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과학 교사의 수업 이야기24
학교는 중간고사중
목, 금 이틀간 중간고사이다.
중학교에서는 수행평가 100%가 가능한 과목이 있으므로 중간고사 보는 과목수가 많지 않다.
학교마다 차이는 있지만 3~4과목 정도이다.
고등학교는 1주일 정도 시험을 보고 하루에 한 과목 시험이 대부분이다.
경력 3년차인 선생님까지도 이런 말을 한다.
“겨우 3~4과목 시험이 뭐가 힘드냐고... 음악, 미술, 체육까지 모든 과목을 다 시험 보던 때가 있었는데...”
그러나 다 자신이 처한 처지가 가장 힘든 법이다.
중학교 2학년에게 공식적인 성적이 나오는 시험은 이번 중간고사가 처음인 셈이다.
그러니 힘들 수밖에 없다.
시험 계획도 세우기 힘들고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도 알 수 없다.
무슨 일이든지 처음은 쉽지 않다.
자유학년제를 실시한 이후로 지금과 같은 시스템이 되었다.
꿈과 끼를 탐색하는 진로 체크 중심의 자유학년제의 취지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고등학교에 가서 진로를 탐색하는 것은 너무 늦은 것이 맞다.
그러나 중학교 1학년은 또 너무 빠르다.
아직 새로운 중학교 생활과 친구들에게 적응하고 익숙해지는 것만으로도 많이 바쁜 시기이다.
다양한 진로 탐색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좋지만 시험은 보는 것이 맞다.
공부를 했는데 시험을 보지 않으면 마침표를 찍을 수 없다.
시험 준비를 하고 고민하고 문제를 풀어봐야 한 단원이 정리되는 것이 맞다.
시험이 없으면 아무도 공부하려고 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시험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공부가 취미인 사람도 사실 없다.
성적이 행복을 좌우할 수는 없으나 적어도 학교에서의 성실한 수업을 담보로 이루어지는 것은 맞다.
공부를 뛰어나게 잘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평균 정도의 성적을 얻는 것은 성실하게 수업에 참여만 한다면 가능하다.(믿어보라)
그러므로 눈높이를 너무 높게 하지만 않는다면
자신의 노력과 성적은 대부분 정비례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면
성적 때문에 불행하다는 생각은 안할 수 있다.
살다보면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도 있다.(왜 그런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 것 중에는 성적이 제일이다.
그러므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최선을 다하는 것도 연습과 요령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학생들이 시험을 볼 때 교사들은 무엇을 할까?
편하게 쉬는 것이라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일단 시험을 보기까지 문항 출제라는 어려움을 겪는다.(나는 교사 업무 중 이게 제일 힘들다고 생각한다.)
수능만큼은 아니겠지만 이리저리 여러 번의 검토에 검토를 거친다.
해당 교과목 시험 보는 날은
시험 중간에 해당 수업반을 한 바퀴 돌면서 이상 유무를 확인하고(이때 꼭 이상한 것을 질문하는 학생들이 있다.)
시험이 끝날 때까지 입이 바짝 마른 상태로 대기한다.
끝 종이 나고 정답을 발표하고 이의를 제기하는 학생들이 없음을 확인해야만 긴장이 풀어진다.
그리고는 기나긴 채점의 시간이 필요하다.
채점, 재검, 삼검 그리고 이의 신청 기간을 보내는 1주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성적표가 나오고 나면 이제 한 학기의 절반이 지나간 것이다.
시험 기간 오후에는 개인별로 연가를 사용한다.
이때 미뤄두었던 파마도 하러가고, 은행 업무도 보러가고, 병원에도 들리고 옆 학교 친구 선생님들과 오랜만에 수다도 떤다.
중간고사 기간 이틀이 소중한 이유이다.
교무부장이었던 시기에 고사 기간은 매일 기도하는 마음으로 보냈었다.
제발 시감 중에 제출하지 않은 학생의 핸드폰이 울리지 않기를
늦게 일어나서 헐레벌떡 뛰어들어오는 학생이 없기를
잘못 쓴 OMR 카드 교환하다가 끝 종이 치지 않기를
밀려서 답안을 작성했다고 펑펑 우는 학생이 나타나지 않기를
컨닝을 시도하다가 발각되는 그런 일이 절대 없기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최선인 시간들이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