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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셀프 힐 링 Jul 30. 2021

성급했던 여행

그를 기억하는 일3

    


 

 더운 날이 더운 날을 기억하는 것 같다.

내려다보니 간간이 지나가는 2차선 도로의 차들 외는 움직임이 없다.

눈에 와 박히는 사물들이 그대로 정지된 채 하루를 버티고 있다. 마당 안으로 쓰러져 누운 이름 모를 나무 잎사귀를 툭 쳐본다. 손목에 들어간 힘만큼 흔들린다. 바람도 이미 지쳤다. 다시 정지상태로 돌아가려는 저들에게 내가 무슨 할 말이 있으랴!


돌아서 눈을 감으니 싸한 기억 하나가 정지된 바람처럼 닮아있었다.    


 그의 생일은 음력으로 1월 말경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더운 7월에 생일 여행을 하기로 맘먹었다.

그렇게 뜨거운 날이어야 했던 이유는 속에 붙은 암세포가 다시 자라고 있다는 진단을 7월에 받았기 때문이다. 재발에 또다시 재발이 되어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담당의의 말이 마지막 여행을 재촉하게 했다. 예약이 늦어 마땅치 않았던 나는 친구에게 부탁했다. 친구는 자기들 대신 우리가 갈 수 있도록 자리를 내주었다. 여행 가방보다 음식을 챙긴 짊이 더 많았다. 대형 아이스박스를 사다 음식을 차곡히 담았다. 괜찮은 곳이니 믿을 만도 했겠다마는 건강하지 못한 사람이라 먹을 수 있는 것이 한정되어 있었다. 보통 사람들의 여행은 즐거움의 대명사이지만 우리에겐 비장한 각오가 필요했다.    





도착해서 짊을 풀었다.

물론 모두 혼자 해야 할 일들이다.

그는 그대로 침대에 쓰러진 채 파김치가 되어 해저 녁이 돼서야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를 위한 것인지 나를 위한 것인지 한동안의 혼란 속에서 가슴 졸였던 기억이 생생하다. 인간에게 완전한 사랑이 있을까. 그가 떠난 빈자리에 ‘나는 너를 위해 이렇게 많은 것을 줬노라’고 후회하지 않을 거리를 준비하기 위함은 아니었을까. 인간은, 아니 나는 그 정도의 사람이었음을 잠든 그를 보고서야 알았다. 마음이 마음으로 교통 할 때, 때로는 그 마음이 다름으로 돌아앉은 모습을 읽을 수 있어야 진정한 사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내 마음이 나를 떠나고서야 비로소 알게 되는 진실들. 나는 그 진실의 끝을 붙들고 나조차도 헤아리지 못한 진실 앞에서 그가 내 마음과 마주 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간곳없이 사라진 변명과 미련이 뉘엿뉘엿 서산으로 넘어갔을 즈음에 그는 빙그레 웃으며 내가 있는 주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나를 보고 돌아앉았다. 내 마음을 충분히 읽어버린 탓이리라.

우리는 서로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했다.

지금부터는 그의 마음만 체크 하기.     


가끔은 지나친 배려가 서로를 불편하게 할 수도 있다는 진실 또한 알게 된다. 그는 나를, 나는 그를 서로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말할 때까지 기다렸다. 정적이 흐르는 틈새로 그가 기지개를 켜듯 말을 걸어온다.  

  

“무얼 하고 싶어?”    

그가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물어오는 것이다.    

“자기는 무얼 하고 싶어?”    

“나야 네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거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우리에게 아이가 있었다면 참 좋았을 텐데... 그게 후회되네”    

그는 혼잣말처럼 조용히, 한 번의 언급도 없었던 말을 조심스레 했다. 잠잠이 듣고 있는 네게로 온 그는 새털처럼 가벼운 팔을 내 어깨 위로 얻으며 다시 이어갔다.   

 

“나는 괜찮았는데 네가 외로울까 걱정이네”    


그랬다. 떠날 자신이 아니라 남아서 홀로 힘들어할 내가 목에 가시였던 것이다.     





지나고 보니 한심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다.

우리는 왜 그리 이별을 서둘러 준비했을까.

우리는 왜 1%의 확률을 믿지 않고 인간이 내린 의학적 판단에 모든 걸 걸었을까.

생사의 주관자가 한낮 인간이었단 말인가.  




헉헉대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홀로 남을 나를 걱정하는 그의 끈끈한 눈빛을

나는 세 번째로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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