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은 다 불편하다.
어제 저녁 연구팀 킥오프 회의를 마치고
장학사님이 한 이야기가 오늘까지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나를 부를 때 호칭을 뭐라할까 물어봤다.
한번도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늘상 선생님이었다.
조금 나이들어 부장교사가 되었을 때는 부장님이었다만
학교밖 외부에서 부장님이라 하면
재벌회사급 부장님인줄 알고 지나가던 사람들이 흘끔 쳐다보기도 했었다.
그러니 선생님이 훨씬 마음편한 호칭이었다만
이제 공식적으로 선생님은 아니다.
교수님이라고 불리우는 공간이 있다.
대학에서이다.
요사이 SNS 에서는 시간강사. 초빙교수, 겸임교수는 어디가서 교수라고 하면 안된다고
정교수만 교수라고 해야한다던데
내가 강의하는 대학 내에서 그리 불리우는것까지는 뭐라 하겠는가?
그 공간의 특수성을 인정해주는 차원으로 그러려니 한다.
어제 그 장학사는 나를 대표님이라고 불렀다.
1인 기업체를 만들었으니 대표는 맞다만
하는 일은 대표부터 말단까지 모두 다 이고
심정적으로는 내 머리도 아직 받아들이지 못하는 호칭이니 세상 어색하다.
마치 출산을 앞두고 산부인과에 갔을때
<어머니> 라고 간호사가 불러서 내가 아닌줄 알고
뒤를 돌아다봤을때의 딱 그 느낌이다.
지나가던 어린아이들에게 <아주머니>라고 처음 불리웠을때의 그 황당함이다.
다행히 아직 할머니라는 호칭은 못들어봤으나
아마 머지않았을 것이라고 각오는 하고있다.
실제로 할머니가 되고 싶을뿐.
여사님이라는 호칭은 아파트 소독 아르바이트에 갔을때 들어봤고
<어이>라는 호칭은 술취해서 골목길을 걸어가던 아저씨에게 들어봤으며
한때는 누구엄마로 불리우던 때도 있었고
가끔 박사님 혹은 선배님이라고 불러주는 후배들을 만날때도 있다만
어느 호칭도 그리 썩 익숙하지는 않다.
물론 친한 후배들은 언니라 부르지만
그것은 빼고 말이다.
강의 사이에 쉬는 시간.
점심을 먹고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나는 계속 선생님으로 불리고 싶다는 생각이 제일 강하다.
선생님보다 교수님이나 박사님이 높은 신분을 나타내주는것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냥 온전히 과학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가장 적합한 삶을 살았고
앞으로도 몇년간은 쭈욱 그럴것이다.
호칭보다 내실을 중요시한다.
호칭을 내세우기보다는 실력과 열정을 내세우는게 맞지 않겠나.
(오늘 아침 출근길 석촌호수 풍경이다.
이걸 본것으로 오늘 내 몫의 행운은 다 썼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