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어버이날이라 집에서 맛있는 것을 시켜드렸다. 어디 나가기 귀찮으시다는 아빠.. 연세가 드셔서 만사 다 귀찮아하신다.
가끔은 부모와 가족을 걱정하지 않고 내 마음대로 내가 원하는대로 자유롭게 살고 싶지만 아무래도 나는 그럴 수 없는 사람인 것 같다. 얼마 전 아빠랑 오랜만에 밥을 먹으러 나갔다. 아빠가 뜨거운 음식을 드시는 와중에 계속 콧물을 흘리시며 꽃가루 알러지 때문이라고 말씀하셨다. 중간중간 내가 휴지를 뽑아드리기도 했는데 아빠의 그 모습이 왜 이리 짠하고 마음이 미어지던지.. 며칠이 지난 지금도 떠올릴 때마다 눈물이 날 것 같다. 가끔은 안 보고 살고 싶을 정도로 아빠가 밉지만 동시에 미칠듯이 안쓰럽고 사랑한다. 애증이란 말이 이런 관계에 딱 들어맞는 단어인 것 같다.
아빠는 어제 참치를 처음 제대로 드셔보셨다고 했다. 나는 어릴 적부터 가난 때문에 못 하고 참는 것들이 치가 떨리게 싫었기에 돈을 버는 순간부터 저축도 하지 않고 온갖 좋은 것들을 다 경험하고 다녔다. 맛있는 음식, 비싼 술, 좋은 호텔, 가끔의 사치스러운 여행.. 더 이상 이런 것들이 의미 없다는 느낌이 들 때까지 10년을 그렇게 살았다. 최근에서야 내 삶에 정말 중요한 게 뭔지도 고민하고 경제적으로도 조금 여유가 생겨 아빠를 챙기기 시작했는데 그럴 때마다 마음 속이 자꾸 욱신거린다. 연초에는 올해 안으로 해외여행을 모시고 가고 싶어 말씀을 드려봤는데 힘들어서 가고 싶지 않다고 하셨다. 조금이라도 더 젊고 힘 있으실 때 모시고 다닐걸 이라는 후회도 들지만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일이니 앞으로 더 잘해드리는 방법 밖에 없다.
많은 상담 이론들도, 불교 교리에서도 건강한 마음은 가족과의 적당한 거리에서 온다고 하는데 나로써는 그게 쉽지가 않다. 요즘 내 스스로와 나의 인간관계 양상들에 대해 생각이 많아지는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꼭 상담도 받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