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슬픈 날에

그럼에도 쓴 이유는

by 시소년

몇몇 인연을 잃었다고 생각했을 때, 실은 잊기 위함이었음을 깨달았다. 아직 손가락을 다 채우지 못한, 서너 번의 파괴적인 밤을 겪고서야. 더욱 아픈 것은, 가장 슬픈 날에는 꼭 사랑이 없었다. 나도 당신도 더더욱 나빴다.

스물 무렵, 친구 놈이 별이 됐을 때. 순백의 봉투에 넣은 몇몇 푼이 슬픔보다 더 뼈 아팠다. 더욱 가증스러운 것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사람과 사람 간의 연보다, 함으로 들어간 몇 푼이 뾰족하게 마음을 두드린다는 거다.

집에 돌아와 시뻘겋게 부은 혹은 부은 척하는 낯짝과 말씨름을 했다. “너만의 슬픔을 잊는 방법일 수도”라며, 시답잖은 위로를 건네는 거울을 노려봤다. 손아귀를 세게 쥐었다만, 내 단단한 머리는 주먹보다 거울의 단가를 더욱 잘 이해했다.

그래도 염치를 무릅쓰고 사는 건, 그 장례식장에는 동질감이라는 게 있었다. 같은 피를 나눈 이들은 유전병, 부동산 같은 수준 높은 이야기에 심취해 있었고, 필요할 때나 찾던 저 너머 인연들은 육개장을 오만 원에 먹고 싶지 않아 했다.

시커먼 옷들이 즐비한 곳, 아비를 잃은, 난 돌 때나 봤던, 그 일곱 살만 진심으로 슬펐다. 그 아이는 왁자지껄한 혈육을 뒤로하고 유일하게 나만을 삼촌이라 불렀다. 어쩌면, 그건 순수의 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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