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생에 노비였을까?

아니면 그냥 노비체질?

by 태생적 오지라퍼

아침에 머리가 팍팍 돌아가는 날이 있는가하면

그 반대인 날도 물론 있다.

누군가는 커피 수혈을 하고나면

머리가 팍팍돌아간다하던데

나는 그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듯 하고

일어날 때의 컨디션에 좌우되는 듯하니

아마도 몸보다는 멘탈 우선일지도 모른다.

일단 오늘은 이상하게 해야 할 많은 일이 있는데 머릿속에서만 돌고 발동이 걸리지 않는 오전이었다.


이렇게 발동이 걸리지 않을때는

몸을 움직여서 단순 작업을 하는 것이 최고이다.

어제 아들 녀석이 가져온 여름 시트와 이불은 세탁기에 돌리고

청소기를 돌려두고(내가 쉬는 날에만 한번씩 돌린다. 생각보다 로봇 청소기의 요구조건이 까다로운 편이다.)

다용도실에 있던 고양이 배변용 모래를 옮기고(생각보다 많이 무겁다.)

오늘 저녁 콩나물밥용 콩나물 따기와 부수 작업 및

내일 남편 도시락용 닭가슴살과 내 몫인 납작 불고기를 구워둔다.

오늘 중에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을 오전으로 당긴 것뿐이다.

중간 중간 쓰레기 분리수거는 옵션이다.

이사할 때 버리고 갈 가구들 사진을 찍어두고

(폐기물 분리배출 사전 신고와 내 머리 정리를 위해서)

관리사무소에 가서 이삿짐 운반을 위한 엘리베이터 사용을 신청하고

10만원의 사용료도 계좌이체 하고 관리비 등의 절차를 물어보았다.

이제 이사 당일에 처리할 것들만 남았다.

관리비 정산과 가스 끊기 그리고 차량 등록 해제 등이다.

이런 복잡함 때문에 나는 웬만한 집과 관련된 것을 자동이체 처리하지 않는다.

내 집이라면 당근 해두었으리라만 치매예방용이라 생각하련다.


그리고는 개인사업자 등록증과 사업자계좌를 스캔해서 연구발주자인 교육청에 보내두고

오늘 머리 쓰는 것 중의 하이라이트인 전자(세금) 계산서 발급용 금융인증서를 처리하고

손세청(국세청 온라인 어플리케이션버전)에서 난생 처음 세금계산서를 발급하는 일이 남았는데

지금은 숨고르기 중이다.

한번 시작하면 중도에 끊을 수 없는 작업이므로

미리 거슬리는 것들을 해결하고 도전하려는 나름 필살기이다.

나는 늘 그랬다.

중요한 일을 할 때는 꼭 주변 정리가 선행되어야 했다.

시험을 앞두고는 시간도 없는데 책상 정리를 했고

지금은 남편이 10년만에 동절기 자켓과 모자를 사러 나간(기쁘다. 내 작은 소망이 지금 쓰고 다니는 모자를 버리는 것이었다.) 틈을 타서 남편 방 정리와 화장실 물청소도 막 끝냈다.

자신이 꽤 깨끗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남편을 위해 외출할때만 청소를 한다.

물론 혼잣말로 흉보는 것은 당연하다.


이제 잠시 후 정신을 집중하고 오늘의 메인 업무를 처리해보련다.

아마 한번에 되지 않아 여러번 시도하고 머리를 쥐어 뜯고

결국에는 센터 담당자의 도움을 받게 될지 모르지만

절대 좌절하지는 않겠다.

개인사업자로 처음 하는 일이니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잡일로 하루의 절반을 보낸 나는 전생에 노비였음이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노동이 힘들지 않을수가 있냔 말이다.

허리는 조금 뻐근하지만 기쁨이 백배는 더 크고

잡일하는 것이 하나도 낯설지 않다.

아니며 적어도 노비 체질은 틀림없는 것 같다.

나도 우아한 귀족 체질이었으면 좋겠다만.

저 민화속 영웅 체질이 아닌 것이 어디냐?

그렇게 생각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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