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대화
"새벽에 깨서 울어본 적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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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아니요, 울다가 잠든 적은 있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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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조금 냉소적인 이미지였던 그 사람이 옅은 웃음을 띄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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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깨면 음.. 2~3시는 새벽이라고 하는거 맞죠?
그때쯤 깨면 어두워요. 깜깜해서 아무것도 안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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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겠죠. 그러니까 밤이라고 하고 새벽이라고 부르겠죠." .
"더듬더듬 주변을 짚어보면 베개가 젖어있어요.
땀 때문인지 눈물 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아마 악몽을 꿔서 그랬던거 같애요.
근데 꿈이란게 그렇잖아요. 금새 잊혀져요.
기억나지도 않는 슬픈 꿈이 나를 슬프게 한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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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일어나서 울으신게 아니라 울음 때문에 깨신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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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맞는 말이네요.
그런데 그 이후로 울었으니까 첫 질문도 맞는 말이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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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혹시 왜 울으셨는지 물어봐도 괜찮은가요?
악몽 때문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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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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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요? 평소에 감정 잘 안 드러내셔서 자꾸 물어보네요.
언짢으시면 말해주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죄송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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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요, 제가 말 꺼낸거니까.
감정 안 드러낸다는건 오해에요. 낯을 좀 많이 가려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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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정적 후에 그녀는 침을 한번 삼킨 후 말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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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새벽에는 어둡다고 했잖아요.
눈을 떴는데도 어둡고,
눈을 다시 감아도 어두워요.
주변을 둘러봐도 어둡죠.
그 어둠 속에 나 혼자 있는거에요.
위로해 줄 사람은 커녕 왜 그러냐고 물어볼 사람조차 없이
어둠 속에, 나 홀로, 울었던게
너무 슬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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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랬구나.
그런 적은 없지만 이해할 수는 있을 거 같아요.
어두운 건 당연히 무섭고,
혼자인 건 외로우니까요.
그래도 요즘 혼자 사는 사람도 많아지니까
무섭고 외로운 사람도 점점 늘어날 거고,
그런 사람이 있을 수도 있죠.
전혀 이상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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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근데 괜찮아요.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평범...하다고 하긴 좀 그렇지만
있을 수 있는 상황이고,
그렇다고 혼자가 아닌 사람들이 특별하거나
잘난 상황인 것도 아니죠.
모두가 평범한 자신만의 밤이 있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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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제가 위로랍시고 괜한 말을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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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거기서 한번 더 울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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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대화 흐름상 한번 더 물어봐도 괜찮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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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잘나지 않았죠, 혼자가 아닌 사람들도 잘나지 않았고요.
그런데 그 때, 너무 부러웠어요.
누군가는 숨을 헐떡이며 일어나기만 해도
걱정해주는 사람이 있을텐데,
나는 소리지르며 깨어나고, 엉엉 울부짖어도
누구도 나한테 말 한마디 걸지 않으니까
그러면 안되는데 너무 부러웠어요.
그래서 울어줬어요.
아무도 내 걱정 안 해주니까,
잘난 것도 아닌 평범한 것들을 부러워하니까
내가 나를 위해 눈물 다시 흘려줬어요.
그날 밤 어둠속에는 나만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