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역량 평가 미달

쉬운 일이 없다. 1인 사업자님들 힘냅시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어제 해야 했는데 시도하기가 싫어서(잘못할 것임에 틀림없으니)

그 일을 오후로 미룬 대가는 참혹했다.

오전에 시작했어야 오후까지 일을 하면

처리가 가능했는데

역시 해야할 일을 미루거나 피해가면 안된다.

만고의 진리이다.

노비처럼 몸을 쓰는 것은 착착 되었는데

머리를 쓰는 것은 그리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자괴감이 몹시 크다.

디지털 역량의 절대부족자의 하루였다.

평가 등급 하 수준이다. 기초 역량 미달이다.


일단 해야할 일이 세금계산서 발급이었다.

공공기관은 돈을 주기 전에 세금계산서를 먼저 받는다.

이것은 순서가 조금 이상하기는 하다만

(교사일때도 업체에게 미리 요구하는 것이 이상하기는 했다만 대부분 행정실에서 그 부분을 처리하니

깊게 고민하지는 않았었다. 왜 그런 것인지는 행정실 지인에게 물어봐야겠다.)

온라인으로 가능하다는 정보는 찾았으나 인증서가 필요한데

지난번 사업자 계좌만들면서 처리가 된 것인지가 불분명하여(이미 오래전 일이다.)

일단 계좌 개설 은행에 가서 물어볼 겸 오전에 은행에 들렀었다.

창구 직원에게 물어보니 은행은 하지 않고

개인이 해야한다면서 친절하게 안내문을 주었고

하다가 잘 못하겠으면 문의 전화할 곳까지 알려주었다.

이제 되었다 싶어서 집에 왔으나 시작할 용기가 나지 않아서(내 수준을 안다는 뜻이다.)

몸을 쓰는 일만 주구장창 열심히 하다가

이제 해봐야지 하고 노트북 앞에 앉은 것이

오후 두시경이다.

아무래도 노트북보다는 핸드폰에 하는게 더 낫겟다는 생각이 든 것은 십분쯤 지났을때이고

그 안내문을 보고 인증서를 발급받는 것까지는

별 문제가 없었다만

세금 계산서 발급으로 가니 인증서가 계속 없다고 뜬다.

이것은 무슨 문제가 있음에 틀림없다.

이번에는 세무서로 가봐야겠다는 생각에 옷을 입고 집을 나서는데

연구 수주를 주는 기관의 담당자에게 문자가 들어온다.

<나라장터에 업체 등록을 해주셔야 계약이 가능합니다.>

이게 더 먼저 처리해야하는 일이다.

순간 머리가 쭈볐선다.


집으로 다시 들어와서 핸드폰과 노트북으로 나라장터에 입찰을 받을 수 있는 업체 등록을 시작한다.

핸드폰은 화면이 작아 이리저리 돌려보기가 힘들고

노트북으로는 인증서를 옮겨두지 않았으니 어찌 한다 싶은데

나라장터는 또다른 의미에서 직관적이지 않은 무언가가 존재한다.

나는 아직 업종, 업태 등의 다양한 사업적 마인드의 용어에 익숙하지 않다.

다양한 경로로 머리를 쥐어뜯고 노안의 눈을 번득이며 드디어 나라장터 업체 신청에 성공한 후(아직 최종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마) 시간을 보니 네시가 넘어간다.

오랜 공직 생활의 경험으로 지금 세무서나 은행을 가는 일은 불가능함을 인지한다.

이동 시간을 포함하고 나면 업무 종료 시간 즈음이고 그때 업무 담당자들의 컨디션은 최하일 것이 뻔하다.

아침에 간 은행 직원도 제대로 안내를 못해주었는데 퇴근 즈음은 더할 것이다.

불편한 경험만 하게 될지도 몰라서 목요일 오전 오프러하여 처리하기로 마음먹었으나 찝찝하다.

다시 은행 어플로 들어가니(기업용 어플이 따로 있다.)

그곳에서 세금계산서 발급이 가능한 것을 찾았다.

이제 되려나 했는데 아까 발급받은 인증서가 같은 은행인데도 안뜬다.

이상하다. 그 친절한 은행원이 준 안내문을 다시 본다.

세금계산서 발급용 인증서라 분명히 이야기했는데

그냥 개인용 혹은 사업자용 인증서 발급 안내문이다.

이럴수가. 하늘이 무너져내린다.

나의 시간과 노력이 물거품이 된 것이다.

그래도 어찌저찌 마지막에 대 반전을 이루나 싶었는데

마지막 OTP 비번에서 막혔다.

사실 나는 OTP 가 왜 어떨 때 필요한 것인지 알지 못했고(쓸 일이 없었다.)

그래서 받아오면서도 그냥 던져두기만 했었다.

내가 비번을 설정했었나 기억이 도무지 나지 않는데

그리고 OTP를 누르니 숫자가 뜨는 것도 봤는데 왜 안되는 것이냐?

결국 오류발생으로 목요일 다시 은행 방문 예정이다.

세상에 쉬운 일이란 없다만 그 창구 직원은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는 것이냐?

분명 세금계산서라 이야기했는데 말이다.

목요일 오전 은행갔다가 오후 세무서 들러서 회의가면 되겠다.

화요일 일을 미루는 바람에 목요일 일정이 꽉 찼다.


할 수 없다. 디지털 역량의 절대부족자인 내 탓이다.

역량평가 하 수준임을 새삼 인정한다.

화가 나서 저녁 산책이라도 해서 화를 삭여보려 했지만

나가보니 엄청 쌀쌀해서 감기 걸리기 딱일듯하여 십분만에 깨끗이 포기했다.

아직도 세상에는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열배는 많고

특히 디지털의 세계는 심오하기 그지없다.

짜증을 동반하기도 한다.

나는 그냥 아날로그 낭만에 머물러야 할 것인가,

디지털이라는 큰 벽을 뚫고 나가야 할 것인가.

오늘 아침을 비장한 각오로 맞이한다.

좌회전이냐 우회전이냐를 결정해야 할 운전자의 입장으로 말이다.

그런데 거대한 사회의 변화를 따라야지 어쩌겠는가?

공손한 모드로 은행과 세무서를 다녀와야겠다.

아니면 디지털 능력이 출중한 비서를 두면 되는데

나는 1인 사업자이다.

첫번째 일 따기가 이리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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