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성북동에는 비둘기가 없더라.
날씨가 또 꾸물거린다.
이제 화도 나지 않는다.
마치 유럽 2주일 연수를 갔었을 때와 비슷하다.
하루도 해가 반짝 난 적이 없었다.
구르미한 날은 구름이 가득한 날을 의미하는 것 맞나.
매일 매일이 유럽 하늘 갬성이고
날씨가 우울증을 불러 일으킨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도 알 것만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당당하고 용감하게 집을 나선다.
아침을 먹다가 유튜브에서 보고 영감을 얻은
(너도 가봤으면해 라는 투어 유투브를 자주 본다.)
가볼 일이 몇 번 있었는데 못가본 성북동
<우리 옛돌 박물관>과 <길상사> 투어가 목표이다.
이번 주 우리학교 암석 관련 강의 내용이 있는데
강의 자료로 쓸수 있는 것이 있다면
더더욱 좋겠다 싶은 마음으로 길을 나섰다.
성북동은 교사 연수와 학생 인솔로 몇 번 가보았었다.
가구박물관이 그 목적지였는데 멋진 한옥에 역량 있는 가이드 투어가 인상깊은 곳이었고
외국인에게 특화된 장소로 추천할 만하다.
물론 입장료는 조금 비싼 편이다.
그리고는 주변 맛집에서 만둣국과 칼국수를 먹었던 것 같고
꽈배기와 빵을 샀던 것 같고 나머지는기억이 희미하다.
<우리 옛돌 박물관>과 <길상사>는
한성대입구역에서 마을버스로 올라가면 된다.
역시 부자들의 동네라 개인 주택들은 모두 갤러리와 다름없이 멋지고 골목 경사는 제법 가파르다.
괜찮다.
나는 오르막길은 마을버스였고
내리막길만 천천이 걷는다.
절대 뛰지는 않는다. 아니 못한다.
홈페이지에서 찾아본 바로는 박물관 입장료가 5,000원이라는데 깜짝 놀랬다.
멋진 뷰 만으로도 그 값어치 이상은 하는 공간이고(오늘 대문사진이다.)
돌로 만든 다양한 용도의 작품들 숫자도 대단히 많다.
물론 암석의 다양성이나 암석의 조성 그리고 분류에 대한 설명은 없다.
과학과는 연계 고리를 찾지 못한 전시공간이라
내 입장에서 조금은 아쉽지만
자연과 함께 보는 어우러짐만으로도 그 가격은
전혀 아깝지 않았다.
내부에는 영웅을 묘사한 민화가 전시되어 있었는데
다행히 내가 아는 슈퍼맨, 원더우먼, 아톰, 도라에몽, 배트맨, 손오공 등도 등장하여
작가의 연배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고
나의 그림에 대한 이해력도 높여주었다.
딱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입구에 있는
마냥 착해 보이는 직원의 응대 방법이었다.
아주 공손하게 나에게 <어르신 대우>를 해드려야 하는 서류 소지자인지를 물어보았다.
그런 질문은 처음이어서 <그렇게 보이나요?> 라는 말이 툭 튀어나왔다만 물론 어투는 세지 않았다.
직원은 <아닙니다. 확인하라는 매뉴얼이 있어서요.> 라고 웃으며 대답했고
나도 절대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그것을 물어볼 것이 아니라
홈페이지에 5,000원이라고 안내되어 있지만
그것은 외부 전시만 볼 경우이고
내부전시까지 보려면 8,000원이라는 안내가 더 중요한 것 아니었을까?
어디에도 안내 문구가 붙어있지 않았다.
물론 3,000원 더 주고 내부 전시까지 보고 온 것에 대해 1도 후회는 없다만
선택여부를 알려는 줘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한번 가보시라고 추천해드리고 싶은 공간이다.
그리고는 무소유를 설파하신 법정 스님이 수련하신 것으로 유명한 길상사를 경건하게 한 바퀴 돌고
성북동 성당에서도 기도 한번을 올리고는
(오늘 오전 동시에 두 종류의 신들에게 부탁을 올렸다만 효과가 있으려나 모르겠다. 아들녀석의 결혼관련 부탁을 간곡히 드렸다.)
비가 조금씩 내리는 서울 골목 투어를 마감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동안 그 유명한 성북동 비둘기는 한마리도 보지 못했다. 산새 소리는 들렸다만.
성북동 칼국수를 먹을까도 생각했으나 양도 너무 많고 가격도 만만치 않더라.
내가 해먹는 잔치국수가 더 나을듯하여
유명빵집 사라다빵(이 용어가 더 입에 착 붙는다.)만 사가지고 왔다.
남편이 비가 와서 친구와의 산책 약속을 취소했을지 몰라서이기도 했다.
이런 날씨에 딱 어울리는 멸치 잔치국수와 부추부침개를 아침에 대략 준비해두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웬걸.
집앞 버스에서 내리니 남편이 길을 나서는 것이 보인다.
우산도 안가지고 말이다.
참 손이 무지막지하게 많이 가는 남자이다.
내 우산을 넘겨주고 들어와서는
나 혼자 먹을 국수 삶을 물을 올려놓는다.
아마도 친구랑 그 무엇을 먹더라도
오늘 같은 날 내가 만든 잔치국수보다 더 맛난 것은 없을 것이다만.
(혼자 배부르게 자알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