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렁이는 한강은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
낙하하자. 생애는 지옥에 가까웠고, 일말의 행복과 잡을 수 없는 희망으로 가득했다. 오래 버텼다. 이제 비대해지는 꿈과 욕심을 안고 날아갈 수 없다. 살아낼 수 없다.
날아다니는 법을 배우지 못한 것 치고는 꽤 멀리 왔다. 세상 모든 것이 결국 가루나 연기가 되지 않는가. 내게 중요한 건 얼마나 오랜 시간 날았는지가 아닌, 멈추고 싶을 때 멈출 수 있는 용기이다.
멋진 새벽을 지나왔고, 아름다운 이들을 만났다가 몇 차례 영영 떠나보냈으며, 서너 개의 꿈을 이루고 기록됐다. 손바닥의 생명선은 길지만, 점차 눈이 보이지 않아 이 마저도 흐릿하다.
세상에 꽤 부딪혀 봤다. 그래도 일절 변하지 않더라. 오히려 더욱 가혹해진 듯하다. 근래 세상은 온통 환자투성이다. 다들 아픔을 나눠가질 마음의 공간이 없다. 삭막하다.
어쩌면 지금이 가장 아름다운 시기일 수도 있다. 나의 시대정신은 해방이었다. 선인들은 자유를 위해 생애를 바쳤고, 우리는 편의를 위해 자유를 가뒀다. 아직 돌이킬 수 있다고 믿고 싶지만, 나조차 스스로를 많은 고통으로부터 해방하지 못했다.
이제 나를 날게 해 준 것들을 내려놓고 낙하한다. 부푼 꿈과 붕 뜬 희망을 터트린다. 누군가 끝자락이라 생각될 때 바닥을 내려봤으면 한다. 나의 흔적이 조금 더 가보라는 용기를 줬으면 한다.
검은 정장보다 몇몇 선물해 줬던 옷들을 입고 왔으면 좋겠다. 이제는 그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