어렵고 힘든 일은 없을 것이다만

죽지 못해 산다는 말이 맞다고 느껴질 만큼.

죽는 일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다.

몇 번의 죽음을 지켜보면서 든 생각이다.

회복 불가능한 질병의 경우의 안락사는 찬성한다만 이런 죽음은 안된다.

물론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학교에서의 거의 모든 업무를 한번씩은 해보았다.

교과 특성이 큰 체육관련 업무만 빼고.

그 업무를 해보기 전에는 막연한 어려움밖에는 모른다.

직접 1년을 해보게 되면 어려움이 구체화되기 마련이다.

쉽고 만만한 업무는 없다.

대형 학교에서의 방송이나 정보화 기자재 관련 업무는 더더욱 기피 업무일 수 밖에 없다.

잘해야 기본이니 말이다.

낙후된 방송 기기는 어제 점검때까지 말짱했는데

오늘 갑자기 이유 없이 달라진 것도 아무것도 없는데 먹통이 되곤한다.

오늘 행사날인데 혹은 영어 듣기평가날인데 이러면 정말 미치고 팔짝 뛰게 된다.

유지보수업체가 있기는 하지만

우리학교 단독일 경우가 아니고 여러 학교를 동시에 지원하니

부른다고 쏜살같이 달려와주는 일은 거의 없다.

빨라야 사안 발생 신고 후 2시간 정도가 지나서이다. 그러면 행사 시간이 끝난다.

진땀과 현기증을 부르는 기기 사고의 그 긴 시간은 안당해본 사람은 알지 못한다.


정보화기기도 마찬가지이다.

전자칠판에서 빔 혹은 노트북과 태블릿까지 다양한 종류의 기기들을 모두 관리하는 일인데

하루도 무언가가 안된다는 메시지가 없는 날이 없다.

나는 교사인가 A/S 기사인가 하는 생각이 하루에도 수십번 들게 되고

방학식날은 기기를 수거하느라고

개학식날은 기기를 나누어주느라고

정신이 하나도 없고 탈진 그 자체가 된다.

이 두가지 일은 과연 교사의 업무로 진행되어야 하는 것인지 나도 의문이 들때가 많았다.

학교에 방송과 정보화기기 담당인 주무관을 배정해두던가

아니면 업체에서 파견 근무를 시키던가 하면 해결될 일인데

결국은 부족한 예산이 담당 업무를 맡은 교사를

끝이 보이지 않는 나락으로 보내는 시스템이다.

대부분 저경력 교사이거나

교과특성을 고려하기는 한다만

그 업무담당자는 결코 학교일이 즐거울 수 없고

그러면 수업과 학생 관리에 내 정성을 모두 쏟는

그런 상황이 될래야 될 수 없다.

현재에도 이 상황은 진행형이다.

변화가 조금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


물론 이런 기기 관리 업무보다도 더 힘든 것은 민원임에 틀림없다.

대부분 말도 안되는 민원에 휘말리게 되면

그때의 마음 고생이란 정말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 있겠다.

나도 물론 몇 번의 말도 안되는 민원이나

기분 나쁜 말을 듣기도 했고

교육청에 고발한다는 위협도 받아보기도 했다만

그때마다 주변의 사정을 아는 친한 선생님들의 위로가 많은 힘이 되곤 했다.

학교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설명하고 위로를 받는 일은 쉽지 않고

(그래도 죽지는 맙시다. 버팁시다.)

학교에 대한 일부 부정적인 시선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남편이 그러하다.

학교는 일이 쉬운 줄 알고

네시 반 퇴근이니 더더욱 일이 없다고 생각하고

교사는 학생들에게 지시만 내린다고 생각하고 자기에게도 자꾸 지시한다는 이야기를 종종한다.

우리반 학생이었다면 공부는 꽤 하고

착실하고 착해보이나 엉뚱하고 말을 잘 못알아먹는

가끔씩 드러나는 반골 기질을 소유한 학생 유형이다.


따라서 동일 직종에 서로 터놓고 이야기를 나눌만한 동료가 있다는 것이

살아가는데 그리고 직장에서 버티는데 참으로 중요한 요소가 된다.

오늘 나는 나에게 늘상 힘이 되어 주었던 동료이자 초등학교 동창인 친구와 염색을 하러 갈 예정이다.

염색이라는 행위 자체가 그리 즐거운 것은 아니지만

(냄새도 나고 머리도 따갑고 한달 반 정도마다 염색을 해야하는 그 상황 자체가 기운이 떨어진다.)

친구와 오랜만에 만나 그간의 이야기를 나누고 수다도 떨고 화났던 이야기도 하고 나면

기분이 슬며시 좋아지는 작은 기적이 생기기도 하니 말이다.

오늘은 할 이야기가 태산이다.

이사 이야기도 해야 하고 남편 흉도 봐야하고 아들 녀석 걱정도 해야 하고

비가 주구장창 내렸던 날씨 이야기도 해야하니

(주말부터 다시 또 비 예보인 것 실화냐?)

수다의 테마는 무진장이다.


그런데 우리 무언가에 기대서라도(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죽지는 맙시다.

일이 힘들고 사람이 우리를 더 힘들게 하더라도 말입니다.

내 옆에는 살고 싶어서 살기 위해서 애쓰는 많은 환자들도 있으니 말입니다.

이런저런 사유로 생을 마감하신 선생님들의 명복을 빕니다.

그분들 덕택에 교사의 어려움이 널리 알려진 것은 사실입니다만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더 이상은 그런 죽음이 없기를 희망하고 소망합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주는 아름다운 세상을 희망합니다.

나에게 오늘, 내일 시간을 함께 해주는 지인들이 버팀목인 것처럼 말입니다.

아참 버팀목에 다음 항목 추가합니다.

<브런치 글쓰기>와 <불꽃야구 시청>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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