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8시 30분, 낡은 사무실
의자에 앉아 모니터를 켜는
것으로 제 하루는 시작되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취업해
남들보다 빨리 돈을 벌었지만,
연차가 쌓일수록 학력이라는
꼬리표는 보이지 않는 유리
천장이 되어 제 머리를 짓눌렀습니다.
점심시간마다 동료들이 나누는
대학 시절 이야기에 섞이지 못하고
조용히 숟가락질만 하던 순간들,
그 속에서 느껴지는 소외감은 단순히
학위가 없다는 서러움보다 더 컸습니다.
나라는 사람이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박제될 것 같다는 공포심에,
서른을 앞두고 내 이름 뒤에 학사라는
타이틀을 달아보자고 결심했습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곳은 직장
생활과 병행이 가능한
국립 교육기관이었고,
평소 동경하던 인문학적 깊이를
채우기 위해 전공도 이미 정해두었습니다.
하지만 3학년으로 바로 입학해
시간을 단축하고 싶었던 제 바람과 달리,
모집 요강에 적힌 지원 자격은
제 발목을 잡았습니다.
전문대 졸업자나 대학에서 일정
학점 이상을 이수한 사람만이
3학년 편입 대상이었고,
고졸인 저에게는 지원서 한 장
내밀 자격조차 없었습니다.
1학년부터 시작하기엔 남겨진
시간이 너무나 아깝게 느껴졌기에,
퇴근길 지하철 차창에 비친 제 초라한
모습에 한참을 자책하며
막막한 밤을 보냈습니다.
절망 섞인 검색을 반복하던 중,
대학 밖에서도 학점을 쌓아 입시 조건을
만들 수 있는 제도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국가에서 정말 인정해주는
것인지 의구심이 앞섰지만,
저처럼 뒤늦게 공부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유일한 구원줄과 같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기로 했습니다.
조력자의 도움을 받아 고졸인
제가 63학점을 가장 효율적으로
채울 수 있는 로드맵을 그려나갔습니다.
복잡한 수강 신청 절차와 학점 인정
신청 과정을 하나씩 안내받고 나니,
막막했던 가슴 한구석이 뚫리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비로소 제가 꿈꾸던 캠퍼스
문턱에 다가갈 수 있는 열쇠를
손에 쥐게 된 것이죠.
그렇게 시작된 제 인생의 두 번째
입시 준비는 퇴근 후의 일상을
완전히 뒤바꾸어 놓았습니다.
친구들과의 술자리나 주말의
휴식은 사라졌고,
매일 밤 10시가 넘은 시간에도
노트북 앞에 앉아 온라인 강의를
틀어놓는 것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피곤함에 눈꺼풀이 무거워질 때마다
저는 책상 앞에 붙여둔 목표를
보며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직장 상사에게 혼나고 온 날이나
야근으로 몸이 부서질 것 같은 날에도
정해진 분량의 강의를 듣고
나서야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63이라는 숫자가 채워질수록
제 안의 막연했던 불안감은
조금씩 확신으로 바뀌어 갔습니다.
일과 공부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였지만,
스스로를 통제하며 나아가는 그 과정 속에서
저는 묘한 해방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계절이 두 번 바뀌고 마침내 제
학점인정 내역에 목표했던 63이라는
숫자가 찍혔을 때의 감격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남들에게는 평범한 숫자일지 몰라도,
저에게는 지난 1년간 흘린
땀방울의 결정체였기 때문입니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 사이트에서 증명서를
출력하던 그 떨리던 손가락 끝의
감각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이제는 고졸이라는 이유로 입구에서
거절당하는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제 이름이 적힌 원서를
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어쩌면 그 과정 자체가 저에게는
스스로를 인정하고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치열하게 모아온 기록들은 제가 세상을
향해 내딛는 가장 위대한 도전의 증거였습니다.
드디어 해당 학과의 원서
접수가 시작되었고,
저는 정성스럽게 서류를 준비해
접수 버튼을 눌렀습니다.
1년 전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 현실로 다가온 순간이었죠.
접수 완료 메시지를 확인하고
나서야 비로소 참았던 숨을 크게
내뱉으며 지난날의 힘겨웠던
시간들을 보상받는 기분을 만끽했습니다.
최종 합격 통지서를 확인하던 날,
저는 사무실 화장실 한편에서
남몰래 눈물을 훔쳤습니다.
이제 저는 더 이상 학위가 없어서
소외되는 사람이 아니며,
스스로의 미래를 직접 설계하고
성취해낸 한 사람의
학생으로서 자격을 얻었습니다.
직장 생활을 포기하지 않고도 이 길을
올 수 있게 도와준 조력자의 손길이
새삼 감사하게 느껴졌습니다.
지금은 비록 온라인으로
대부분의 강의가 진행되지만,
제 마음만큼은 이미 학교 도서관
한구석에 앉아 고전을 탐독하는 기분입니다.
배움에 대한 갈증을 채워갈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이 제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간임을 의심치 않습니다.
언어를 통해 타인의 삶을 이해하고
저의 세계를 넓혀가는 과정 자체가
저에게는 가장 큰 성취이자 기쁨입니다.
혹시 지금도 학력의 벽 앞에서
주저하고 계신 분이 있다면,
당신은 생각보다 훨씬 더 강한
사람이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63학점을 채우며 제가 발견한 것은
학위 증명서뿐만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저 자신에 대한 믿음이었습니다.
이제 당신의 진심 어린
도전을 시작해 보세요.
그 끝에 기다리고 있을 새로운 당신의
모습을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