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은 것을 산다는 건

아픈 이들이 변하지 않기를 바라며

by 시소년

“배운 것을 적지 않으면 흩어지고, 적은 것을 살지 않으면 남지 않는다.” 이 말을 이해할 즈음, 이미 눈엔 괘씸한 가시들이 돋아 있었다. 적지 않는 이보다, 끄적인 대로 살지 않는 이들이 항상 더 나빴다. 침묵은 금이 돼도, 뱉은 말을 지키지 않는 건 무책임이 됐으니.

몇몇 이들은 솔직함을 담보로 상처를 사고 있었다. 이 도시는 진솔함을 이용하는 데 있어 거리낌이 없다. 이런 무례는 속히 비즈니스 관계를 벗어나 일상의 영역을 침범하기 이르렀다.

주변, 순수를 지키는 이들에게 마음이 가는 건, 그만큼 아파봤다는 뜻일 테다. 뱉은 말을 지키며 살기도 힘든 세상에서, 고심해 써 내린 글대로 사는 이를 찾기는 더더욱 어렵다. 사랑을 쓰는 이에게 사랑을 기대하는 것 또한 이제 어리석은 일이 됐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많은 글을 읽지 않게 됐다. 껍데기를 적는 이들이 변해가는 걸 너무나도 많이 봤다. 문득, 내가 사는 게 영혼의 생명일지 나무의 시체일지 두려워졌고, 내가 적는 것과 오늘의 나 사이 거리를 재는 일이 많아졌다.

늘 지키고 싶었던 건 진정성이었다. 그러나 돈이 되는 건 허영이었고, 너를 지키는 건 무례함이었다. 아픈 이들이 변하지 않기를 바라며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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