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도 마음도 재활이 꼭 필요하다.
어제 새벽 일찍부터 움직이고
그 비오는 어둠속에 긴장해서 운전을 하고
허리, 오른손 엄지손가락, 왼쪽 복숭아뼈 부상을 딛고
무사히 라운딩을 마친 것만으로도
다행중의 다행이어서
일찍부터 잤고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났다.
오늘은 일정을 텅텅 비워둔 날인데(이런 날은 나에게는 흔치않다만)
그 이유는 오랜만의 라운딩 후 내 몸이 얼마나 피곤할지 여부를 가늠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다행히 먼거리의 골프장이 아니어서인지
오늘 아침 피로도는 생각보다 크지 않은데
약간의 두통은 있다.
따라서 오늘은 내가 지정한 재활의 날이다.
월, 수, 금 강의 자료를 확정하여 PDF 파일로 사이버캠퍼스에 업로드해놓고
목요일 특강 자료도 보내두고 기관장에게 보내놓고
화요일이었다가 금요일로 변경된 심사는 못간다고 설문에 응답해놓고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사건이 나의 아르바이트 일정에까지도 영향을 미친다. 엄청난 나비효과이다.)
혼자만의 재활과정 중 한가지인 골목 산책에 나선다.
핫플 명소를 다니는 것은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지만
집 주위 어슬렁거리는 산책은 힐링과 재활에 딱 알맞다.
늘상 보았던 식물들의 안위와 변화를 확인하고
새로운 것은 무엇이 없나를 살펴보는 일은
아직 나빠지지 않은듯한 나의 인지 영역의 이상여부를 체크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다행히 복숭아뼈도 허리도 더 나빠지지는 않은 듯 하고
(그런데 아침에 골프채를 차 트렁크에서 빼서 옮기다가 왼쪽 엄지발가락 위를 살짝 찌었다.
신경써야할 부분이 하나 더 추가되었다.)
엄지손가락만 조금 더 아프다.
(골프채를 여러번 힘주어 휘둘렀으니 그럴만도 하다.)
다음은 쓰레드에 올라온 어느 내과의사의 가을 건강 체크 비결이다.
<일교차가 큰 계절에는 면역이 가장 먼저 무너진다.
가을감기는 단순 감염이 아니라 면역 피로다.
건조한 공기는 폐에 직접 손상을 준다.
이 시기엔 수분보다 수면이 더 중요하다.
면역은 약이 아니라 온도 관리로 올라간다.
결국 가을은 컨디션 관리의 시즌이다.>
대부분 동의하는 바이다.
그래서 어제 나는 긴팔 티셔츠에 허리 복대에 조끼에
꽤 두툼한 가디건에 비옷까지 입으면서
체온 관리에 최선을 다했고
그래서인지 오늘 약간의 두통만 있을 뿐 괜찮다.
약간의 두통이 있을때는 가벼운 산책으로 깨끗한 공기를 흡입하는 것이 효과적이었다.
지금까지의 내가 적립한 빅데이터에 근거한 나만의 치밀한 재활과정 진행중이다.
감기는 몸이 힘들었다는 증거임에 틀림없다.
기초 체력은 면역력의 크기에 비례한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동네 산책의 끝은 장보기이다.
오랜만에 시금치 한단 사서 된장 풀어 국 끓히고
조금은 나물로 무쳐두었고
바지락 한 봉지 사서 시원하고 깔끔하고 칼칼하게
국을 끓였고
개수대 바닥까지 싹싹 청소했고(노안인데 왜 그리 물때가 잘 보이는 것이냐?)
점심용으로는 세일하는 양장피 하나 들고 왔으니
(좋아하는 고수 올려 먹을 예정이다.)
오늘 저녁까지의 반찬은 대충 다했다.
집안일을 하면 내 멘탈의 재활이 이루어진다.
집안일을 하는 동안에는 잡생각이 사라지는 신비로움이 따라오고
집이 더러우면 머리를 쓰는 일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나의 이상한 매커니즘 때문이다.
그러서말인데 손에 물이 마를 날이 없다.
머리쓰는 일할 때를 빼고는 말이다.
아무리 가사일이 그다지 많은 스트레스로 작용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이제 조금은 지치기도 한다.
이번에 이사하면서 식기세척기를 하나 들여다 놓을까? 신중하게 고민 좀 해봐야겠다.
내 피부도 소중한 것인데 손이 너무 늙고 거칠고 미워지는 듯 하다.
우리 아버지가 나의 외모 중 유일하게 칭찬하셨던 곳이 손이었는데 말이다.
<너는 손이 참 이쁘구나.> 그렇게 딱 한번 말해주셨었다.
친정 아버지 생신날이 며칠 전이어서인지
요즈음 생각이 더 자주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