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듐의 숨결

2. 트럼펫 마크의 등장

by 트럼펫MARK

학회의 첫 모임장소 영국 노리치 – Taylor Trumpets 공방.


아침 햇살이 노리치의 좁은 골목길을 황금빛으로 물들였다. 공방 안에서는 Andy Taylor가 트럼펫 밸브를 일일이 손으로 다듬고 있었다. 그 순간, 초대받은 장인들이 하나씩 도착했다.


첫 번째로 들어선 사람은 Mark79였다. 그는 흰 가운 대신 깔끔한 캐주얼 복장을 입고 있었고, 눈빛은 연구자의 날카로움과 예술가의 열정을 동시에 담고 있었다. 한 명씩 한 명씩 마지막에 데이비드 모넷이 도착하고 1화에 목소리만 등장했던 마크가 첫 모임의 마이크를 잡았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 이 자리를 마련한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앤디 외에 마크를 처음 본 장인들은 웅성웅성 거린다.


마크79는 잠시 숨을 고르며 책상 위에 놓인 설화 에밀레 종의 실제 현물인 성덕여왕 신종의 모형을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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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입니다. 트럼펫 연주자들의 직업병을 연구하던 중, 이 악기가 가진 매력에 마치 ‘마약’처럼 사람을 사로잡는 매력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최근 연구에서는 에밀레 종을 분석하며, 구전설화 속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성분이 이 종에서 나타나는 ‘P 성분’, 즉 인이 공명과 울림을 결정짓는 요소의 중요성이라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저의 깨달음과 사고는 지속되었고 어느 정도의 결론을 도출하였습니다. ‘왜 우리가 만든 트럼펫은 이렇게 에밀레 종처럼 큰 울림을 내지 못하는가?’ 오늘 이 자리에서, 여러분과 함께 에밀레 종처럼 울리는 이전과는 확연하게 다른 새로운 트럼펫을 설계하기 위해 학회를 시작하고자 합니다.”




각 장인의 반응은 비슷하였다.


Andy Taylor 또한 Piranha 트럼펫 벨에도 인성분을 도입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에밀레 종 모형에 손을 올린 채 고개를 끄덕였다.


“울림과 톤은 우리가 지금까지 만들었던 트럼펫의 음색과 직결됩니다. 저는 이 아이디어를 생각해 본 적 있었어요. 당신의 철학과 이미 맞닿아 있었군요.”


David Monette는 P3 시리즈 벨을 살짝 튕기며 말했다.


“우리가 만든 트럼펫은 각 장인의 숨결이 담긴 ‘벨’로 표현됩니다. 에밀레 종의 깊은 울림이라… 충분히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Ulrich Inderbinen은 자신의 알파 트럼펫을 손에 쥐고 벨을 천천히 돌리며 반응했다.


“P 성분이란 개념… 매우 흥미롭습니다. 우리 공방에서도 몇 번 음향 공명 연구를 진행해 왔지요.”


Martin Geerts는 MG 트럼펫 밸브를 바라보며 말했다.


“공명과 음색은 밸브와 보어 설계에서 큰 영향을 받습니다. 분명 새로운 접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Logan Thane은 에밀레 종 모형의 표면 패턴을 확인하며 중얼거렸다.


“트럼펫의 울림을 최대한 살리는 연구라… 제 기술을 적용해 볼 기회군요.”


마크79는 책상 위 에밀레 종 모형을 한 번 더 손으로 쓰다듬었다.


“오늘 우리는 단순히 학회가 아니라, 트럼펫 역사상 새로운 울림을 만들어낼 바로 이곳에 모였습니다.

여러분의 장인 정신, 실험적 접근, 그리고 각자의 톤 철학이 합쳐질 때, 이전에는 들을 수 없었던 울림을 세상에 보여줄 수 있습니다.”


모든 장인은 각자의 악기를 손에 쥔 채, 미묘한 떨림과 공명을 느끼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공방 안에 퍼지는 긴장과 기대감. 그리고, 이 순간이 트럼펫 학회의 시작임을 모두가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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