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지 않았다
참으로 아픈 시대다. 사랑하기 전 이별을 염두하고 도전하기 전 실패를 대비한다. 나 또한 고독을 곱씹지 않으면 그 무엇도 쓰질 못했다. 시대를 관통하는 글은 때론 예리했을지 몰라도 문밖을 나서면 변하지 않는 현실과 부딪힌다. 이 못난 나체엔 수많은 가시가 박혀 있다. 그래서일까 점점 누군가를 안아주기가 겁난다.
고독하던 친구의 부고를 들었다. 다시 육개장을 게걸스럽게 먹었다. 그래, 나는 벗을 잃은 슬픔보다 한 끼 배부름과 함께 나간 종잣돈이 더 아까웠다. 우린 그렇게 어른이 된다. 그렇게 증오하던 이들과 같아진다. 그렇게 가슴 속 아이는 사라진다. 어쩌면 괴로움에 술 없이 못 살던 아버지는 꽤 양심 있는 사람이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