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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과학 교사의 수업 이야기 167

계획대로 혹은 계획하지 않은대로

by 태생적 오지라퍼

금요일 강의가 제일 힘들다.

2번의 휴강일이 있어서 진도가 다르고

이제 나도 헷갈리기도 하며

학생수가 가장 적어서 조별 활동이 원활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에게 고마운 마음은 제일 크다.

나 같아도 금요일 강의는 웬만하면 신청을 안했을 것이다.


오랫만의 셔틀버스 출근인데 날이 춥다하여

잠실역 지하로 걸어가렸더니

또 지하세계만 진입하면 좌우를 판단 못하는 고질병이 작동했다.

간신히 석촌호수뷰를 오분밖에는 못보고 버스에 탑승한다.

거의 보름만에 보니 탑승장소 인근 꽃들은 다 져버렸다.

그도 그럴것이 비가 좀 많이 오래 내렸으니 말이다.

천원의 조식서비스에서 눌은밥과 미역국을 맛나게 먹었다.


기대도 안했는데 해가 빼꼼 얼굴을 보여준다.

이 때다 싶어서 태양관측안경을 동원해서

태양을 한번 봐주고

(어제 빌려둔 나를 칭찬한다. 아주 작지만 동그랗고 주황색으로 태양이 보인다. 몇몇 학생들은 사진도 찍었다.)

야외로 나간김에 주변 암석 샘플링도 했다.

날자, 위치, 스케링놓고 사진찍고 암석 세척후 제출까지 했으니

암석 분류과정만 다음에 진행하면 되겠다.

샘플링 스팟에 따라 다른 종류의 암석이 보이고

다행히 학교에 기반암들이 남아있는듯 하니

6개 클래스의 샘플링이 모두 끝나면 분류해보고

지질도와 비교해보는 후속 활동으로 이어지면 되겠다.

날이 좋아서 급 변경해서 진행한 것이다.

수업 디자인은 가변성을 꼭 고려해야한다.


이번주 공통으로 온라인전시장 만들기도 수행했다.

다음주 중간 발표때 과연

내가 소개한 내용들을 활용할것인지는 알 수 없다만

나는 소개의 임무를 다했고

적용 여부는 지극히 수요자인 학생들의 관점에서의

선택이 이루어질것이다.

불의의 무릎 부상에도 불구하고

일주일의 나. 고생했다.

아직도 강의하는 시간은 즐겁기만 하다.

계획대로이거나

혹은 갑자기 계획이 변경되거나

둘 다 나름의 매력이 있다.

오늘 대문 사진인 저 인형의 무언가 불만족한 표정과도 같은 불편함도 분명 존재한다만.

나는 작은 스릴쯤은 기꺼이 감당한다.

수업에 있어서만은.

<불꽃야구>에서는 절대 스릴을 맛보고 싶지않다.

이번 일요일 직관은 못가도 실시간 방송은 꼭 볼 것인데

스릴 1도없이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는 경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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