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발표를 보면서

이제는 더이상 받을 상도 없다만.

by 태생적 오지라퍼

긴 가을방학 동안 노벨상의 각 분야별 수상자들이 발표되는 바람에

강의 자료를 수정하고 추가하고를 반복하였다.

노벨상 수상자 이름을 아는 일이나

그들의 업적을 아는 일이 뭐가 그리 중요하겠냐만은

(전공분야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닥 흥미롭지도 중요하지도 않을 수 있다.)

그래도 교양과학 강의라는 본분이 있는 관계로

한번 언급은 해주고 가는게 맞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상을 받 위해

그 상을 목적으로

연구에 매진하는 과학자는 아무도 없을테니

그 상은 받는 명예로움보다

그들의 묵묵한 노력에 대한 지지와 격려라고 생각해주는 것이 더 맞다.


과학교사들이 스스로 우리 분야에서의 노벨상이라고 부르는 상이 있다.

<올해의 과학교사상>이다.

전국의 과학교사 중에 수업이나 활동을 가장 열심히

한 사람들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꽤 오래전부터 있어왔고 나는 2015년도 영광스런 수상자 중 1인이다.

혹시 하고 지원서는 제출했지만

늘상 그랬듯이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것을 이번 기회에 한번 정리해보자는 작업이었지

꼭 상을 받고 싶다는 아니었다.

나는 학교일이나 학생들에게 지칠 때 가끔씩 이렇게 상에 도전하곤 했다.

그러면 그간의 했던 일을 차곡차곡 정리할 수도 있고

그것을 계기로 나를 돌아보고 다시 자신감을 쌓아갈 수도 있었다.

2015년에도 그랬다.

2013년까지 나는 승진을 염두에 두고 있었고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다들 알고는 있었을 것이다.)

여러 가지 학교 일을 가열차게 하고 있었는데

(원래 일은 하는 사람이 다 하는 법이다.)

일은 나에게 다 밀어놓고

승진 점수는 같이 술을 나눠먹는 누구에게 몰아주겠다는

관리자의 무언의 횡포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서(지금도 그때를 돌이켜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2014년 1년을 유급으로 쉬고 공부하게 해주는 특별학습연구년을 신청하였고

다행히 선정이 되어 그 기간 동안

다시 공부도 하고 대학 강의도 하고

묵묵히 마음을 비우는 연습을 했었다.

그 와중에 미래학교 전입요청을 받아

2015년부터 의미있고 재미있었던

내 교직생활의 꽃인 미래학교 근무를 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이전에 했던 일들이 너무도 아쉬워서

한번 정리해보자하고

올해의 과학교사상에 지원했었는데

운이 따라주었는지 영광의 수상자가 되었다.

나에게 많은 힘과 용기를 주었던 상이었다만

(멋진 전국의 동료들을 만나게 해주기도 했다.)

그 나쁜 무리들을 용서하는 것까지는 되지 않았다.


과학교사로서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상을 받았으니

그 이후는 개인상에 관심과 미련은 없었고

(그랬는데 모범공무원상도 받았구나. 이건 사실 나는 안하려고 했는데 교감선생님이 내라고 내라고 하셨었다. 그걸 받는바람에 다른 상을 받지 못하는 이유가 되기도 했었다.)

학생들과 학교에 주는 단체상을 받아보려고 했었다.

열심히 활동한 학생들에게 수상의 기쁨을 주고 격려를 해주기 위해서였다.

2019년 서울시에서 수여하는 <초록미래상>을 받았고

(생태관련 활동을 열심히 한 학교에 수여하는 상이었고 소정의 상금이 학교로 왔다. 생태관련 교사 워크숍을 열었다.)

그리고 2024년 환경부에서 주는 <환경 골든벨> 대상을 받았고(학생과 학교에 각각 상금을 주어서 생태 캠프를 운영했다.)

마지막으로 2025년 퇴직을 앞두고는 국회에서 수여하는 <대한민국 녹색기후상>을 수상하였으니

(이것은 상금이 없었다. 아쉽기는 했다만 내가 학교에 없으니 상금을 받아봤자 누군가가 사용하느라 고생만 했을 수도 있다.)

나는 생태교육분야 3개의 중요한 상을 모두 받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고 스스로 자부심을 갖는다.

그리고 그 상을 수상한 학생들은 그것이 계기가 되어서

시야도 넓어지고 자신감도 찾고 자신의 진로 결정에도 도움이 되었을 것이 분명하니

그것만으로도 최고로 기분 좋은 일이다.


상을 받는 행위가 주는 최고의 선물은 응원과 격려이다.

그런데 꼭 상이 아니어도 응원과 격려를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은 있다.

나는 내일 응원과 격려를 하러 길을 나선다.

다양한 어려움 속에서 묵묵히 자기의 길을 가고 있는

<불꽃야구> 제작자와 출연자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

나의 저조한 컨디션과 삼중고를 참고

다음 주 일정에 대한 부담감도 내려놓고서

직관에 나서기로 했다.

오래 고민했으나 자리를 꽉채워주는 것보다 더

그들을 기운나게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이다.

그리고 그들을 응원하면서 나도 도파민을 터트려 기운차게 돌아오려 한다.

제발 내일은 비가 안오기를 바란다.

비가 오면 내 응원의 에너지를 최대로 만들수가 없다.

비의 양과 내 에너지 준위는 반비례관계이다.

가을 장마도 아니고 너무하는거 아니냐?

물론 물방울이 맺혀있는 식물들은 싱싱해보이고 보기는 좋더라만.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는 오늘 재활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