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 하고 싶어요
요즘 부쩍 많이 듣는 말이다.
"저, 결혼할 수 있을까요?"
결혼 뭐, 할 수는 있지.
만나는 사람이 있든, 없든 다들 결혼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나 보다.
사실 뭐, 결혼을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마음먹는다면 무엇인들 못할까.
어쩌면 그들의 걱정은 정말 '결혼을 할 수 있을지'가 아니라 다른 곳에 있는 것 아닐까.
"결혼"을 이야기하는 나보다 나이가 어린 친구들에게 보통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자 걱정이 있다.
"결혼"을 위한 "결혼"을 하는 건 아니겠지?
아, 참고로 내가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쓴다고 해서 나의 "결혼"생활이 퍼펙트하기에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나도 늘 아내와 싸우고 하지만, 겉으로는 내색 못해도 많이 배워가고 있다.
어쨌든 결혼이라는 것을 고민하는 친구들을 보면 꼭 저 생각이 먼저 드는 것 같다.
혹시나, 자기도 모르게 부모님 생각을 하면서 "결혼"이라는 것을 생각하지는 않을지
남들도 다 하니까 나도 큰 문제가 없다면 당연히 해야 하는 것 아닐까 한 것은 아닐지
어떤 쪽이나 100% 맞고 틀리고의 부분은 없지만 그냥 내 마음이 어려워지는 것 같다.
이미 결혼하신 분들 중에서도 얼마 안 되신 분들, 오래되신 분들, 이혼하신 분들 등등
결혼을 고민하는 친구들 앞에서 각자 다른 생각들이 머릿속에 드실 것이 분명하다.
일단 저렇게 생각이 들면 물어본다.
혹시.. 결혼을 해야 해서 하는 건 아니지?
100% 아니라고 한다. 다들 표정은 다르지만.
그리고 결혼을 생각하고 혹은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면 내가 하는 말을 직감적으로 정확하게 알아듣는다.
저게 도대체 무슨 말인지. 귀신같이 부리나케 아니라고 대답한다.
결혼을 이미 준비하고 있고 마음을 먹었다면, 주저 없이 축하를 해주고,
아직은 이 세계에 대해서 잘 모르고 경험해 본 적 없고 조금 멀리 있다 싶은 친구가
"저, 결혼할 수 있을까요?"라고 물을 때는 아예 다른 이야기를 보통 해준다.
20대 초반에서 중반, 혹은 중후반 되는 친구들까지도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가장 많이 나오는 이야기는 "상대방"에 대한 것이다.
그것이 결혼 상대 이든, 아직은 없지만 미래에 생길 것이라 기대(?)하는 상대가 되었든.
"다 좋은데 이런 게 좀.. , 아 이런 것만 좀 고쳤으면.."
솔직히 말하면 연애라면 상관없다. 정말로.
근데 결혼이라는 것을 할 생각이고 고민 중이라면 난 주저 없이 이야기해 준다.
"너에 대해 먼저 생각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이렇게 말하면 보통 잘 못 알아듣는다.
"아니 너는 네가 결혼을 해도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너 스스로 생각했을 때도 너는 결혼을 할 만한 사람이냐고"
지금까지 이 이야기를 들었던 대부분의 사람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였다.
"아차"
"어라?"
1번의 경우는 본인이 너무 상대방에 대한 포커싱이 맞추어져 있었음을 본인도 마음속으로는 어느 정도는 인지를 하고 있었던 사람의 경우이다.
2번의 경우는 정말 한 번도 본인의 결혼에 대해서, 그리고 본인 스스로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 없는 경우다.
1번의 경우에는 난 그래도 조금은 도움을 줬다고 생각하고, 2번의 경우는 그냥 대체로 무시한다.
아직 아니다. 솔직히 멀었다.
그럼 아니나 다를까 2번의 경우는 결혼 이야기가 쏙 들어가거나 본인도 아직 멀었다는 느낌이 들었는지,
상당히 민망해하며 돌아가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내가 생각하는 결혼이라는 것은 그렇다. 나에 대한 것을 더 발가벗기고 알아가는 시간에 가깝지,
상대방이 이런 사람이구나, 저런 사람이구나를 발가벗기고 알아가는 시간이라고 생각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민망하고, 부끄럽고, 부족함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지 나와 결혼한 상대방에 대해서 미움 가득한 마음으로 헐뜯거나, 혹은 정말 저 사람이 잘못된 사람이구나를 확신하게 되는 마음이 들거나
이런 경우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이 사람과 만나 결혼을 하고 더 좋은 사람이 되어 가고 있구나, 내가"라는 생각이 들면 들수록
결혼생활이 만족스럽고 행복한 결혼생활이라는 생각을 한다.
반대로 "아 역시 나와 결혼한 저 사람이 정말 좋은 사람이었구나, 나 결혼 잘했다." 물론, 이런 생각도 굉장히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기도 하지만 전자가 훨씬 만족스러움을 가져다주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어떤 것이든 그게 결혼이 됐든 무엇이 됐든 상대방과 무언가를 같이 해야 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과 관련해서 생각할 때는 "나"를 먼저 생각한다.
내가 그럴만한 자격이 있는가, 능력이 되는가, 그런 사람인가 등등
"나"와 관련해서 생각할 것이 엄청나게 많다.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상대방을 검증하고 평가하고 분석할 시간에 "나"에 대해 먼저 알고 평가와 분석을 하게 되면
그것만으로도 상대방을 굳이 평가하고 분석하고 검증할 필요가 없게 된다.
이미 나 스스로가 나에 대한 인지와 판단이 끝났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그게 더 본질이라고 본다.
결혼이라는 주제에서도 그러길 바라는 마음이다.
내가 나를 알고 그것이 자연스럽게 상대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감사할 줄 아는 마음으로 이어질 때
그것만으로도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구나라는 느낌을 받게 될 때
관계는 더 돈독해지고, 성숙해질 수 있는 것 같다. 꼭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닐 수 있겠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잘 살면 좋지 않은가?"
오늘 아내와 살짝 다퉜는데 그래도 시간 가지고 사과를 빨리 하길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