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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ncent Dec 09. 2021

캐치볼

#1

무더운 7월 말의 여름, 친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캐치볼 안 할래?"


친구가 말한 캐치볼은 글러브로 야구공을 주고받는 놀이를 의미했습니다. 그때까지 캐치볼은 해본 적 없었던 저였지만, 마냥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주저 없이 곧바로 응했습니다.


"글러브가 없어서, 근처 대형마트에서 사갈 테니까, 조금 기다려"


글러브를 준비할 시간을 번 뒤 저는 곧장 대형마트로 달려가 가장 저렴한 글러브를 샀습니다. 그리고 만나기로 약속한 시간에 맞춰 동네 공터로 향했습니다.


"무슨 글러브 샀냐?"


크기는 작고 볼품도 없으며 저렴한 재질로 만든 것이 단번에 보이는 제 글러브를 보고 친구가 장난스레 말을 걸었습니다. 야구 글러브는 온라인 사이트에서 사는 것이 질도 좋고 오래 쓰기 좋다면서 다음엔 자기한테 물어보고 사야 헛돈을 안 날릴 수 있다며 훈수까지 두습니다. 그렇게 가벼운 대화를 나눈 뒤 곧바로 캐치볼을 시작했습니다.


"그냥 던지면 돼?"


캐치볼을 보기만 했지, 직접 해본 적 없던 저는 야구공을 어떻게 잡고 던지는지도 몰랐습니다. '야구공에 난 실밥에 검지와 중지를 브이(V) 자 모양을 한 상태로 걸치고, 엄지 손가락으로 공 아래를 감싼 뒤  던지라는 것'이 친구가 제게 알려준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에 나타났습니다. 던지는 건 아무래도 좋았지만, 친구가 던진 공을 잡지 못하고 매번 놓치는 것이었습니다. 운 좋게 잡았더라도 글러브 끝에 아슬아슬하게 걸칠 뿐 글러브 안으로 들어오질 않았습니다.


보다 못한 친구가 한마디 던졌습니다.


"공을 글러브로 잡아채는 게 아니라, 글러브를 벌린 상태로 공이 들어 올 자리를 만들어 놓는 거야~ 그러면 글러브가 알아서 오므려져"


 의문이 들었습니다. '캐치볼'인데 '잡지 말라니', 무슨 말인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친구의 조언대로 공이 날아오면 무작정 손을 뻗어 글러브로 잡아채려 하지 않고, 팔꿈치는 몸 안쪽으로 당겨서 공이 낙하할 지점을 예측해 글러브를 벌리고 기다렸습니다. 그러자 "퍽" 공이 안전하게 글러브로 들어갔습니다.


"넌 공이 들어오기도 전에 글러브를 닫아버려 그러니까 공을 놓치지, 글러브는 공을 잡는 게 아니라 받는 도구야!"



#2

대학을 다니던 시기에 '미식축구(football)' 경기를 취미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NFL(National Football League)라 불리는 미국의 프로 미식축구 리그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신체능력을 소유한 사람들이 역동적이고 놀라운 운동신경을 뽐내는 자리였습니다.


   미식축구는 100야드 길이의 공간에서 양 팀의 레이가(play) 이뤄지고, 각 팀들은 양 끝 10야드 폭으로 마련된 자기 진영으로 공을 위치시키면(공이 3차원 공간에 들어가면 됩니다.) 득점하는 스포츠입니다.

  미식축구는 크게 두 가지 전략으로 진행됩니다. 런(Run)과 패스(Pass)입니다. 그중 현대 미식축구에서는 단 번에 많은 야드를 전진할 수 있고, 관객들에게 엄청난 희열을 주는 '패스 플레이'를 주 공격 자원으로 사용합니다.


 이때 공을 던지는 선수는 쿼터백(Quarterback), 공을 받는 선수는 와이드 리시버(Wide Receiver)라고 칭합니다. 이때 쿼터백의 경우 상반신 회전력, 시야, 공의 비거리 그리고 와이드 리시버의 경우 달리기 속도, 서전트 능력, 방향 전환 속도 등 선수들이 가진 운동 능력 특성에 맞춰 수 차례 연습을 통해 매끄러워지도록 해야 합니다. 이 모든 복잡한 요소들이 '오로지 공을 제대로 받아내기 위해' 사용됩니다.


 와이드 리시버가 경이로운 자세로 혹은 한 손으로 '슈퍼 캐치'하는 것에 스포츠 팬들은 열광하지만, 사실 좋은 패스는 안정적으로 점수를 획득할 수 있는 단조롭지만 간결한 패스입니다. 쿼터백이 리시버들의 몸으로 공을 '안전하게' 전달하고 리시버들이 자신들의 두 팔로 공을 보호하는 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만일 공을 놓친다면 상대 수비 선수들이 재빨리 낚아채가기 때문이죠.(Fumble is disaster!!!) 그들이 캐쳐(Catcher)가 아니라 리시버(Receiver)로 불리는 이유일 것입니다.



#3

 공을 가지고 겨루는 구기 종목들에서는 종종 믿기 힘든 '허슬 플레이(Hustle Play)'가 나옵니다. 그러나 이러한 장면들이 각광을 받는 것은 어디까지나 '흔치 않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보다 선수들은 수많은 평범한 플레이로 공을 주고받습니다. 그들은 처음부터 섣불리 팔을 뻗거나 불안정한 자세로 받는 연습을 하는 게 아니라 안정적으로 받아내는 연습을 수 없이 합니다. 그런 것들이 모여서 일종의 직관적인 감각 같은 것들이 경기 중 아찔한 상황 속에서 공을 '잡아내도록' 만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것이 곧 허슬 플레이가 되고 이에 팬들이 열광하는 것이죠!


 혹시나 자꾸만 놓치는 무언가가 있으신가요? 혹은 잡히지 않는 무언가가 있으신가요? 그것이 차마 내가 잡을 수 없는 거리에 있다면 거리를 좁고, 내가 서 있는 위치와 다른 곳으로 향한다면 자리를 잠시 옮겨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데도 잡히지 않는다면, 내가 섣불리 손을 뻗고 미리 손을 오므리는 바람에 놓쳐버리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아직은 잡기보다 받아내야 하는 때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공을 놓치지 않으려 너무 애쓰지도 말아야 할 것입니다. 제 머리 위를 훌쩍 넘어 흘러가는 야구공을 잡으려다 미처 보지 못한 배수구에 발이 걸려 발목을 접질렸거든요. 어디까지나 꾸준히해서 나아지기 위한 일인데, 그것 자체를 못하게 된다면 그보다 슬픈 일은 없을 겁니다.


 캐치볼이란 어쩌면 무언가를 결국 잡아내기(Catching) 위해 꾸준히 반복하는 받기(Receiving) 연습을 의미할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결국 캐치볼의 끝은 없겠죠. 지속하는 우리들의 고군분투만이 담긴 지난한 반복을 의미하는 표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4

글의 흐름이 조금 억지스러운 감이 있습니다. 이 글을 쓴 저도 느끼고 읽는 당신도 느끼겠죠. 아무래도 단번에 결론을 내려 섣불리 손을 뻗은 것은 아닐지 조금은 확실한 심증이 생깁니다. 아무래도 좋습니다. 지금은 놓쳤더라도 계속해서 고쳐가고 다듬어가면 조금 더 자연스러워지겠죠. 결국 멈추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할 테니까요. 그럼 전 잠시 이불속으로....... 멈춰 있겠습니다 ㅎㅎ 이불 밖은 위험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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