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높고 푸르른 날은
1.
하늘이 높고 푸르른 날은
고운 하늘빛을 마음에 담고 싶다
아직은 매미소리
닫힌 창틈으로 몸을 구기면
정해진 만남과 이별을 손가락으로 헤아려 본다.
잰걸음으로 오는 사연
드문드문 비워진 공간을 채우고 가니
스스로 몸 낮추어 시선 머무는 곳도
이제는 궁금하다
바람이 가벼우면 가벼운 데로 무거우면 무거운 데로
저들도 최선을 다해 아파했으리라
아프다고 가을이 오지 않는 것도
행복하다고 겨울이 오지 않는 것도 아니다
끝없는 반복과 교차 속에 그저
주어진 각양의 옷을 입고 댄스를 추고 있을 뿐.
2.
하늘이 높고 푸르른 날은
고운 하늘빛을 마음에 담고 싶다.
조금 초라하면 어떠랴
고운 하늘빛이 마음에 담아지면 그만인 것을.
풍성했던 계절이 정지된 사진처럼 온몸에 새겨지고
다시 올 저들이 제집을 찾을 수 있도록
지침 없이 기다려 준다면
화려하지 않으면 어떠랴
그래도 찾아낼 것을.
3.
하늘이 높고 푸르른 날은
고운 하늘빛을 마음에 담고 싶다
눈 감은 채 손에 닿은 꿈같이 깊은 사랑
오십여 년 시간이 고요히 흔들리고
꽃잎 같은 마음들이 등부벼 잠 깨우니
벌써 하늘빛 담은
그대 있는 곳으로 옮겨져 있구나
기어이 다시 올 저들을 위해
주신 햇살로 데워놓을 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