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회사이고 나는 나다
일과 삶을 분리하기보다 회사와 나를 분리해야 한다.
일반적인 직장을 다니고 계신 분들이라면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보다 많다.
인생이 긴데 그 긴 인생을 두고 보더라도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그렇기에 일과 삶을 과감하게 분리해보려고 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기도 하지만 불가능에 가깝다.
가능한 사람도 있겠으나, 오히려 잘 분리가 되지 않음에 스트레스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흔히들 워라밸이라고 이야기하면서 워크와 라이프의 밸런스를 이야기해온지 꽤 됐다.
내 생각에 이는 24시간 중 시간의 균형 있는 배분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내 인생에서 워크와 라이프의 비중에 대한 균형 잡힌 분배를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본다.
괜한 시간에 집착하여 워크에는 반드시 8시간을, 나의 라이프에는 밤 열두 시 혹은 새벽 한 시까지
반드시 시간을 부여해야 한다고 보면 이것 또한 꽤나 큰 스트레스를 받을 만한 '워크'이지 않을까 싶다.
회사와 나를 분리하는 작업도 꽤나 어렵고 고차원적인 일이다.
일을 잘하고자 하는 욕심이 많은 사람이면 사람일수록 쏟은 만큼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다.
그래서 앞, 뒤, 옆 가리지 않고 일에 몰두하고 나의 시간이며 노력을 일에 무진장 쏟아붓는다.
나 또한 그랬고, 흔히들 겪는 실수이자, 겪어야만 하는 관문이기도 하다. 적어도 욕심이 있다면.
결과는 내가 쏟은 시간과 무조건 비례하지 않는다. 절대로.
일에 대한 욕심 혹은 성취에 대한 욕심이 없다면 이보다는 덜 할 수는 있겠지만,
어차피 일에 대한 적응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한 번쯤은 겪게 되는 고민 중 하나이다.
회사에 우리는 일을 해주고 회사는 우리에게 돈을 준다.
법인체는 실제로도 하나의 객체로 본다. 어떤 책임을 가지고 있는 하나의 주체라는 것이다.
내가 회사가 되고 회사가 내가 되는 '물아일체의 경지'를 흔히 스타트업 대표들이 자주 한다.
이를 바라보는 혹자는 그럴 수 있을 때가 좋은 것이라며 응원을 보내주기도 하지만,
대기업 회장님들이나 굵직한 성과를 이루신 분들이 보면 기절초풍할 일과도 같다.
그들은 모두 이런 시기를 거쳐 회사와 스스로를 잘 분리할 줄 알고, 회사라는 객체를 잘 분리하며
그렇기에 회사가 나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깨우친 분들이시다.
그렇다.
회사는 절대 나를 위하여 존재하지 않는다. 회사는 우리 모두를 위하여 존재하지도 않는다.
회사는 회사이고, 나는 나다.
회사가 있기에 우리가 있을 수 있기도 하고 우리가 있기에 회사가 있을 수도 있다.
단순히 행정적인 의미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돌아가는 모습이 그렇다.
굉장히 큰 의미부여도, 그렇다고 회사라는 존재를 무시해서도 안된다.
회사는 회사의 일을 하고, 나는 나의 일을 하는 것이다. 연결되어 있으나 하나는 아니다.
또한 서로의 목적이 서로를 향하지 않는 것이 건강할 때가 많다.
그렇기에 회사가 나를 위해 어떠한 것들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는 진즉 버리는 것이 좋다.
말장난 같지만, 나는 나를 위해 존재하면 된다.
회사는 그 자리에 존재하고, 그 안에서 나는 나의 성장을 위하여 정진하면 그만이다.
그 이상, 그 이하 어떤 큰 다른 의미도 갖지 않는 것이 좋다.
스타트업의 대표들이 물아일체가 되는 실수를 저지르는 것은 회사가 자식과도 같으며,
내가 만든 나의 분신 같기 때문에 그렇다.
그러나, 회사가 커지면 커질수록 내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고 배신감에 휩싸여 잠을 이루지 못하고,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몰라 한참을 방황하는 대표들을 많이 보았다.
회사는 자식도 아니고 분신도 아니라 그 자체라는 것은 많은 경험을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단순히 회사에 대한 애정, 애사심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회사가 너무 좋아서, 회사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열정과 열의를 다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인간이라는 동물이 이에 따라 어떤 보상심리를 갖게 되는 것이 당연하기에
회사가 내가 충성을 다한 만큼 반드시 나에게 어떤 보상을 해주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말이다.
회사는 철저히 성과와 결과에 대한 보상을 하지 나의 마음과 사랑에 대해 보상을 하지는 않는다.
명분도 없고, 자칫 형평성에도 문제가 생긴다.
(물론 성과와 결과에 대해 정확하게 보상을 해주지 않는 회사도 많다. 나쁜 회사이다.)
회사에 대한 마음도 정도가 필요하고, 서로 적절한 균형과 거리가 필요하다.
무작정 쏟는다고 어떤 결과가 무조건 따라오는 것도 아니며, 내가 그렇게 한다고 내가 기대하는 어떤 것이 반드시 돌아오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에 밸런스가 중요하고, 이 사실을 인정할 줄 아는 나의 스탠스도 중요하다.
말이 쉽지, 그럼 최선을 다하지 말라는 것이냐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런 뜻이 아니다.
회사가 나의 전부인 것처럼 내 모든 것을 바쳐 이것이 아니면 인생이 끝날 것처럼 하지 말라는 것이다.
일을 잘하고 결과를 내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일과 적절한 거리를 두는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다.
가까이한다고 결과가 따라오지 않기에.
모든 관계에서도 너무 끌려다니면 관계가 망가지기 마련이다.
적절한 거리를 둘 줄 아는 현명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