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는 것에 몰두하는 현명함
나름 알찬 오후 시간을 보낸 어제이다.
알찬 시간을 보냈으니 기력이 다해서
어젯밤에 글을 적지 못하고
(나의 브런치 글의 7할은 일기의 역할이다.)
그리고 그 덕분인지 그 전날 잘 못잔 이유에서인지
어제는 중간에 한번도 깨지 않고 심지어 화장실도 가지 않았다.
어제 오후 핵심은 11월 10일로 최종보고회를 앞두고 있는 연구 발표 막바지 작업이다.
저녁 식사를 빙자한 연구 킥오프 회의장소인
나의 옛 직장지인 을지로 4가로 나가서
플리마켓 차원의 줄 것들을 주고(주고 받는 기쁨이 크다.)
전 학교의 무사여부도 확인하고(인조잔디 운동장은 도대체 언제 다 되는거냐? 야구부 훈련하기가 어렵겠더라)
내가 미리 눈여겨 봐두었던 지하철 역
커다란 재벌 회사 건물 지하의 공공 작업 공간에서 눈썹을 휘날리며 일을 했다.
이렇게 외부에서 해야 일의 속도가 집에서의 배가 된다. 나는 외향성 인간인가?
콘센트도 있고 핸드폰 충전기도 테이블마다 설치되어 있어서 엄청 좋았으나
크게 전화통화를 하는 사람과 마주보고 앉은 사람과의 거리가 다소 민망할수도 있다만 댕큐였는데
아뿔싸 무료 와이파이가 없다.
할 수 없이 마지막 자료 보내는 것은 그 건물 2층의
가끔 다녔던 스타벅스로 간다.
사람들이 왜 그곳에서 작업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는지 그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제법 빠른 집과도 차이가 전혀 없는
무선 인터넷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메리카노 말고 달달한 비엔나 커피 비스므레한 것(이름이 너무 복잡하다.)을 마셨는데
맛나고 에너지 효율이 높았다.
이래서 작업 중에는 달달한게 필수이다.
그리고는 잠시 나의 연구와 강의 질을 높여주는데
엄청 기여하고 있는
최근 나와 가장 소통하는 횟수가 많은 지인을 만나고(엄청 감사하다.)
함께 연구 과정 및 앞으로의 일거리에 대해 의논하고
잘 부탁드린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렇게 누군가와 연구 관련 이야기를 하고 나면
내 머리 정리도 되고
일의 구체적인 범위가 결정된다는 좋은 점이 있다.
글과 말의 차이점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글의 구체화과정이 말의 형태로 구현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말한것을 글로 적는 과정에서 정교화와 세밀화도 이루어진다만.
나만 그런가?
저녁 회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연구 윤곽도 잡히고
교육청의 의도도 정홰히 이해하고
진행 방향도 조금씩 마련되어 나가서
뜬구름잡기처럼 실체가 모호하던 것이
조금은 뚜렷해지고
연구의 범위와 한계를 제한하는 과정이 이루어졌다.
내가 이해하고 생각하는
서울시교육청의 탄소중립 연구의 중심점은
가능한 실시간 데이터를 많이 활용해달라는 점이었고(데이터의 장점은 분명하다만 그것은 정확하게 수집된 데이터일 경우이다.)
현장교사 출신인 나의 바램은
학교 적응에 어려움이 없어야 한다는 점(내가 바라는 바이다. 지금도 힘든 학교에 무언가 꼭 필요한 최소의 것만 제시해야 한다.)
실제 실천력이 가미된 내용이었으면 한다는 것이다.(말만 번지르한 그런 연구가 되고 싶지는 않다.)
그리고는 탄소중립에 조금이나마 이바지하는 마음으로
잔반없는 식탁으로 마무리한 하루였다.
물론 비건식탁은 아니었다만.
월요일 이 내용을 잘 정리하여
다른 연구진에게 전달하고
연구 진행 일정 및 역할 분담을 잘 해야한다.
연구 참여자와 연구를 대표하는 위치의 다름을 맛본 저녁이었다.
오랜만의 을지로 나들이에서
음악과 과학과 예술과의 통합이 이루어진
멋진 전시작품도 보았고
일찍 뜬 익숙한 구도의 반달까지 보았으니
어제 오후는 완벽했다.
그 이상의 무엇을 원한다면 그것은
내가 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
범위를 결정한다는 일.
그것이 제일 중요하다.
분수를 지키고 분명하게 알고(화가 날때도 있다.)
그 범위를 넘어서는 일은 과감히 시도하지 않는 일.
그렇게 오늘도 지내보자.
오늘의 내가 많이 절망하거나 지치지 않았으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