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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ncent May 12. 2023

파워 '레이저'

"이제 맡으실 일은 이 레이저 가공 기계를 다루는 겁니다."


실장님과 간단한 면담을 마친 뒤 창문이 난 벽을 경계로 나뉘어진 공장으로 들어서자 올해로 7년차 근무 중이신 박00 대리님이 나를 반겨주셨다. 나보다 나이는 한 살 어렸지만 경력 차이는 7년이나 나는 셈이었다. 


 사무실에서 도안을 만들어 작업지시서를 하달하면 공장에서는 레이저 가공기계로 도안이 그려진 합판을 제작한다. 그리고 그 합판에 그려진 도안에 맞게 칼을 가공해서 박아낸다. 이것이 목형집에서 하는 일의 프로세스였다. 목형집에서 처음 일을 시작하는 사람은 칼을 박기 전 레이저 기계를 다루는 일부터 시작한다. 


"2,440mm x 1,220mm"


직사각형 모양의 커다란 원판의 사이즈는 2,440mm x 1,220mm 였다. 이 원판에 각기 다른 사이즈로 제작된 도안을 짜맞추는 일이었다. 합판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냥 막 쏘아서 잘라 쓰는게 아니다. 박 대리님은 나를 레이저 기계와 연동되는 컴퓨터 책상 앞으로 안내해주셨다. 그리곤 다른 의자를 가져와 하나하나 알려주기 시작하셨다. 


"여기 컴퓨터들은 메인 폴더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여기로 들어가시면 날짜와 도안 번호가 파일이름으로 저장되어 있는 거 보이시죠?"


메인 폴더에는 날짜-(작업번호) 라고 적힌 수많은 파일들이 저장되어 있었다. 


"이 중에 '(작업번호)-1'을 여시면 되요. 이게 레이저 파일이예요!"


레이저 파일이라... 그게 뭐지?   


도안 사무실에서 내리는 파일은 2가지 버전이 존재했다. 하나는 칼을 박는 사람들이 보는 '칼 파일'과 레이저 기계로 합판에 도안을 앉히는 '레이저 파일'이다. 일단 거기까지 였다.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이어지지 않았다. 굳이 지금 알 필요 없다는 판단이 들어서였을 것이다. 


 간단한 설명을 마친 박00 대리님은 직접 작업하는 것을 보여주기 시작하셨다. 커다란 원판을 집어들어 레이저 기계에 맞물리고는 기계 매뉴얼 버튼을 이리저리 조작하시며 내가 오기 전 만들어 둔 파일을 레이저 기계로 전송한 뒤 작업을 시작하셨다. 


 커다란 굉음과 함께 눈부신 레이저가 발사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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