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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체관측은 운칠기삼

운이 다소 모자랐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천체관측일인데

지난주는 비라서 연기했는데

오늘도 아침 안개에 구름이 뒤덮여있다.

비가 안오는것은 천만 다행인데 말이다.

세 대의 망원경을 싣고 특급 전문 강사님까지 모셨는데

가급적 달과 토성까지는 보여주고 싶었다.


망원경을 세팅하니 지나가던 학생들도 기웃거린다.

본격적인 호객행위를 했더니

(물론 공식 네이버카페에 안내는 오래전부터 했고

강의시간에도 했다.)

꽤 많은 학생들이 관심을 보인다.

일곱시부터인데 달이 보여서 여섯시반부터 급히 관측을 시작한다.

언제 구름에 가려질지 모른다.

(대문 사진은 장소답사차 돌아다니다가 찍은

다섯시반 즈음의 사진이다.)

육안으로 보는 달도 이쁘지만

망원경으로 보는 달은 더 멋지다는걸

꼭 한번은 보여주고 싶었다.

하나는 붉고 하나는 파란 쌍둥이별도 보여주니

탄성을 지른다.

이제 토성만 보여서 그 찬란한 고리를 볼 수 있으면 되는데 두꺼운 구름이 영 걷히질 않는다.

천체관측행사는 잘해야 본전이고

운칠기삼이다.

하늘이 허락해야 볼수 있다.

결국 토성은 못보고

비행기만 실컷보고

강사님의 푸른색 레이저쇼를 마지막으로 일과를 마쳤다.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좋아라해주어서 다행이다.

다음에는 조금 더 큰 행사로 진행할까 싶다만

그 역시 하늘의 뜻이다.

점점 운명론자가 되어간다.


오늘 찍은 사진들은 메일로 받아서 온라인 전시장툴에 정리할 예정이다.

명절 기간 중 과학하기 실습을 한 것도 메일로 보내면 상품을 주겠다고 했다.

지난번 개기월식을 찍은 친구 두명을 더 발견한것도 기쁘고

<교양과학> 강의가 재밌다고 이야기해주는 학생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토성고리를 볼 운까지는 없었지만

이만하면 나쁘지않은 하루의 마감이다.

마지막 셔틀만 잘 탑승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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