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리더십
"이이사가 이거 잘하니까 좀 해주고"
"안되면 내가 이야기할 테니까 우선은 이렇게 한 번 이야기해보고 반응 한 번 보자"
"우선은 이렇게 작성 한 번 해보고 가져와봐."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나서서 일을 했던 저에게는 어김없이 떠넘김이,
원하지 않고 하고 싶지도 않아 하던 직원에게 저는 위임을 끝도 없이 시도했습니다.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기보다는 과정에 따른 결과,
그리고 그 이후, 누가 책임과 성과를 가져가느냐에 따라 경계가 분명해지는
말장난과도 같은 '위임'과 '떠넘김'.
생각해 보면 그 경계는 꽤나 명확합니다.
"이거는 이이사가 한 번 해보면 좋을 것 같아."
"이런 거 이이사가 특히 잘하잖아."
"이이사 말고는 없어? 다들 이이사만큼만 좀 해라."
"내가 너를 먼저 만났다면 네가 대표였을 거야."
이제는 웃기지도 않은 이야기가 되었습니다만,
그때만 해도 나에게 떠넘기는 것인지 위임을 하는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아마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저는 똑같이 그 일들을 도맡아 할 것 같아요.
그렇게 그들은 몇십억을 벌었고 다 함께 노력해서 벌어들인 수익을 멤버들과 일절 나누지 않았습니다.
'떠넘김'이죠. 지금 생각해 보면 저는 스스로 떠안고 배우며 성장했던 것 같습니다.
그때는 해결책이라고 생각됐던 것들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여러 답들을 제가 속으로 생각해서 결정내고 시도하고 결과를 만들어냈던 것 같아요.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떠한 해결책도 낼 줄 모르고
돈을 벌어와야 하는 세일즈도 일절 하지 못하는 그들을 보며 한편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도 내가 내 손으로 채용한 멤버들을 위해서라도 지옥 속에서 견디고 버텨야지,
내가 도망가면 다 끝이라고 생각하며 그들에 대한 여러 비판과 아쉬움을 커버 치기 바빴습니다.
'떠넘김'의 결과를 성장으로 바꾸고 본인 스스로를 위한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도 지금 와서 보면
스스로 만들어내는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떠넘긴다는 것을 알고 나면 사실 스스로도 감정 컨트롤하기 어렵고 그렇게 되는 순간,
어떠한 일을 하더라도 나에게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 됩니다.
운이 좋게도 떠안았던 일이 그들이 대부분의 것을 귀찮아하고 하기 싫어했기에
회사 내에서 꽤 중요한 업무들과 핵심적인 일들을 할 수밖에 없었던 저는 혹독하게 성장했습니다.
마음도 많이 다쳤고, 성장하는 중간중간 도망가고 싶었던 적도 많았지만
타의로 인하여 토사구팽 당한 현재는 그럭저럭 괜찮은 경험이었다 싶습니다.
자세히 살펴보고 돌아보면 '떠넘김'에는 어떠한 후속조치나 추후 A/S가 필요 없습니다.
떠넘긴 것이니 책임은 당연히 지지 않고 떠안은 사람의 몫이며 위임이 아니기에 권한은 없습니다.
권한이 있다고 착각할 수 있으나, 언젠가는 권한이 없었음에 큰 충격을 받고 상처만 남을 수 있습니다.
사실 상사가 떠넘기는 것을 막을 방법은 현실적으로 거의 없다고 봐야 합니다.
불의와 맞서 싸우며 회사 내에서도 시끄러운 인물로 낙인찍히는 것 따위,
나의 커리어에 조금도 영향을 미칠 수 없고 나는 다 이겨낼 수 있다면 해결방법이 있습니다.
거절하고 시끄럽게 만들면 됩니다. 최대한.
만약 그런 성격도 못 가졌고, 그런 성향도 아니라면 일단 나에게 떠넘기는 것이 맞는지는 알아야 합니다.
적어도 스타트업 내에서는 어느 정도 적용될 수 있을만한 확인 사항들입니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나의 다음 성장 스텝에 도움이 될 만한 일인지(최대한 객관적으로)
최소한의 권한이라도 있어야지 풀어낼 수 있는 것인데 적절한 배치나 상황에 대한 조치가 이루어졌는지
오더가 꽤 구체적인지, 목표와 취지는 명확한지
처리하지 못했을 때 대안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신뢰가 있는 인물인지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누가 봐도 해결하기 불가능한 상황은 아닌지
완전히 처리가 될 때까지 시킨 사람도 함께 하는지
내가 처리한 것은 내가 처리했다고 결론이 나는지
여러 가지 확인을 통하여 내가 어떤 일을 떠안게 된 것인지는 일단 알 수가 있습니다.
이후 어떻게 받아들이고 수행하는지에 대한 것은 너무 다양한 상황들이 있기에 가볍게 결론을 내자면,
일단 그냥 한 번 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정말 돈 적으로 내 인생이 무너질 정도의 Risk를 떠안아야 하는 정도가 아니라면 일단 그 순간에는,
내게 온 기회라고 생각하고 우선은 받아들이고 해 보는 것이 나에게는 도움이 되고 좋습니다.
그렇게 내가 겪은 일, 내가 걸어간 길은 나중에 어떤 기회와 성장의 결과로 내게 돌아올지 모릅니다.
위임을 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책임과 어려운 절차, 결과들이 따라오게 되어있습니다.
먼저 위임을 하는 상사를 A, 위임을 받는 동료를 B라고 해보겠습니다.
A는 B의 현재 성장 속도, 성장 상황, 처해있는 과정 등을 모두 인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B가 위임받은 일처리를 실제로 어떻게 하는지 러프하게라도 팔로우업 하고 있어야만 합니다.
실제로 문제가 생기는 것에 대해서는 A가 책임을 져야 합니다. 해결도 A와 B가 함께 해야 합니다.
잘 끝나면 B 덕분이고, 문제가 생기면 A 때문입니다. 예외는 없습니다. 무조건입니다.
B에게 어떤 것이 도움이 되고 성장이 될지 처음에 혹은 결과가 나고 공유를 해주어야 합니다.
위임을 하고 위임을 받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거나 이슈가 생기면 전부 A가 견뎌내야 합니다.
위임에는 명확한 명분과 정당성이 필요하며, 취지와 목적이 없는 위임은 '떠넘김'과 다름이 없습니다.
'위임'은 누가 대신해 주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책임져야 하는 것이 하나 더 생기는 일입니다.
오히려 동료를 성장하게 해주는 행위에 가깝고 그런 목적이 있어야만 합니다.
나중에 위임할 필요가 없이 동료가 나의 업무를 분담해 주는 그날이 오기 때문이지요.
그것이 시너지이고 팀웍이자, 진정한 협업입니다.
어설프게 위임했다가 동료가 그만두고 팀웍은 다 깨지고 결국 다시 혼자 해야 하는 경우를
저는 수도 없이 봐왔고, 생각보다 의도치 않게 '떠넘긴 것이 되는' 경우도 굉장히 많이 봐왔습니다.
이제 헷갈리지 말아야 합니다. 위임과 떠넘김
생각보다 그 경계는 명확하고 이미 우리 모두가 알고 있고 느낄 수 있습니다. 꼭 짚어내지 않더라도.
위임은 근본적인 동료의 성장과 더 나아가 조직의 성장에 밑거름이 되어야 하며
떠넘김은 본인이 걸러지는 행위가 될 가능성이 높으니 주의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조직의 건강한 성장은 결국 나에게는 무조건 이득을 가져다줍니다. 해가 될 것이 없습니다.
그 과정 속에 고통이 따르지만 꽤 해볼 만한 일들이기에 추천합니다.
오늘도 여러분 모두의 사람냄새나는 직장생활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