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의 미학
살아있는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거듭거듭 그 모습 또한 매번 다르다.
가을을 미처 보내지 못한 시간 뒤에 온 추운 겨울은 너무 길었다.
그런데 어느새 훈훈한 봄기운이 창가에 머무르기 시작했다.
반가운 봄을 맞이하며 봄맞이 대청소를 하기로 마음먹고 붙박이장 문들을 열어 본다.
사용하지 않고 둔 오래된 물건들이 너무 많다.
혹시. 쓸 일이 있을까 하고 놔둔 물건들이 켜켜이 쌓여 있다. 너무 오래 끌어안고 있었다.
하루에 끝나지 않을 듯해 일주일을 계획했다.
그리고 조금씩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물건을 정리하고 버리는 일이 여전히 쉽지 않다.
망설임 끝에 버린 물건의 자리에 여백이 생긴다.
생활의 만족도도 올라가고 마음도 좋다. 집에 놀러 오는 지인도 다들 칭찬이다.
나이가 드니 미련이 남아 버리지 못한 물건에 용기가 생긴다.
비움의 미학이 생긴다.
비우고 난 후에 오는 허무함보다 충만함이 더 많다는 사실을 이제야 느낀다.
금을 얻기 위해 마음속 가득 찬 은을 버려야 하고, 다이아몬드를 얻기 위해선 어렵게 얻은 금을 버려야 한다는 책의 구절이 생각난다.
말이 그렇지. 금을 버리는 게 오죽 어려울까.
육십이 되어 보니 물건도 사람도 많다고 다 좋은 것도 아니더라.
적당한 여백이 아름답듯
비우고 버릴 때 더 많은 얻음의 지혜와 충만함이 온다.